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양과목 수강 정원 축소 문제를 두고 담당 부서인 인문사회과학부(이하 인사부)와 학부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사부는 오는 가을학기부터 정원 80명 이상의 대형 강의를 폐지, 일반 과목으로 전환하고 한국어 강의 60명, 영어 강의 40명으로 책정되었던 수강 정원을 한국어, 영어 구별 없이 일률적으로 40명으로 조정하였다. 인사부는 수강 정원의 결정은 담당 교수의 고유 권한이고, 특정 과목의 정원 문제를 학생 대표와 협의한 선례도 없어, 학생 대표와 별도의 협의 없이 일괄적으로 40명으로 수강 정원을 조정한 채 교과목을 개설했다. 일부 과목의 수강 정원 축소로 수강 기회를 제한당한 일부 학생들과 총학으로서는 이 과정이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비판할 근거는 없지 않았다.
총학은 수강 정원 축소 사실이 알려진 후 인사부 학부장, 부학부장, 인문사회융합과학대학 학장 등과 수차 협의했다. 그 결과 한국어 강의 3과목의 수강 정원을 8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각 과목에 추가로 10명에게 수강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인사부는 이것으로 ‘합의’가 끝났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총학은 인사부 부학부장과 총학 정책국장이 ‘협의’한 것이지,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협의 과정에서 총학이 보인 미숙한 대응은 논외로 하고, 사안 자체만 놓고 보자면, 교양과목 수강 정원 축소는 그 취지와 방향 면에서 옳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교수와 학생의 긴밀한 소통과 이해를 위해서라면 수강 정원은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이 낫다. 세계의 명문대학 중에는 대부분의 교양과목을 수강 정원 20명 이하로 정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수강 정원 80명 이상의 대형 강의만 하더라도, 신입생 숫자가 1000명 가까이 늘어난 5~6년 전 해마다 격증하는 교양과목 수요를 충당하려 교과목의 특성과 상관없이 정원만 늘려놓은 기형적 제도였다. 최근 몇 년간 신입생 숫자가 800명 내외로 축소되고, 인문사회선택 과목 숫자가 늘어나면서 더는 비정상적인 교양과목 수강 정원을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추진된 것이 이번 수강 정원 축소였다. 하지만 이번 학기 거의 모든 인문사회선택 과목들이 수강 정원을 채운 것을 보면, 학생들의 교양과목 수강 수요에 맞게 충분한 과목이 개설되었는지는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교양과목 수요는 과목 자체를 늘려가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지, 정원을 늘리는 미봉책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총학과 일부 학생들이 수강 정원 축소에 반발하는 데에는 한국어 강의와 영어 강의의 선호가 다르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은 학생들이 한국어 교양과목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희망하는 만큼 한국어와 영어 교양과목의 비율을 조정할지의 문제는 교양과목 수강 정원 문제가 아니라 영어 강의 문제로 인사부가 아닌 별도의 기구에서 논의·검토되어야 할 문제이다. 수강 정원을 놓고 일어난 갈등이 수강 정원이라는 비본질적이고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 학교의 교양 교육 전반에 걸친 혁신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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