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10시. 걸그룹 트와이스가 우리 학교 축제 마지막을 장식했다. 트와이스가 무대에 올라오기 직전, 도서관 옥상에는 안전팀 추산 500여 명의 팬이 있었다. 도서관 옥상은 애초에 출입금지 구역이며 난간도 허술하여 위험천만한 곳이다. 팬들은 올라갈 수 없고, 가서도 안 되는 곳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며 무대를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
아이돌의 팬들은 무대에 오른 모습을 더 잘 보기 위하여 까치발은 물론 높은 곳이라면 어디든 올라갔다. 나무 위는 물론이고 세워진 자전거에도 올랐다. 작은 자전거에 여럿이 오르는 바람에 자전거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렇게 망가진 자전거에 필자의 친구 것도 있었다.
아저씨 팬들의 극성은 더 했다. 자신들의 키보다 더 큰 삼각대와 거대한 망원렌즈(일명 대포)와 카메라를 가져와 사진을 찍어댔다. 이 과정에서 정작 제대로 무대를 지켜봐야 할 관객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를 말리는 기획단과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일본 방송 보도에 따르면 어떤 아이돌의 앨범 75장을 사주면 이 아이돌이 1주일간 모닝콜을 해주고 150장을 사면 1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해준다고 한다. 극성 팬이 있으면 극성 마케팅이 있는 법이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이 길을 걷지는 않을까. 이렇게 열정을 넘어서 극성을 치닫게 되면 팬심은 광기에 이를 수 있다. 지난 21일 일본의 20살 아이돌 도미타가 극성팬에 의해서 흉기에 난자를 당하는 일이 생겼다.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은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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