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12일부터 우리 학교 청소 용역 노동자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준수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설팀과 행정처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계약, 예산 등 몇 문제로 협상은 아직 타결되지 않았다. 본지 이번 호 기사(관련기사 3면, 매주 이어지는 청소 용역 노동자 시위, 어떤 목소리 내고 있나)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노동자의 요구와 학교 담당 부서의 해명과 대책 모두 적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청소 용역 노동자 처우 문제는 합리적, 미래지향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본지는 이를 계약과 법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청소 용역 노동자의 인권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 문제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 학교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급여명세서상으로 시급 6,030원으로 계산해 기본급이 1,193,940원, 보존수당, 식대, 교통비 등 제수당을 합해 소득총액 1,384,240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4대 보험 본인 부담금 등 제비용을 공제하면 실제 받는 금액은 120만 원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보통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인 8시간과 달리 우리 학교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1일 노동 시간은 7시간이어서 용역 회사와 노동자 간에 이견이 생기는 듯하다. 우리 학교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주 중에는 하루에 7시간 근무하고, 격주에 한 번씩 주말에 4시간씩 근무해 실제로 120만 원 남짓한 월급을 손에 쥐는 셈이다.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20~30만 원 가량 적은 액수다.
우리 학교는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청소 노동자를 비롯해 시설, 조경 관리자, 캠퍼스 폴리스 등 다양한 노동자들과 용역 계약을 맺고 있다. 우리 학교를 위해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우리 학교에서 직접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일부 기능의 경우 외부 용역 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문제는 한국 사회의 보편적 노동 환경 개선 문제로 접근될 사안이지만, 외부 용역 업체를 통한 고용 계약이 이루어지더라도, 담당자들은 그들에게 우리 학교를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대가가 제대로 지급될 수 있도록 외주 용역 업체를 관리•감독할 책무가 있다. 청소 용역 노동자들도 비록 법적인 소속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우리 학교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그 틀에서 처우 개선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 학교는 인류에 기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의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기는 것 못지않게 인류의 번영과 복지 증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첫걸음은 당연히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는 데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 학교 청소 용역 노동자 처우 개선 문제는 시설팀과 행정처 등 행정 담당 부서에 맡겨 놓을 문제가 아니라 학생, 교수에서 보직 교수, 총장까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우리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 문제로 인식하고, 모두 함께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