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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과학, 변화를 해석하다
[422호] 2016년 08월 17일 (수) 심혜린 기자 shrin11@kaist.ac.kr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1859년 린네 학회에서 다윈과 월리스가 진화론을 발표한 이래 진화론은 지난 160여 년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진화학자가 새로운 가설과 증거를 제시하며 진화론을 보완하고 발전시켰다. 다윈 이후 160년, 지금의 진화론은 어떤 모습일까? 현대 진화론의 다양한 가설과 그를 둘러싼 논쟁, 이와 더불어 진화론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다윈 이후 160년, 진화론은 진화한다

변치 않는 종의 개념과 진화론의 등장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종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지식이었다. 기존의 종으로부터 새로운 종이 등장한다는 진화론을 체계적인 학설 형태로 처음 제시한 사람은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다. 라마르크는 1809년 발간된 <동물 철학>을 통해 용불용설과 획득 형질 유전으로 대표되는 주장을 펼친다. 용불용설은 빈번하게 사용하는 기관은 점차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점차 퇴화해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획득 형질 유전은 환경적 요인, 기관의 용불용 등에 의해 발생한 변화가 자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라마르크는 환경이 변하면 동물이 살아가기 위한 요구 조건이 달라지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행동을 하게 되어 동물에게 변화가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 진화론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에 의해 제창된 개념인 자연 선택이다. 다윈과 월리스 두 사람 모두 라마르크의 주장에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두 사람이 주장한 진화의 방식은 라마르크의 주장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환경의 영향에 대한 견해다. 라마르크는 환경이 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다윈과 월리스는 환경을 중요한 요인으로 여겼다.

<종의 기원>, 자연 선택을 주장하다

1859년 다윈은 진화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요약한 저서 <종의 기원>을 출간한다. 다윈은 20여 년 가까이 진화론에 대한 발표를 미뤄왔지만 유사한 생각을 담은 월리스의 논문을 보고 논문 발표와 책의 출간을 결심했다. 

다윈과 월리스의 주장은 살아남지 못한 개체의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데 실패하고, 살아남은 개체의 형질이 전달되며 진화가 일어났다는 기본 개념을 공유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다윈은 먹이를 둘러싼 개체 간 생존 경쟁에서 이긴 개체가 살아남는다고 생각한 반면, 월리스는 다양한 변이를 가진 개체 중 환경에 적응한 것만이 살아남게 된다고 생각했다. 사육 상태와 자연 상태에 대한 변이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의견은 차이를 보였다. 다윈은 인위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는 사육 상태에서 일어나는 변이를 확장해 자연 상태의 동물 진화를 설명하려 했지만, 월리스는 사육 상태와 자연 상태의 환경이 다르므로 한쪽의 원리를 다른 쪽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윈은 자연 상태에서 선택의 주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반면 월리스는 환경에 대한 적응 여부가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이며, 선택의 주체는 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다윈은 기후와 같은 전세계적인 요인은 진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월리스는 이러한 요인도 좁은 지역 내에서 조금씩 다를 수 있어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종의 기원> 출간이 학계와 사회에 미친 영향을 다윈 혁명, 혹은 지적 혁명이라 일컬을 정도로 <종의 기원>이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20세기의 유명 진화학자인 에른스트 마이어는 그의 저서 <오래된 논증>을 통해 다윈 혁명의 결과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했다. ▲공통 조상으로부터 생물 종이 발산했다는 설명으로 종이 창조되었다는 믿음에서 벗어났다 ▲자연이 생존 경쟁을 위한 장소라고 인식했다 ▲진화로 인한 변화와 적응이 늘 진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입증해 진보와 완벽함을 추구하던 빅토리아 시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윈은 틀렸다", 다윈 진화론의 침체

하지만 다윈이 주장했던 이론은 완벽하지 않았다. 우선 다윈의 진화론은 변이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했다. 또한, 다윈은 유전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에 변이가 자손에게 전달되는 방법을 설명하지 못했다. 게다가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이 여러 세대에 걸쳐 쥐의 꼬리를 잘라도 자식 세대 쥐의 꼬리가 짧아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용불용설을 부정하며, 다윈도 동의했던 획득 형질 유전 역시 틀렸음이 밝혀졌다. 자연 선택은 명백히 해로운 형질을 제거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또한, 다윈이 주장한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기에는 지구의 역사가 너무 짧다는 비판도 있었다.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지구의 나이가 2000만 년에서 최대 2억 년 정도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윈 진화론을 대체하기 위해 ▲진화의 방식은 자연 선택뿐이라는 월리스의 신다윈주의 ▲변이는 환경에 의해 발생하거나 오래된 습관의 결과라 주장하는 신라마르크주의 ▲변이와 진화는 미리 정해진 방향대로 일어난다는 정향진화설 ▲돌연변이에 의해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는 돌연변이설 등 다양한 진화 이론이 등장했다. 

