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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예술의 세 거장, 화폭에 담긴 그들의 삶을 따라
<거장vs거장_샤갈, 달리, 뷔페展>
[422호] 2016년 08월 17일 (수) 김혜령 alastina@kaist.ac.kr

거장. 자신의 분야에서 세상의 인정을 받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미술계를 풍미한 세 거장인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베르나르 뷔페의 인생과 작품을 한 자리에 묶어 선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그만큼 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이들은, 근현대를 통틀어 사람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였음에도 평탄한 인생을 살지는 못했다. 전시는 예술가들의 삶 속에서 그들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변화해 나갔는지,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작품을 빚어냈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샤갈, 서정적 예술로 삶을 녹여내다

마르크 샤갈의 작품 중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눈에 띈다. 그는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의 여러 감정을 다양한 색채로 표현했다. 샤갈은 특정한 화풍에 얽매이지 않고 인상파의 빛, 야수파의 근대성, 큐비즘의 구도를 흡수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구축했다. 전시된 작품들에서는 사랑에 빠진 연인, 서커스와 광대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가족과 연인에 대한 사랑, 그리고 샤갈이 '두 번째 고향'이라 일컫는 파리의 이미지 등을 담아낸 것이다. 남프랑스의 마을에서 거주할 당시에는 지중해 근방의 따뜻한 느낌을 화폭에 담았다. 이처럼 샤갈은 자신의 삶을 작품에 그대로 녹여내려고 시도했다.

 

고난 속에서 피어난 낭만

전시에서는 샤갈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도 보여준다. 일생의 외로운 순간 속에서 탄생한 시 <홀로인 것은 나의 것>은 샤갈의 솔직한 감정을 담고 있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억압을 피해야만 했던 그는 러시아에서 파리로, 미국으로, 다시 러시아로 옮겨 다니며 평생 이방인의 삶을 살았다. 샤갈의 작품 속 인간들은 늘 하늘에 떠 있는데, 이방인으로서의 자신의 모습과 자유로움, 또 하늘에 대한 숭상을 표현하는 듯하다.

 

달리, 독창성을 뛰어넘는 특이함

낭만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의 예술 세계를 가진 샤갈과 다르게, 살바도르 달리는 강렬하고 독특한 천재였다. 눈을 찌르는 붉은색 벽의 전시관은 그의 정신세계를 대변한다. 달리는 전통적인 미술을 뛰어넘어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는데, 전시에서는 광고, 영화, 가구 등의 많은 분야에 걸친 달리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고전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달리의 천재성은 평면 작품뿐 아니라 청동으로 만든 조각품에도 드러난다. 그는 예술의 한계를 두지 않고 무의식의 세계와 초현실적 이미지를 독보적 스타일로 표현했다.

 

미술과 정신분석학의 융화

달리의 작품에는 자주 등장하는 상징물들이 있다. 프로이트와의 만남을 예술의 영감으로 삼은 달리는 그의 ‘생각 서랍’ 개념을 도입해 서랍을 설치한 인간 조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자신만의 빈 서랍을 상상하며 떠오르는 생각이나 이미지들을 채운다. 달리는 또한 프로이트의 마당에 있던 달팽이에서 영감을 얻어 주요 소재로 사용했다. 그의 그림에서 달팽이는 부드러운 몸의 안쪽과 단단한 껍질을 동시에 가진 역설적인 동물로 나타나며, 친숙한 동물임에도 신선하게 재탄생하여 새로운 느낌을 준다.

 

뷔페, 예술이 즐거울 필요는 없다

베르나르 뷔페는 날카로운 선과 채도가 낮은 색을 사용했으며, 그의 작품에는 앙상한 사람들이 등장해 어둠을 드리운다.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날 것 그 자체의 거칠고 여윈 선, 황량함을 자아내는 건축물들과 냉랭한 정물, 초점 없는 눈빛으로 공허한 곳을 바라보는 인물들은 그의 심정을 대변한다. 뷔페는 2차 대전을 생생히 겪었고, 전후의 황량하고 쓸쓸한 파리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현실에 대한 고발이 필요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뷔페의 그림은 큰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세 거장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지만, 닮은 점 역시 많다. 동시대를 살아온 그들은 굴곡진 삶 속 감정을 그림 깊숙이 녹여냈다. 샤갈과 뷔페는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예술 활동을 지속했고, 달리와 뷔페는 많은 부를 쌓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비판받았음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다. 이러한 안팎의 끊임없는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고 시대를 관통하는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 나갔다는 점, 그것이 바로 세 예술가가 거장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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