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두 세계를 연결하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란 좁은 의미로는 오프라인 소매 산업에 온라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넓은 의미로는 온/오프라인의 융합으로 일어나는 모든 혁신을 말한다. 다시 말해 동네 가게나 오프라인 마트, 더 나아가 청소부, 미용사, 소믈리에와 같은 서비스 제공자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O2O라 부르는 것이다.

사실 O2O 서비스가 등장하기 전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를 연결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클릭 앤 모르타르(Click-and-Mortar)라 불리는 이러한 시도는, 온라인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의 사이 제휴 형태를 띠고 있었다. 소매업자와 온라인 쇼핑몰의 제휴가 대표적인 예시로, 이들은 이러한 제휴를 통해 서로의 시장에서 영향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기는 했어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여전히 별개의 시장으로 남아있었다. 컴퓨터를 켜거나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펴지 않는 이상 온라인에 접속할 방법은 없었기에, 소비자들은 온라인 시장과 오프라인 시장에 동시에 참여할 수는 없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이러한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온라인 접속이 가능해진 소비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온/오프라인 사이를 넘나든다. 음식점 앞에서 그곳의 평판과 후기를 검색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한 후 온라인으로 최저가를 즉시 확인한다. 이러한 변화는 일부 에게는 위기로, 일부에게는 기회로 다가왔다. 좋든 싫든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이에 적합한 새로운 사업 구조를 만들어 내야 했다. 그것이 바로 O2O 서비스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하는 O2O

O2O 서비스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자사의 판매 채널을 ‘옴니채널(Omni-Channel)’로 통합하는 O2O 서비스다. 온라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대형 마트와 같은 기존의 오프라인 소매 사업자들 역시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판매 채널의 확장을 ‘멀티 채널(Multi-Channel)’ 전략이라 일컫는다. 하지만 멀티 채널 전략에서 온/오프라인 쇼핑몰은 서로 다른 부서, 다른 서비스로 취급되어 왔다. 온라인에서 받은 쿠폰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쓸 수 없었고 가격도, 할인 행사도 서로 호환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한정된 시장에서 채널의 수가 늘어나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사이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소매 사업자들은 위기를 느낀다. 자사의 판매 채널에 소비자를 붙잡아 놓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쇼루밍(Showrooming)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물건을 살펴보는 쇼룸처럼 사용하고 구매는 다른 온라인 채널에 가서 하는 현상을 말한다. 아무리 오프라인 매장에 많은 투자를 해도 소비자들은 물건을 확인할 뿐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온라인 유통업체나 대형 마트 같은 소매 사업자들은 옴니채널을 구축해 O2O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옴니채널이란 소비자와 만나는 수많은 접점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채널의 모든 정보가 하나로 통합돼 단일한 판매 채널처럼 행동한다. O2O 서비스는 이러한 옴니채널을 바탕으로 최대의 편의와 효율을 제공해 소비자들을 붙잡는다. 소비자가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물류창고가 아닌 가장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재고를 확인한 후 당일 배송한다. 온라인으로 배송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송할 필요 없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반품할 수 있게 된다. O2O 서비스로 인해 소비자들은 만지고 볼 수 있는 오프라인의 물리적 현장성과 온라인의 시공초월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오프라인을 덧대다

두 번째 부류는 오프라인의 재화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반 O2O 서비스다. 오프라인 음식점들을 연결해 주문/결재를 모바일로 가능하게 한 배달 앱이나, 택시 콜 서비스를 모바일 플랫폼에 접목한 ‘카카오택시’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플랫폼 기반 O2O 서비스는 ‘카카오톡’, ‘네이버’와 같은 기존의 플랫폼에 오프라인 서비스를 덧붙이는 경우와, 새로운 플랫폼 기반 집합자(aggregator)가 생겨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 서비스들은 기존에 온라인화되지 않은 오프라인 서비스들을 온라인에 연결해 시장 참여 기회를 높이고 효율을 극대화한다. 적절한 홍보 수단이나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동네 가게 등 영세 소매상들은 플랫폼을 통해 더 넓은 시장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오프라인을 직접 돌아다니며 찾아야 했던 서비스나 재화를 그 자리에 앉아 조회, 결제, 평가까지 할 수 있게 되어 효율이 증대된다. 가령 미용실 관련 O2O 서비스를 통해 미용사들은 자신의 경력이나 특기 등을 손쉽게 홍보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주변 미용실의 사람 수를 온라인으로 확인해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할 수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 신화

O2O 서비스의 잠재성을 예상하고 시장에 진입한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마지막에 소개한 새로운 플랫폼 기반 집합자에 속한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다. 우버는 택시 기사와 같은 운송업자가 아닌 일반 운전자들을 승객과 연결하여 택시와 같은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O2O 플랫폼 서비스며, 에어비앤비는 숙박 업체가 아닌 일반 주택의 소유자와 여행자를 연결해 방을 대여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이 둘 모두 공유경제에 기반한 서비스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공유경제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필요할 때만 빌려 쓰는 형태의 경제구조를 일컫는다. 공유경제를 통해 소비자들은 재화가 필요할 때 빌려 쓰고, 이와 동시에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재화를 대여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우버는 남는 시간에 운송 서비스를, 에어비앤비는 자신의 남는 방을 대여해 수익을 얻는다. O2O 기반 공유경제는 오프라인 재화의 사용 여부를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관리해 더욱 높은 효율을 창출할 수 있다. 그 결과 우버는 작년 5월 기준 58개국 300여개 도시로, 에어비앤비는 191개국 3만4,000여개 도시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이들의 성공에 힘입은 수많은 업체들이 공유경제형 O2O 서비스에 뛰어들었으다. 이러한 서비스는 악기, 공구, 보트 대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우버화(Uberification)’라 일컫는다. 벤처펀딩 전문 리서치 회사인 CB인사이트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5년 4월까지 미국 O2O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79억 달러였다.