이렇듯 침체하던 다윈의 진화론을 또 한 단계 도약시킨 이론은 다름 아닌 멘델의 유전법칙이다. 하지만 이는 비교적 최근의 일로, 멘델의 법칙이 재조명된 1900년대 초반 멘델의 법칙은 오히려 다윈 진화론을 침체시키는 데 일조했다. 부모에게 없는 새로운 형질이 자손에게 나타날 수 없다는 유전적 지식은 작은 변이가 꾸준히 일어나 새로운 종이 만들어진다는 다윈의 연속 변이 개념과 대립했기 때문이다. 

다윈과 멘델을 통합한 종합설 등장해

멘델의 유전법칙과 다윈 진화론의 접점은 20세기 초반, 집단유전학과 수리유전학의 등장을 통해 밝혀진다. 학자들은 개체군이 지닌 표현형의 변화를 유전자 빈도 변화로, 돌연변이를 변이 축적을 위한 과정으로 해석했다. 수학적 모형을 통해 유익한 유전자의 빈도가 집단 내에서 증가한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소집단에서는 유전적 부동을 통해 진화를 일으킬 정도의 유전자 빈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처럼 진화와 종 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 새로이 발견되고, 진화에 관한 여러 이론이 등장하자 1930년대에는 기존 이론들을 합쳐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는 진화의 근대 종합설이 등장했다.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의 <유전학과 종의 기원>, 에른스트 마이어의 <계통학과 종의 기원> 등을 통해 제창된 종합설은 다윈의 사상과 멘델의 유전학을 통합하고, 용불용설을 주장하는 라마르크의 유전론을 거부한다. 종합설은 다윈 진화론이 설명하지 못했던 변이의 원인과 전달 과정을 유전의 원리를 통해 설명했으며, 자연 선택되는 적합한 변이를 지닌 개체를 환경에 가장 유리한 대립 유전자 또는 유전자의 조합을 가진 개체라 규정했다.

생명 과학과 더불어 발전하는 진화론

종합설 이후에도 진화론은 계속해서 발전했다. 1950년대에는 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지구 나이가 45억여 년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으며, 왓슨과 크릭이 DNA의 분자 구조를 밝혀 분자생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분자생물학을 바탕으로 곧 분자 수준의 변이는 자연 선택과 무관하게 중립적이며, 우연히 집단 내에 축적되며 진화를 일으킨다는 중립설이 등장했다. 이에 의하면 특정 유전자를 이루는 뉴클레오타이드 변화를 파악해 서로 다른 생물이 언제 분화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 1970년대에는 거의 모든 진핵생물의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호메오박스가 발견돼 발생과 진화의 연관관계가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는 곧 생물들의 발생 과정을 비교하며 발생 과정의 변화가 가지는 의미를 찾고, 공통의 조상 관계를 파악하는 진화발생생물학(Evo-devo)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기존 진화론의 근간을 이루던 경쟁 대신 공생을 통해 진화를 설명하는 공생진화론도 등장했다. 린 마굴리스는 1970년 <진핵세포의 기원>이라는 저서를 통해 원핵세포와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등이 공생해 진핵세포를 만들었다는 세포내공생설을 제시했다.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 사이에는 유전자 발현과 전달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또한, 후성유전학을 통해 라마르크의 이론이 재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8년 레나토 파로의 초파리 배양 실험은 획득 형질이 유전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실험이자, 유전 물질 이외의 것도 유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진화론, 끝나지 않은 논쟁

진화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진화의 방법과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견해와 관점이 존재하며, 진화학자 간 논쟁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 진화론의 여러 갈래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진화학자는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도킨스가 대표적이다. 굴드와 도킨스는 ▲자연 선택이 일어나는 수준 ▲진화의 속도와 양상 ▲진화와 진보의 관계 등의 측면에서 서로 대립하는 주장을 펼친다.

