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학교의 청소 용역 노동자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본원 정문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학교에게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하 용역지침)을 준수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설팀과 하청업체인 ㈜엘소는 용역지침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설팀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속적으로 증액해 왔다”라며 “노동조합과의 간담회에서 근로 조건 개선 및 임금 인상 의사를 밝혔지만 노동조합이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무엇 때문에 노동자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일까. 그 자세한 배경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 학교는 ㈜엘소와 2014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청소 용역 계약을 맺었다. 총 용역 노동자 103명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65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조합원이 35명, 비조합원이 3명이다. 노동자들은 지난 3월에서 6월까지 7차에 걸쳐 진행된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에서 인사권, 임금 인상, 휴가 확충을 요구했으나 협상은 결렬되었다. 이에 노동조합은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해 세 차례에 걸쳐 조정을 진행했지만, 이 역시 결렬되었다.


이목을 끈 정문 앞 집회와 시위

이에 지난달 12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60여 명과 외부 민주노총 조합원 60여 명은 본원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 일반지부 김호경 사무국장은 “용역 회사가 발주처(우리 학교)에게 우호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동자의 입장을 전달하지 않으려 한다”라며 “발주처와 직접 대화하기 위해 쟁의를 벌였다”라고 전했다.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용역지침을 준수하라고 학교에 요구했으며, 이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우리 학교 행정처장과 시설팀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 일반지부 김명수 지부장, 김호경 사무국장, 장영순 카이스트지회장이 간담회를 가졌다. 이에 대해 윤여갑 시설팀장은 “(우리 학교는) 당시에 간담회에서 근무 시간 조정 및 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60여명은 지난달 22일 본원 행정동 정문 및 후문에서 다시 집회를 했고,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정오에 본원 정문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이에 윤 시설팀장은 지난달 30일 교내 포탈 공지사항을 통해 시설팀의 입장을 전했다. 주요 전달 사항으로는 ▲학교는 용역지침을 준수하고 있음 ▲고용 안정은 지켜지고 있음 ▲근로 조건 개선은 검토 중 ▲상여금 지급 검토 중 등이었다. 윤 시설팀장은 “정부가 발표한 용역지침 중 청소·경비용역에게 적용되는 기본급 기준을 지키고 있다”라고 밝혔다.


각자 주장하는 기본금 계산법이 달라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고용노동부가 작년 1월에 발표한 용역지침 설명자료에 따르면, 청소·경비용역의 노임단가를 산출할 때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 보고서’의 단순노무종사원 노임을 기본급으로 산정해야 한다. 해당 보고서는 매년 6월 중으로 중소제조업의 직종별 임금(일급)을 파악하는 자료이며, 보고서에 따르면 단순노무종사원의 일급은 64,150원, 시급은 8,019원이다. 현재 우리 학교 청소 용역 노동자의 근로 시간은 주중 하루 7시간, 격주로 주말 4시간이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르면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이 주어지므로, 1주일에 평균 44시간을 일한다고 볼 수 있다. 월 191시간가량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엘소의 담당자는 실제 과업지시서에 명시되어 있는 노동시간은 월 198시간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노임단가는 월 1,587,762원이다. 이 중 최저낙찰률을 곱한 금액 이상이 실제 임금으로 지급되어야 하며, 법정 최저낙찰률 87.995%를 노임단가에 곱하면 1,397,151원이다. 현재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급여명세서에 명시된 소득총액은 1,384,240원이지만, 이는 명절 상여금 18만 원이 반영되지 않은 금이다. 연 2회 상여금까지 반영해 인건비로 지급되고 있는 금액은 140만 9천 원으로, 정부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는것이 시설팀의 설명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측의 입장은 정반대다. 김호경 사무국장은 “실제 급여명세서에 명시된 시급은 6,030원으로 최저시급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본지가 확인한 급여명세서에는 시급을 6,030원으로 계산해 기본급 1,193,940원, 보존수당 60,300원, 식대 80,000원, 교통비 50,000원을 합해 소득총액이 1,384,240원으로 계산되어 있다. ㈜엘소는 전체 임금을 용역지침의 기준대로 주면 된다고 해석하는 반면, 민주노총 측은 식대 및 기타 비용을 제외한 기본급이 용역지침의 기준대로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편, 작년 11월에 새로운 용역지침 설명자료가 발표되었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에 단순노무종사원에게 적용되는 시급은 8,209원이다. 여기에 낙찰률을 곱해 월급을 계산하면 기본급이 1,430,255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주중 근무시간에 대한 논쟁도 있어

