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각하: 2016년 연극계의 검열 논란과 문화적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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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각하: 2016년 연극계의 검열 논란과 문화적 저항
  • 박재균 기자
  • 승인 2016.09.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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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표현의 자유와 검열은 늘 충돌해왔다. 표현의 자유는 분명히 수호해야 할 가치지만, 거기에는 희미한 제한선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2016년, 연극계는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라는 이름으로 예술 생태계에 위협을 가하는 검열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21개 극단이 5개월 동안 자생적으로 꾸민 검열 각하 프로젝트를 찾아가 보았다.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이하 <권리장전>)는 예술인들이 검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연극 프로젝트다.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해 불거진 다수의 연극 검열 논란이었다.

 

검열 논란, 그리고 <권리장전>
대표적으로 지난해 4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에서 진행하는 <창작산실-우수공연작품제작지원(연극)>(이하 창작산실) 사업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다. 문예위에서 창작산실 당선작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 <개구리>의 당선을 철회할 것을 종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해당 사업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고 밝힌 것이 내부고발자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이는 문예위가 박근형 연출가의 희곡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당시 문예위를 둘러싼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예술위는 내부고발자가 밝힌 위원장 지시 사항 이메일이 심의와는 관련이 없으며 사회적 논란 예방 등 일반적인 유의사항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원금보다도 더 직접적인 사전 검열이라고 추측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팝업 씨어터에서 공연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연극 <이 아이> 공연이 취소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당시 예술센터 측은 약속된 무대의 구조를 바꾸고 음향을 임의로 조정하는 등 의도적으로 공연을 방해했는데, 그 이유가 각색된 연극에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등장하기 때문이었다는 내부고발이 나온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예술센터장이 해임을 당하고 이내 복직하자, 분개한 예술계는 1인 시위, 개인 퍼포먼스 등 예술적 수단으로 저항했다. (관련기사 참조)

작년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예술계는 이에 저항하기 위한 발의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권리장전> 프로젝트는 이러한 생각의 결과물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21개의 극단이 참여해 5개월간 매주 검열에 관한 연극을 상연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이들은 지원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 4일,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프로젝트 연극이 상연되는 연우 극장으로 출발했다.

 

아직 막이 오르지 않은 무대
연극은 선술집에서 배우들이 술을 마시고 담화를 나누며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형태였다. 극장에 들어서자, 소극장을 술집처럼 꾸몄다기엔 실제 술집과 너무나도 닮은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연극배우들은 종업원처럼 앞치마를 매고, 몇은 관객의 주문을 받느라 분주하였으며, 몇은 실제 안줏거리와 술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벌써 얼굴이 붉어진 관객도 있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주점이라는 분위기에 맞춰 왁자지껄한 극장 분위기였다. 곧 옴니버스식으로 검열에 관한 짤막한 일화들이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기타를 맨 여자가 앉는다
첫 번째로 기타를 맨 여자가 자리에 앉자, 조명이 돌아간다. 연극이 시작된 것이다. 기타를 맨 여자는 유신 시대 당시에 별것도 아닌 이유로 금지곡이 된 노래들을 소개하며 관객들과 같이 부르기 시작한다. 이장희의 <한 잔의 술>, 양희은의 <아침 이슬>이 흘러나온다. 유신 시대 야간통행금지를 피해 낭만을 논하던 그 당시의 대학생들처럼, 관객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다 같이 열창을 한다. 간혹 눈시울이 붉어진 관객 또한 보였다. 노래를 모르는 관객도 스크린에 나오는 가사를 보며 따라 부를 수 있었다.

