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시작과 동시에 펼쳐지는 수강전쟁, 교양과목 담당 교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수강변경 기간에 이뤄지는 학우들 간의 치열한 눈치싸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강신청제도가 지난해 새로워졌지만, 아직도 많은 문제가 지적된다. 우리 학교 수강신청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외 유수 대학의 눈길을 끄는 독특한 수강신청제도를 알아보자

지난해부터 시행된 추첨식 수강신청제도
2008년까지 우리 학교는 수강신청 시 수강신청 시스템을 통해 먼저 신청한 사람을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하 선착순제)을 사용했다. 이는 대부분 대학교에서 시행 중인 수강신청제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선착순제는 수강신청 시스템에 접속을 하더라도 ‘서버가 다운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성공적인 수강신청에 매우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등 합리적이지 못했다. 또한, 수강신청이 이른 새벽 혹은 점심 시간에 진행되어 다음 수업에 지장을 주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학교에서는 2009년 봄학기 수강신청부터 수강신청제도를 개선했다. 먼저 일정 기간 동안 학우가 원하는 과목을 수강신청하고 나서, 정원에 비해 수강신청한 학우가 많은 과목은 수강 대상을 무작위로 추첨하는 제도(이하 추첨제)가 시행된 것이다.

여전히 졸업 앞둔 학우 배려 미흡해
추첨제는 서버접속 과열 등 선착순제가 갖고 있던 기존의 문제는 해결했지만, 여전히 졸업을 앞둔 고학년과 저학년간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학우가 수강신청제도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 신희민 학우(항공우주공학전공 07)는 “추첨제는 졸업 사정을 맞춰야 하는 고학년 학우에게는 매우 불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몇몇 친구들은 교양필수과목인 ‘Critical Thinking in English’ 과목을 4학년 때까지 수강 신청하지 못해, 결국 교수님의 양해를 구해 사인을 받고 수업을 듣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교양과목으로 24학점 신청한다?
추첨제가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학우들이 교양과목을 필요 이상 신청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학우들의 우려와는 달리 대다수의 학우가 수강신청 시 교양과목만으로 학기 최대 이수학점인 24학점을 신청하는 것은 아니었다. 2009학년도 봄학기 개설된 전공과목 중 12개 과목의 최초 수강신청 인원과 현재 수강하는 인원의 차이를 조사했다. 이때 12개 전공과목은 인문사회선택 과목과 시간이 겹치는 과목으로 선정했다. 인문사회선택 과목 5개가 열리는 화, 목 오후 1시 수업과 10개의 인문사회선택 과목이 열리는 화, 목 오후 2시 30분 수업, 화학실험2와 같이 월요일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열리는 수업 등이 조사 대상이다.

조사 결과 수강신청 기간에 전공과목을 신청한 인원과 확정된 수강인원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12개의 강의 중 최초 수강인원보다 현재 수강인원이 많은 과목은 7과목이고, 적은 과목은 5과목이었다. 하지만, 수강인원이 늘어난 경우에도 수강인원의 차이가 유기화학1과 데이터구조를 제외하면 15명 이내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학우 대다수가 수강신청 기간에 전공과목을 신청하지 않고 교양과목 위주로 수강신청한다는 소문과는 달리, 많은 학우가 수강신청 기간에 전공과목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소수 학우의 교양 과다 신청, 다른 학우 기회 뺏어
하지만, 소수의 학우가 필요 이상으로 교양과목을 신청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신청 방식은 많은 학우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이번 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 전공과목 수업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일단 교양과목으로 24학점을 신청해 2개의 교양과목 신청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 과목은 전공과목과 수업시간이 겹치고, 다른 하나는 내게 필요한 교양이 아니라서 결국 수강신청을 취소했다”라고 말했다.

원성연(화학과 08) 학우는 “매번 신청했을 때 한 개 이하의 교양과목과 4개 정도의 전공과목을 신청할 수 있었다. 반면 몇 친구들은 자신이 듣지도 않을 과목까지 일단 신청해 다른 사람이 수강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뺏어가는 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수강취소가 안되는 것도 문제
수강신청이 끝난 후 수강변경기간까지 자신이 수강신청한 과목을 취소하지 못하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수강신청이 끝나고 자신이 수강하지 않을 과목을 취소하지 못해, 정작 그 과목을 듣고 싶은 다른 학우가 학기 초에 시작되는 수강변경기간까지 확실한 수강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수강변경기간에 교양과목 담당교수의 수강 허가 사인을 받으려는 학우들로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인문사회과학과 이상경 교수는 “이번 학기 수강변경기간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또한, 사인을 받으려는 모든 학생에게 사인해 줘 수강인원이 많아지니 조별 수업과 토론 수업 등을 진행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외국 수강신청제도 1 : 마일리지 배팅제도
그렇다면 선착순제와 추첨제 이외에는 어떤 수강신청제도가 있을까. 싱가포르에 있는 난양대학교에서는 마일리지 배팅 제도를 통해서 수강신청을 한다. 먼저, 모든 학생에게 수강 신청 시 동일한 200마일리지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에 이 마일리지를 자신이 원하는 만큼 배팅할 수 있다. 자신이 수강신청하기를 원하는 순서대로 마일리지를 분배해 수강 신청을 하게 되고, 이렇게 이루어진 수강 신청은 각 수업의 정원에 맞춰 마일리지를 가장 많이 배팅한 사람부터 수강 신청의 기회를 준다. 또한, 마일리지를 배팅할 때 1단위가 아닌 5단위, 혹은 10단위로 수강신청을 하도록 해, 1단위로 수강신청이 좌우되는 것을 방지했다. 또한, 학적팀은 매 학기, 과목 별로 최소 몇 마일리지를 배팅해야 그 과목을 들을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수강신청 할 수 있다.

외국 수강신청제도 2 : 타임 티켓제도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에서는 타임 티켓제도를 이용한다. 타임 티켓이란 학생이 수강신청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지정해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각의 기준은 해당 학생의 입학 후 총 이수 학점이다. 즉, 학점을 많이 이수한 학생일수록 먼저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장점은 졸업에 가까운 학생들이 먼저 수강신청을 할 수 있고, 모든 학생이 한꺼번에 수강신청을 해서 오는 혼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아공대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나상현 학우(바이오및뇌공학과 07)는 “학교에서 학점과 수강신청시작시간의 상관관계는 가르쳐 주지 않아 모르겠으나 대략 10학점당 3~4시간 정도 차이가 있다. 학생들 간의 수강신청 시작 시각 차이가 있어 신입생들은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선배들이 먼저 수강신청을 해 졸업요건을 맞추고, 나중에 후배 역시 그 혜택을 누리므로 큰 상관은 없다. 또한, 수강신청 때문에 수업 중간에 학생들이 나가버리는 현상도 없어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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