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한 동물을 좋아한다. 주로 어린 초등학생들이 이름을 많이 외우고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 대상이다. 아동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 영화 등에 많이 등장하는 주인공이자, SF 소설과 영화에도 단골로 출연하는 그의 정체는, 다름아닌 공룡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공룡에 관해서 물어보면 다들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미 오래전에 멸종하였고, 몸 크기와 비교하면 뇌는 작은 멍청한 파충류라고 말이다. 대부분은 공룡이 어릴 때의 추억이자 자라면서 점차 잊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나이 스물이 되도록 공룡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흥미롭게 생각하는 반면, 과거를 들쑤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사실 공룡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고 놀라운 동물들이다. 여러 공룡학자와, 공룡을 사랑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보는 공룡은 1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생태계의 우위를 차지한 생물의 놀라운 적응력과 신비로움, 그리고 진화의 교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일부는 멸종하지 않고 우리의 곁에서 공존하고 있다. 바로 조류이다.

공룡이 살던 당시 지구의 대기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매우 높았고, 산소의 농도는 현저히 낮았다. 그들은 ‘기낭’이라는 새로운 호흡체계를 갖춤으로써 효율적으로 산소를 흡수할 수 있었고, 현재 사는 대형 포유류의 몇십 배나 되는 몸집으로 자라면서 번성할 수 있다. 이러한 효율적인 호흡체계는 오늘날 조류가 산소가 희박한 하늘을 호령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게다가 직립보행이라는 장점 덕분에 당시 파충류들보다 먹이 경쟁에서 유리하였고, 이들이 군림하던 당시 포유류는 거의 정체된 형태의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타 생물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이런 점에서 공룡은 파충류가 아닌 조류에 더 가까운, 생물학적으로 굉장히 진화된 형태의 개체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여러 화석을 관찰해보면, 많은 공룡이 사회적으로 발달한 동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둥지 위의 새끼를 돌본 흔적이 있는 여러 초식공룡의 화석은 그들이 지닌 모성애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무리 사냥을 하였던 소형 육식공룡부터 시작하여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대형 육식공룡까지도 가족 단위로 사냥을 하였다는 점은 이들이 단순히 뇌가 작은 멍청한 동물이 아님을 선사한다.

여러분은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아는가?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 선조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훈을 얻으며, 우리가 모두 인간답게 살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지금도 고생물학자들이 진행하는 연구들은 과거에 우리가 바라보던 공룡의 모습을 사실과 가깝게 바꾸어주면서 충격을 선사해주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단순히 과거를 파헤친다는 느낌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과거의 위대한 이 동물은 수억년 간 자연 속에서 다듬어진 진화의 산물로써, 현재 우리 곁에 남아있는 생물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일깨워준다. 조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룡이 멸종함으로써 결국 포유류가 그 빈자리를 메꾸며 진화할 수 있었고, 인류 또한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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