 

새로운 시장, 속출하는 새로운 문제

이처럼 투자자들의 큰 기대를 받던 O2O 사업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 들어서까지도 우버나 에어비앤비의 뒤를 잇는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O2O 플랫폼 사업의 발목을 잡는 문제들이 속속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O2O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빠르게 수그러드는 추세다. CB인사이트에서 제공한 글로벌 O2O 서비스에 대한 펀딩 규모를 살펴보면, 3대 O2O 기업인 우버, 에어비앤비, 디디추싱을 제외한 기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된 거래당 평균 금액이 약 2000만 달러로, 지난 1년 중 가장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 기반 O2O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의 부재다. 우버의 사업 모델을 따라한 많은 O2O 스타트업들이 마땅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사장되었다. 플랫폼 기반 O2O 사업과 같은 중개업의 주 수입원은 서비스 중개에 따른 수수료다. 하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면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배달 앱 1위 업체 ‘배달의 민족’이 작년 8월, 수수료 0% 정책을 내건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게다가 이러한 형태의 중개업은 기술 장벽이 낮고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플랫폼간 가격 출혈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문제는 중개하는 서비스의 신용도와 관련된 문제다. 플랫폼 O2O 서비스는 특성상 중개하는 서비스의 질이 성공 여부를 크게 좌우한다. 서비스로 중개 받은 미용사나 청소도우미의 실력이 시원치 않으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2월 21일 총기를 난사해 6명을 살해한 45세 남성이 우버택시 운전사로 밝혀져 충격을 준 바 있다. 플랫폼 자체가 서비스 제공자들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중개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 기반 O2O 사업은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자질 검증이 힘들 수 밖에 없다.

이 외에도 제공하는 O2O 서비스가 기존의 규제들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공유경제 기반의 O2O 서비스는 기존에 시장에 참여하지 않던 서비스 제공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인다. 이 경우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들의 자격과 관련된 법적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일반인을 택시 운전수로 사용하는 우버의 경우 세계 각국에서 불법 운송업 관련 소송이 진행중이며, 일반 주택을 숙박 업소로 사용하는 에어비앤비의 경우 부동산 단기 임대업이나 도시민박업 관련 규제와 충돌한다. 공유경제식 서비스 제공자에게 과세를 어떻게 할 지도 문제다. 우버택시 운전사와 같은 경우 기존의 업종 분류에 집어넣기도 애매할뿐더러 수입을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노동법과 관련된 문제도 등장한다. 우버의 뒤를 이을 유망한 O2O 서비스로 주목받던 미국의 ‘홈조이’는 청소인력과 고객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한때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계약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소송이 발생하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불거지며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해 폐업했다. 

 

우버 모델에서 벗어나다

우버화에 대한 회의가 불거진 이후, 플랫폼 기반 O2O 스타트업들은 우버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코스트코’와 같은 방식의 가입비를 받거나, 검증된 전문 인력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한 B2C(Business to Consumer) 사업을 포기하고 기업을 상대로 한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에 집중하기도 한다. 개인정보의 열람이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 등지에서는 서비스 제공자의 자격 검증을 대행해 주는 사업도 등장하고 있다. 

한편, 신규 O2O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플랫폼 기반 O2O 시장이 대형 IT 사업자 위주로 개편되고 있다. LG 경제연구소의 장재현 연구원은 현재 O2O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시장은 양극화된 상태라고 언급하였다. 우버와 같은 대형 사업자에게는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소규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여유가 있는 후발 IT 대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장 연구원은 O2O 플랫폼 시장 역시 대형 사업자가 장악한 상태에서 소규모 사업자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로 치고 올라오는 일반적인 시장 구조로 변해갈 것이라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O2O, 어디까지 왔는가

우리나라의 O2O 산업은 활성화가 덜 되었을뿐더러, 기존의 오프라인 중개 서비스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긴 형태의 O2O 서비스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경우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중개업자를 거치는 것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기에 상대적으로 노동법 관련 문제 등은 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O2O 서비스가 오프라인 중개업과 겹치는 만큼 이권 다툼이 빈번하게 생겨나고 있다. 가령 카카오에서 대리운전기사 호출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를 출시한 후, 일부 대리운전업체에서 카카오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대리운전 기사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 드러나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각종 규제와 관련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역시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6일 서비스를 종료한 청소 도우미 중개 서비스 ‘홈클’은 고용 관련 규제로 난항을 겪었다. ‘홈클’은 현행법상 유료직업소개업에 속해 직업안정법의 제21조2 선급금 수령 금지조항의 영향을 받는다. 이 법에 의하면 유로직업소개업자가 구직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구인자로부터 선급금을 받아서는 안된다. 중개업자가 미리 고객에게 돈을 받아 청소도우미에게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앱으로 카드결제를 한 후 도우미를 배정하는게 불가능해진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청소도우미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했기에 홈클은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O2O 서비스는 두 세상을 하나로 통합하며 새로운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소매 사업자들은 자신의 온/오프라인 채널을 옴니채널로 통합해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반 O2O 사업자들이 등장해 오프라인의 재화를 온라인에 연결하고 있다. 비록 O2O 시장이 대형 사업자 위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되며, 많은 규제 역시 존재하지만 기발한 서비스를 내세우는 신규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만을 취하는 O2O 서비스가 가져올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