자연 선택은 어느 수준에서 작용하는가

리처드 도킨스, 조지 윌리엄즈, 로버트 트리버즈 등은 자연선택이 유전자 수준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1976년 리처드 도킨스가 발표한 이기적 유전자론은 진화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주목 받았다. 도킨스는 진화가 개체나 종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협동, 희생 등 이타적으로 보이는 동물의 행동 역시 유전자의 측면에서 보면 개체가 지닌 유전자의 전달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도킨스의 의도와 달리 유전자가 생물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으로 해석되기도 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반해 유전자 선택론을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이라 비판하는 진화학자도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를 비롯해 앨리엇 소버, 데이빗 월슨 등은 “진화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세포, 개체, 개체군, 종, 속 등 상위 모든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다”라는 다수준 선택론을 지지한다. 하지만 유전자 선택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다수준 선택론에서 주장하는 집단 수준의 진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고 비판한다. 상위 수준에서 진화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이를 결과적으로 유전자의 진화로 해석할 수 있어 다수준 선택론에는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다수준 선택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유전자 선택론과 다수준 선택론에서는 진화의 과정을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고 반박한다. 유전자 선택론이 집단 내 구성원에게 작용하는 자연 선택만을 고려한다면 다수준 선택론은 그에 더불어 집단 간에 작용하는 자연 선택을 함께 고려한다는 것이다.

진화 속도 논쟁, 단속평형론과 점진론

진화의 속도와 양상에서는 단속평형론과 점진론이 대립한다. 19세기 다윈은 진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난다고 믿었으며, 이 생각은 종합설을 거쳐 현대의 다윈주의 진화학자들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한편 1972년, 굴드는 점진론을 부정하는 단속평형론을 제안해 큰 주목을 받았다. 진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긴 정체기와 짧은 변화기를 반복하며 도약하듯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굴드는 다윈이 “지질학적 기록이 불완전하다”라고 해석했던 지질학적 기록의 불연속성을 단속평형론을 통해 해석한다. 이에 대해 도킨스를 비롯한 다윈주의 학자들은 다윈의 점진론이 진화가 늘 똑같은 속도로 일어난다는 등속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단속평형론과 다윈이 주장한 점진론은 척도에 차이에 의한 것으로, 단속평형론에서 주장하는 짧은 시간의 변화가 지질학적인 시간 척도에서 짧음을 뜻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무척 긴 기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한편 굴드는 소집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소적 종분화(allopatric speciation)과 거대 돌연변이 등을 단기간에 벌어질 수 있는 진화의 원인으로 꼽는다. 소집단에서 우연히 일어난 유전적 부동은 집단 내 유전자 빈도에 큰 영향을 미쳐 자연 선택 없이도 진화와 종분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진화 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비판을 받는다. 거대 돌연변이로 인한 진화 역시 등장 가능성도 작을뿐더러 성공적인 돌연변이가 생길 가능성은 더욱 작다는 점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진화발생생물학이 등장하고, 호메오박스가 발견되며 개체 발생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는 거대돌연변이의 등장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었다.

진화의 결과는 진보인가

진화와 진보의 관계에 대한 견해차 역시 진화론 논쟁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굴드는 진화가 진보가 아님을 설명하기 위해 <풀하우스>라는 책 한 권을 저술한 적이 있을 정도로 진화가 진보를 동일시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한다. 많은 사람이 생물종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이 생명의 진보라 여기며, 진화가 복잡성이 점점 증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고 믿지만 실제로 그런 추세는 없다는 것이다. 굴드는 종 다양성의 증가라는 진화 결과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생명체에서 변이의 폭이 넓어지며 발생한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지 종 다양성의 증가를 향해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주장한다. 이에 대해 도킨스를 필두로 한 학자들은 진보를 적응의 관점에서 해석해 진화를 진보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복잡성 등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진보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특성의 축적을 진보라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론의 확장: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

진화론은 생명과학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문화 등 다른 분야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쳤다. <종의 기원>이 출간되자마자 사람들은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을 생물학적 진화뿐만 아니라 면역계, 중추신경계, 과학 이론, 언어 등에 적용하고자 시도했다. 이 중 일부는 다른 학문에 진화론의 개념을 유입해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일부는 진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인식으로 인해 논란과 혼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진화론의 오해가 낳은 비극, 우생학

진화사회학과 우생학은 진화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파생된 대표적인 분야다. 진화사회학은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지 30여년이 채 지나지 않은 1880년대 최초로 등장했다. 다윈주의 진화론의 가장 주요한 내용인 적자생존을 사회의 발달에 적용한 진화사회학은 군국주의, 우생학, 자유 방임 경제, 규제 없는 자본주의 등을 정당화했다. 