여기에 더해, 민주노총은 주중 40시간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주중 하루 7시간씩 일하고 있으며, 격주로 토요일에 4시간 근무하고 있다. 주 소정근로시간이 40시간보다 모자라서 법정 최저월급 및 연장근로수당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 학교는 기본급 이외에 인건비를 책정하지 않고 있어, 상여금 또한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재남 행정처장은 “주 40시간 근무 요구는 우리 학교도 검토하고 있으며, 지난 18일 열린 간담회에서도 이러한 사항을 이야기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연장근로수당의 경우에도 주말 근무 인원을 감축한다면 적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상여금 보장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의무는 아니지만, 올해 말에 새로 계약할 때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적 상황 고려해야 하는 학교

민주노총의 주장에 대해 이 행정처장은 “학교 예산 증액률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청소 용역 노동자 임금을 인상해 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한 결과 우리 학교 노동자들의 임금이 2~30만 원가량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교는 내년에 새 계약을 맺을 때는 다른 공공기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행정처장은 “학교도 지금 확답하기는 곤란한 사항이다”라고 전했다. 상세한 계약 조건은 예산이 편성되어야 논의할 수 있는데, 아직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행정처장은 “이제까지의 문제점을 최대한 개선하려는 의지를 간담회에서 표명했지만, 민주노총 측은 인상액에 대한 확답을 원하는 듯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학교는 청소 용역 노동자 외에도 시설, 조경 관리자 및 캠퍼스 폴리스 등 다양한 노동자와 계약을 맺고 있어, 동등한 대우를 위해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 시설팀장은 이어 “이번 사건이 노동자들 사이의 파벌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현재 시위 참여자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인데,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 용역 노동자 사이에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몇몇 노동자가 시설팀에 찾아와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시설팀장은 “지난 9일 간담회에서 박종덕 한국노총 카이스트 환경미화 노조위원장이 하루 8시간 근무 보장을 최우선으로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라며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 또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협의점 찾기 위한 삼대대면 진행해

이어 지난 12일, 시설팀과 민주노총 및 엘소 측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호경 민주노총 대전지역 일반지부 사무국장은 “학교 측의 인건비 설계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실제 받고 있는 기본급과 식대, 교통비가 모두 학교 측의 기본급 설계 금액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으면 협상을 달리 진행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시설팀장은 이에 “학교의 의무는 지침에 따라 인건비를 산정하고, 이것이 제대로 지급되는지 감시하는 것이다”라며 “회사 측이 인건비를 기본급 및 복리후생 비용으로 나누는 것은 학교가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복리후생 비용 및 비정기 상여금까지 모두 통상임금으로 처리되어 퇴직금 산정에도 불이익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내년 계약에서는 민주노총 측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주중 8시간 근무 ▲토요일 3교대 근무 ▲임금 인상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선 (주)엘소 총괄전무이사는 “인건비를 착복한 일은 없으며, 노사간에 얘기해야 할 사항임에도 학교 측에서 신경을 써 주셔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 지난 11일 교육지원동 회의실에서 시설팀장(왼쪽 중앙), 용역 회사 직원(왼쪽 맨앞), 노조 소속 3명(오른쪽)이 대면했다.


학교와 ㈜엘소, 그리고 청소 용역 노동자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이견이 있지만, 간담회 등을 통해 서로 목소리를 들으려고 확인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이지 않을까. 삼자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져 좋은 합의점을 찾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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