 

불현듯이 애국가가 나온다
불현듯이 애국가가 나온다. 배우들은 관객들을 모두 일으킨다. 스크린에 애국가가 나오고 한 배우가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애국가에 맞춰 읊는다. 시의 마지막 구절,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주저앉는다’에서 애국가가 끝나고 관객 모두가 주저앉는다. 관객들이 유신 시절의 압제를 표현한 시에 맞춰 주저앉자, 과거 존재했던 문화 검열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윽고 한 배우가 서류철로 맞는다
이윽고 한 배우가 서류철로 맞는다. 조명이 어두워지며 켜진 조명이 무대 중앙의 테이블만 비춘다. 금지곡 <아침 이슬>의 원작자 김민기인 듯하다. 서류철로 때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태양이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른다”는 구절이 공산주의를 가리키는 것 아니냐고 고압적으로 소리친다. 얼핏 이음새가 없어 보이는 일화들이지만, 검열과 압제에 대한 내용이 대한민국의 역사 순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두 배우가 소주를 한 번에 들이킨다
이번에는 남녀 두 배우가 소주 한 병을 들더니 단번에 들이키며 무대 중앙에 마련된 선술집 탁자에 앉는다. 둘 다 술에 취해 분명하지 않은 대사로 70년대의 시대 상황을 얘기한다. 둘은 저항 시인이었던 과거의 김지하와 현재 정부 친화적인 김지하에 관해서 얘기한다. 갑자기 술병을 들더니 남자가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을 낭독하는가 하면, 여자는 김지하의 <벽>을 읊는다. 두 남녀는 김지하가 변해버렸다 말하며 세월에 대한 통한을 노래한다.

 

연극이 사람들의 발의대로 변한다
분홍색 가발을 쓴 한복 차림의 여자가 나온다. 이번 <권리장전>의 총 예술감독을 맡은 김수희 연출가다. 그녀는 연극계에 몸담은 사람의 관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배경과 연극계의 반응을 말해준다.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선글라스 때문에 그녀가 우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분함이 느껴졌을 뿐이다. 이어 관객과의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는데, 검열에 대한 관객들의 열렬한 관심을 대변하듯 질문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이어 관객석에 있던 한 여자가 무대로 나간다. 자신을 현직 변호사라 소개하며 헌법에 명시된 사전검열에 관해 설명한다. 관객들은 모두 법적인 관점에서 검열이 무엇인지에 대해 귀를 기울인다. 변호사는 계속해서 지금 연극계에 가해지는 검열이 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밝힌다. 변호사는 헌법 제21조 제2항을 소개한다. 해당 조항은 의사 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린 사전 심사만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변호사는 지금 연극계에 불거진 검열 논란이 이 조항에 해당함을 역설한다. 관객들은 손을 들며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이는 70년대 연우 무대의 대장이자 연출가였던 김성만 연출가다. 그 당시 연우 무대에 올라간 <한씨연대기>는 관객이 꽉 메웠다는 과거의 얘기를 하며 이제는 과거가 된 연극계의 모습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당시의 연극 검열이 얼마나 분명하게 일어났는지 말한다. 그 당시에는 어떤 연극을 무대에 올리려면 국가기관에 대본을 제출하고, 대본이 검정 되었다는 도장이 찍혀야만 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분명 지금의 검열과는 모양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검열도 명백히 잘못되었다며 힘주어 얘기한다.

 

연극이 막을 내린다
연극이 막을 내린다. 극장을 빠져나오니 앞에서 막걸리를 한 병씩 나눠주면서 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요란한 아고라에 있다 나온 느낌이다. 7할은 관객의 참여로, 3할은 상연 시간을 채우기 위한 최소한의 대본으로 짜인 이번 연극은 예술인의 날 것 그대로의 메시지와 저항 정신을 보여주는 듯했다. 대학로, 한남동에서 연극계의 작지만 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진 | 고주영 <권리장전> PD 제공

 


기간 | 2016.6.9 ~ 2016.10.30

요금 | 전석 10,000원

시간 | 매주 목-금 20시, 토 16/19시, 일 16시

문의 | project.for.right@gmail.com

다음 공연 | 극단 몽씨어터 / 이동선 / 바보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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