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투명 종이를 만들어 강도가 강한 유연 전자소재 개발해

(a) 키틴 용액을 일반적인 방법으로 기화시켰을 때 울퉁불퉁해진 키틴 종이의 표면. (b)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만들어진 편평한 키틴 종이 표면.

 

신소재공학과 배병수 교수와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진정호 교수 공동 연구팀이 오징어 폐기물에서 추출한 키틴으로 플렉서블 기기의 기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투명 종이를 개발했다. 이대원 학우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지난 7월 7일 재료분야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셀룰로스 종이로는 기판 제작 어려워
플렉서블 기기 연구 초기에는 기판 제작에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화학 폐기물이 발생해, 친환경적 재료셀룰로스로 만든 종이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달, 폐기가 쉽고 휘어진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종이는 기판 제작에 사용할 수 없었다. 종이 기판은 플라스틱에 비해 강도가 약해 전자 소자를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도가 강한 종이 제작을 위해 종이 섬유를 나노미터 굵기로 만들어 결합시키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기판이 투명하면 불투명할 때와 달리 기판 상하로 방출되는 빛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투명 종이 제작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었다.
 
β 키틴 추출해서 투명 종이 제작
연구팀은 키틴(chitin)*으로 투명 종이를 제작하려 했다. 바다의 셀룰로스라고도 불리는 키틴은 분해가 어려워 이전에는 투명 종이 제작에 잘 사용되지 않았다. 키틴은 α, β, γ 세 가지의 동질이상(polymorphism)을 갖는데, α 키틴은 역 평행 구조, β 키틴은 평행 구조, γ 키틴은 평행 구조와 역 평행 구조가 혼합된 구조다. 자연에 존재하는 키틴 대부분은 α 키틴이지만, 연구팀이 사용한 것은 β 키틴이다. β 키틴은 α 키틴보다 투명도가 높고, 키틴 간 수소 결합력이 약해서 용매에 녹이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오징어 등뼈로부터 β 키틴을 추출해 투명 종이를 제작했다.
 
원심분리기로 키틴 용액에 압력 가해
연구팀은 나노 섬유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 키틴을 헥사플루오르 아이소프로판올(hexafluoroisopropa-nol, HFIP)**에 녹여 틀에 붓고 용매를 기화시켰다. 하지만 편평한 종이를 형성하는 셀룰로스와 달리, 섬유간 수소 결합력이 강한 키틴은 용매가 기화되는 중에 서로 결합해 수축하여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문제가 있다. 이전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키틴 용액에 압력을 주면서 용매를 기화시키는 방법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용매를 직접 물체로 눌러 압력을 가하는 기존 방법으로는 용매가 잘 마르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직접 키틴을 압박하는 대신에 원심분리기를 이용해서 압력을 가했다. 이로써 연구팀은 용액을 누르는 다른 물질 없이도 일정한 압력을 가해 키틴으로 편평한 투명 종이를 만들 수 있었다.
 
폐기물 이용해 친환경적 필름 제작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키틴 나노 섬유 투명 종이를 기판으로 플렉서블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소자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자는 기존 플라스틱 소재 기판을 기반으로 만든 소자와 성능이 비슷하다. 또한, 생분해할 수 있는 친환경적 물질인 키틴은 생체 내에서 신호 전달이 가능한 센서나 물질을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로 키틴 소재 기판에 전자 소자를 올려 이런 기기를 만들 수 있음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키틴으로 투명 종이를 제작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최초로 투명 종이에 전자소자를 올려 그 성능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 교수는 “버려지는 친환경 오징어 폐기물을 이용해 제작한 투명 종이를 기판 필름으로 삼는 유연 전자소자를 개발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다”라고 밝혔다.
 
 
키틴*
셀룰로스의 히드록시기가 아세틸 아미노기로 바뀐 구조로, 수소결합이 강해 분해하기 어렵다.
 
HFIP**
플루오린을 포함하고 있는 불화 용매로 수소 결합을 잘 끊는 성질을 가진 용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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