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어떤 관점에서는 선택의 연속이다. 학원에 다닐지, 혼자 힘으로만 공부할지. 어떤 학교에 원서를 넣을지. 친구의 부탁을 받아줄지. 당장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어떤 과목을 수강 신청할지, 어려운 과목을 드랍해야 할지, 피곤한 날 수업에 출석해야 할지 우리는 매일 선택하고 있다.

삶이라는 것의 안에는 선택이 많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는 후회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 시험 기간에 공부하는 대신 노는 것을 선택한다면, 나중에 시험점수를 보면서 그때 공부해야 했다고 후회하게 된다. 사소한 말실수로 사이가 멀어진 친구를 생각하면, 그때 자신이 좀 더 잘 처신해야 했다고 후회하게 된다. 할인 기간에 충동적으로 사버린 쓸모없는 물건, 한눈팔고 있다가 잃어버린 귀중품, 선약을 잊어버려서 겹쳐버린 두 개의 약속. 누구든 한 번쯤은 겪어 보았을, 우리의 삶에서 후회를 불러오는 것들이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일들은 후회를 불러오며, 그 깊이 역시 사소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일부터 며칠 동안 그것에만 빠져있게 만드는 치명적인 일까지 다양하다.
사람은 시간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기에, 이미 일어나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후회해봐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후회는 고통스러운 것이다. 자신이 왜 그랬던 것인가, 에서 시작되는 생각은 쉽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스스로 자아를 후벼 파며 책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매 순간 최대한 현명한 선택을 하려고 하지만 이것은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모든 판단이 옳은 것도 아닌 것은 물론이고, 어떤 경우에는 절대적인 이득과 손해가 아닌 동등한 가치를 지닌 선택지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의 문제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절대로 후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서 말한 선택 때문에, 과거를 떠올리는 중에서 발생하는 후회라는 감정에서 인류는 자유롭지 않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것이 바로 현재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만약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로 눈을 돌린다면, 자연스레 후회할만한 일을 생각하는 것은 줄어들 것이다. 과거를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후회에 빠져서 자신을 좀먹게 되므로 경계하라는 의미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의 과오를 되새기는 것은 필요하지만, 만약 그 과오에 빠져서 후회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밑도 끝도 없는 절망으로 떨어져 가게 된다.
나 자신 역시, 과거를 주로 바라보던 사람이었다. 처음엔 단지 나의 잘못으로 사이가 멀어진 친구 관계에 대한 후회였지만, 그 후회에만 빠져있느라 나는 주변에서 걱정해주는 것도, 곧 준비해야 하는 시험도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나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혼자가 되었고, 그런 마음 상태로 치른 시험은 당연히 잘 보지 못했다. 그것은 더 깊은 후회를 낳고, 후회는 또 후회가 될 일을 낳는 것을 반복하며, 나 자신은 서서히 후회에 좀먹혀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내 주변에 있던 한 학우가 손을 내밀어 줘서 나는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후회의 위험성을 뚜렷하게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나는 몸을 돌려 앞으로 펼쳐진 시간을 바라보았고, 과거의 괴로운 일을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여름 방학의 반이 지나간 지도 꽤 되었다. 방학이 반이나 지나갔다는 사실에, 지금까지 한 일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제 후회를 멈추고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해보도록 하자.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바로 현재의 일을 즐기는 것이다. 스스로가 후회할만한 과거는 이제 잠시 내려놓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의미 있는 일에 현재를 쏟아부어라. 그렇다면, 당신은 후회라는 깊은 심연으로 빠져가는 것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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