진화사회학의 발전에는 라마르크 이론 역시 영향을 미쳤다. 다윈 진화론이 침체기를 겪던 20세기 초반, 빠른 속도의 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 라마르크의 획득 형질 유전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진화와 진보를 동일시하는 라마르크의 견해는 라마르크의 옹호자 중 하나였던 허버트 스펜서에 의해 더욱 견고히 발전한다. 스펜서는 <인간의 진보>, <진보의 법칙과 원인> 등 그의 논문과 저서를 통해 적자생존을 주장하고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옹호했다. 

우생학은 진화사회학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종의 선천적 형질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생학은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에 이해 창시되었으며, 골턴은 그의 저서 <유전하는 천재>를 통해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진 사람의 분별력 있는 조혼 장려 ▲심신 나약, 범죄자적 기질이 있는 사람들의 결혼 제한 등을 제안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우생학이 유행하며 1914년에는 미국의 30개 주에서 정신박약자의 결혼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진화사회학과 우생학의 발달은 인종차별론을 부각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 정신질환자와 장애인 학살의 비극을 일으킨 나치의 이론을 지지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1961년까지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제로 불임 수술을 받았다.

진화 개념을 이용해 인간을 설명하다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시도 역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인간사회생물학, 인간행동생태학, 진화심리학, 문화진화론 등이 진화론적 방법을 인간 본성 연구에 적용해 새롭게 등장한 분야다.

다윈은 <종의 기원> 결론 부분에서 인간의 심리도 진화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내용을 서술했다. 실제로 20세기 초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동물행동학이 발전하고, 20세기 후반에는 심리학이 동물행동학을 만나 인간의 심리를 진화론적으로 이해하려는 진화심리학이 등장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환경 변화에 따라 심리적 적응이 어떻게 일어났으며, 자연 선택이 심리를 어떻게 진화시켰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이 심리학적 현상을 지나치게 적응으로만 설명하려 한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진화심리학은 성적 차이를 설명하는 데 많이 활용되었는데, 이는 조상들의 생활 방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한, 강간이나 외도 등이 적응에 의한 결과라는 주장으로 학계 내부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학계,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류의 문화가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는 문화진화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도킨스에 의해 처음 제시되고 철학자 대니얼 데닛에 의해 더욱 발전한 밈(meme) 개념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문화 복제자의 개념으로 등장한 밈은 이렇다 할 경험적, 이론적 연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그 후 문화진화론은 현대 진화론에서 사용하는 수학적인 모델과 방법으로 문화의 분석을 시도하며 발전했다. 그러나 문화진화론은 문화 정보의 획득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로, 문화 형질이 독립적으로 복제되며 전달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생물의 유전 과정과 문화 과정의 유사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다양한 학문과 융합하는 진화론

한편, 1980년대 이후부터는 게임이론을 이용해 진화를 설명하는 시도도 이루어졌다. 게임이론은 서로 다른 행위자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수학적 분석 방법으로, 진화론에서 게임이론의 적용은 1982년 존 메이너드 스미스가 <진화와 게임이론>이라는 저서를 통해 최초로 시도했다. 이와 같은 시도는 같은 종 내 협력 관계나 다른 종 사이의 공생 관계 등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국제 질서를 해석하려는 국제정치진화론, 인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파악해 질병 치료에 적용하려는 진화의학론, 기업 간 생존 경쟁을 설명하는 기업진화론, 경제를 진화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진화경제론 등의 분야도 등장하고 있다. 

 

이렇듯 진화론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계속해서 진화해왔다. 여전히 진화론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과의 대립이 일어나고 있고, 진화의 방법에 대한 견해차로 인해 학자들 간 대립으로 끊임없는 논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화론이 19세기 이후 과학과 사회, 정치에 두루두루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다. 더 먼 미래에는 과연 진화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미래의 진화론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본다. 

 

참고 문헌

<진화론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신현철

<진화하는 진화론: 종의 기원 강의>, 스티브 존스

<센스 앤 넌센스>, 캐빈 랠런드•길리언 브라운

<다윈의 식탁>, 장대익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최종덕•임지현•전방욱•강신익•김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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