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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예술의 역사를 조망하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421호] 2016년 05월 31일 (화) 우윤지 snailhorn@kaist.ac.kr
     

 

   
 생선이 있는 풍경, 강홍구, 1999년

현대 미술을 이야기할 때, 사진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사실 그대로를 담는 사진이 예술을 표현한다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은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사진이 어떻게 새로운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는지 설명한다.

사진이 예술이 되기까지
한국 사진의 역사에서 1989년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외국에서 유학한 작가들이 귀국해 활동하기 시작했고,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사진 매체에도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었다. 이제 사진은 기록의 영역을 넘어서 추상적이고 비평적인 관점을 탐구한다. 주명덕의 <잃어버린 풍경>은 사진으로 회화적 모노크롬(pictorial monochrome)을 선보이고, 구본창은 <태초에>에서 사진을 실로 꿰매 이어붙여 평면적인 사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개념미술, 작가의 주장을 말하다
전시장 입구에서 알록달록한 색감의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을 재현한 김연두 작가의 사진이다. 왜곡된 원근감과 비현실적인 사진 속 상황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개념적 미술(conceptual art)은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예술가의 아이디어와 작가의 주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술사조다. 처음으로 사진을 개념미술의 매체로 도입한 작가는 성능경이다. 그의 첫 사진 작업인 <S씨의 반평생>은 단체 사진에서 자신의 눈만 까맣게 먹칠해 사회에 속한 개인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개념미술 작가들은 사회 비판적인 작품을 그려내며 예술가들의 사회 참여를 유도했다.
전시는 다양한 각도의 ‘개념미술’을 포괄하려 시도했다. 강용석의 <동두천 기념사진> 시리즈는 미군과 한국 여성 커플들의 모습을 통속적인 시각으로 담아내며 미군이 주둔하는 현실을 기형적으로 묘사한다. 김옥선의 <해피투게더> 또한, 백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 부부의 일상을 낯설고 불안정한 모습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이 작품들이 개념미술에 포함되는지는 논란이 분분하다.

사진으로 퍼포먼스를 기록하다
2000년 이후, 다양한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를 통해 국제미술이 유입되면서, 퍼포먼스와 작품 설치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진은 현장을 기록하며 관람객이 예술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의 정체성은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소재 중 하나다. 오인환은 <우정의 물건>에서 자신과 친구의 집에 공통으로 있는 물건을 한데 모았다. 공통되는 물건이 둘의 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전시실에는 화가의 집에서 나온 물건이 실제로 전시되어있어, 관람객 자신과 비교해보도록 한다. 니키 리는 문화적, 사회적 환경에 따라 개인이 변화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그의 <프로젝트> 시리즈는 작가 자신이 특정 집단의 옷차림, 말투, 행동양식 등에 맞추어 행동하며 집단에 동화된 모습을 스냅사진으로 담았다.

디지털이 만드는 이미지 너머의 풍경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발달하며 이제 사진은 현대 예술의 매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작가들은 사진의 사실적 이미지를 전복시켜 반미학적이면서 초현실적인 성격을 부과한다.
오형근의 <Cosmetic girls>는 작가가 생각하는 현대 여고생의 평균적인 초상화다. 경직되고, 긴장된 표정의 소녀들은 불안함을 애써 감춘 채 카메라를 바라본다. 작가는 그들만의 획일화된 화장기법을 부각해 유형화된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강홍구의 <생선이 있는 풍경>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있는 커다란 갈치 한 마리가 골목길의 평범한 일상을 깨뜨린다.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작품은 관람객을 기만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9년 이후 한국 현대 사진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다양한 시각의 작품이 한 공간에 전시되면서, ‘개념미술’의 의미가 퇴색되는 경향이 있었다. 좁은 전시실에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관람객의 동선에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 현대 사진미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나, 단선적이고 애매한 분류로 인해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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