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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전쟁이 망가뜨린 여인의 삶
나탈리 포트만 -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424호] 2016년 09월 13일 (화) 김혜령 기자 alastina@kaist.ac.kr
   
(주)유로커뮤니케이션 영화사업본부 제공

 

피폐한 전쟁 속을 살아가는 이들은 때때로 자신도 모르는 마음의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전쟁을 배경으로, 불안 속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세계적인 작가 아모스 오즈의 원작을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직접 감독, 각본, 그리고 주연까지 맡아 주인공의 깊은 상처와 고뇌를 그려낸다.

영화는 주인공 파니아의 아들인 아모스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당시, 유대인들은 박해를 피해 아랍인들이 사는 팔레스타인으로 와서 영국의 도움을 받아 국가를 세우지만, 이에 맞서 아랍인들도 자신들의 오랜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파니아와 같은 유대인들은 반유대주의의 기억에서 벗어나기도 전, 또 한 번의 전쟁으로 인해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절망 속으로 빠져든다. 그녀는 주위를 맴도는 전쟁의 그림자에 시달리며 점점 우울증과 두통 증세가 심해지고 광기에 휩싸인다.

그녀는 아모스가 어릴 때부터 그에게 뜻 모를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기이하고 상징적인 내용의 그 이야기는 자신의 불안정한 심정인 동시에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려가는 자신을 구해달라 아들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아모스는 어머니가 자학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다. 또한, 현실적인 아버지와는 다르게 어머니가 들려주는 섬뜩한 이야기를 경청한다. 아모스의 눈으로 무너져내리는 파니아를 함께 지켜보는 관객들은 끝없는 무거움 속으로 빠져든다.

파니아는 끝내 죽음을 택한다. 그녀의 죽음은 빗속에서 저승사자와 춤을 추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극심한 불안과 우울의 해방구로 죽음과 손잡는 것을 선택한 파니아의 마지막은, 슬프지만 한편으론 편안해 보인다. 그녀는 전쟁뿐만이 아니라 결혼과 양육이라는 현실을 경험하며 어린 시절의 감수성 풍부했던 자신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꿈많던 어린 시절의 환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삶을 포기해버린 그녀의 선택은 안타까움을 남긴다.

영화는 민감한 정치, 종교적 문제를 배경으로 삼지만, 이로써 역사적인 잘잘못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심화한 민족 갈등이 일반인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과정은 정치적 입장과는 관계없이 깊은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어렵다. 많은 비유와 암시, 종교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며, 이스라엘을 둘러싼 분쟁의 역사적 배경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파니아가 변해가는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 쉬이 그녀의 감정에 공감하기 힘들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망가진 한 여인의 황량한 삶만은, 어떠한 반전의 상징보다도 전쟁에 대한 묵직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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