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박 인문사회과학부 부학부장 기고

<편집자 주> 본지는 제30대 학부 총학생회 <K’ loud>(이하 총학)와 인문사회과학부(이하 인사부) 간에 일어난 교양과목 정원 조정 논쟁에 대해 다루었다. (관련기사 3면) 본 사안이 학우들에게도, 교수진에게도 민감한 일인 만큼, 총학과 인사부의 갈등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사부의 해당 정책이 다가오는 가을학기부터 시행되며 개강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대치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당사자 모두가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본 사안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양쪽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았다.


인문사회 선택과목 정원 평준화에 대한 인문사회과학부의 입장

개강을 눈앞에 두고 인문사회 선택과목 수강 신청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학생들의 혼동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그릇된 정보의 출처는 총학이다.

카이스트신문은 지난 17일 인사부가 “교양과목” 수강정원을 “40명으로 제한하고, 추가 신청 인원 또한 10명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라고 총학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도하였다. 사실 인문사회선택 과목의 과반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원이 40명이었고, 이번에 40명으로 평준화 대상이 된 과목들은 60명이 정원이던 한국어 강의 과목들과 일시적으로 열렸던 몇몇 대형 강의 과목들이다.

한국어로 강의하시는 인사부 교수님들이 영어강의보다 50%가 많은 정원을 상대로 수업하시게 된 것은 서남표 전 총장님 때부터가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학교정책에 따라 인사부는 가능한 한 많은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도록 권장하기 위해 영어강의의 경우 수업정원 등 기타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강정원의 불균형은 교수님들께 불공평하고 교육적인 측면에서 한국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너무 불리하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리고 특히 우려됐던 것은 교양과목 영어화 정책의 완화 후 일부 학생들 간에 영어강의 기피 현상이 있어 추가수강신청제도 등이 남용되어 정원을 훨씬 넘는 학생들이 한국어 강의를 수강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는 것이다. 즉 이미 불균형적이고, 불공평하고, 교육적으로 불리한 조건들을 학생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스스로 확장하고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KAIST 내에서 인사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시대에 맞는 과학기술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과목들이 영어강의와 동등한 조건으로 진행되도록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너무나 당연했다. 100명이 정원인 대형 강의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일단 수강인원을 평준화하고 운영방법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고 추가수강신청제도 또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했다.

총학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수강인원 평준화로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는 인문사회선택 과목들이 부족해졌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영어로 진행되는 과목들에 학생들이 균형 있게 분포될 경우 수요를 맞추고도 남는다.

‘시대에 맞는 과학기술인재’라는 말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흔히 쓰이는 ‘교양교육’이라는 명칭조차 더는 시대에 맞지 않다고 본다. 인문사회선택과목에서 얻는 지식과 안목은 단순히 교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제 융합과 국제화 시대에서 활약해야 하는 과학기술인에게는 필수적인 교육이다. 참고로 하버드 대학에서는 ‘core curriculum’이라는 명칭을 쓴다. ‘핵심교과목’이라는 것으로 전공과 상관없이 기본으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들이라는 개념이다.

KAIST가 세계적인 bilingual 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을 추구하는 만큼 인사부 또한 분야 일인자들로 교수진을 구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소한 50%의 과목을 의무적으로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

KAIST 학생들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으로 국내 최고 대학에서 공부하는 특혜를 누린다. 본인의 개성을 살려 꿋꿋한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많은 사람인 만큼, 어떤 태도가 본인은 물론 사회에 도움이 될지 또한 생각해 보기 바란다.

강의 내용과 상관없이 오로지 영어 강의라는 것 때문에 피하고 한국어 강의 수강만을 주장하는 태도는 시대에 맞지 않고 본인이나 사회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예전처럼 되돌려달라는 총학의 요구는 여러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많은 학우가 불균형적이고, 불공평하고, 교육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한국어로 강의를 수강하도록 주장하는 이들이 진정 학생대표들이라 할 수 있을까? 왜 교양과목을 영어로 진행해야 하냐면서 외국인 학우, 영어가 더 편한 한국인 학우, 영어가 그다지 편하진 않지만 본인 계발 및 필요한 지식과 안목을 얻기 위해 영강에 도전하는 학우들을 무시하는 배타적인 발언을 생각도 하지 않고 하는 것. 진정한 학생대표들이라 할 수 있을까?

참고로 인사부는 총학과 만나 이러한 사항들을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으며, 가능한 한 타협하고 도우려 했다. 수강인원의 결정은 궁극적으로 교수님들의 권한이고 인사부 전교수가 40명 정원을 평준화하기로 한 이상, 학부 보직자들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이번 학기가 과도기인 만큼 세 분 교수님을 설득하여 80명 정원인 대형 강의 세 개를 한국어로 진행하기로 했다. 학교규정 상 다른 혜택을 드릴 수 없어 조교 두 명씩을 대형 강의에 배정해드리기로 했고 그 부담을 인사부에서 지기로 했다. 졸업 예정자들의 추가수강신청이 수월하도록 증빙서류 제출 시 우선순위를 주시기를 교수님들께 부탁드려 놓았고 학생들이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공지하는 것을 총학에도 부탁했다. 처음에는 총학 대표가 이에 모두 동의했으나, 그 이후 다른 대표가 이미 합의된 사항을 무시하고 다른 요구를 하고 나타나 만나자고 연락했다. 너무 무질서하고 바쁘신 교수님들 대상으로 무례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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