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 수는 껑충, 개설 강좌수는 제자리 걸음

지난해 12월 1일, 교양 과목 추첨 발표가 끝나자, 아라에는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우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교양과목이 하나도 신청되지 않았다며 좌절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는 졸업학년인 학우도 더러 있었다. 해마다 학우들을 울리는 교양과목 신청 문제,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았다

교양 과목 수강 신청 문제 심각해
지난 2월 9일 경제학 개론 수업은 시작 후 20분 가까이 진행되지 못했다. 강의실을 가득 메우고 문밖까지 줄지어 서 있는 학우들 때문이었다. 대부분 수강 신청 변경기간 중 담당 교수 사인을 받아 수강 신청을 하려는 학우들이었다. 결국 이날 수업은 터만홀로 장소를 옮겨 진행되었고, 경제학 개론 수강 인원은 정원 40명에서 316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사인을 받으러 온 한 학우는 “수강 신청 기간 중 교양 과목이 하나밖에 신청되지 않았다. 오동훈 교수님이 사인을 잘 해주신다는 소문을 들어서 이렇게 수강 변경원을 들고 오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경제학 개론뿐 아니라 다른 교양과목 역시 사인을 받으러 온 학생들로 붐볐다. 또 다른 학우는 “신청기간에 총 24학점을 신청했는데 추첨 결과 하나도 신청 되지 않았다. 변경기간에 사인을 받아 현재 전공 15학점과 교양 3학점을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사과정 학생 수, 3년간 계속 늘어
이번 교양과목 신청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학사과정 학생 수와 비교해 인문사회과학과 교과목 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데 있다. 2008년 이후 3년 동안 우리 학교 학우의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는 새로운 입학전형으로 말미암은 신입생 증원과 ICC와의 통합에 따른 결과이다. 실제로 2008년 4월 기준 3,107명이던 학사 재학생 수는 2009년 4월 기준 3,843명, 2010년 2월 12일 현재 4,14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 신입생 수는 200명 정도, 전체 학사과정 학생 수는 1,000명 정도 늘었다.

ICC 캠퍼스에서는 교양과목이 열리지 않는다
구 ICU와의 통합 역시 학사과정 학생 수 증가의 무시할 수 없는 변인이다. 현재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ICC 학우는 대략 480명 정도로 전체 학사과정 학생 수의 10% 이상이다. ICC 학우들은 통합 후 정보통신과학과와 IT경영학과의 일부 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강의를 우리 학교 캠퍼스에서 듣는다. 따라서, 학교 측에서는 통합 전 학사 인원 증가에 대비해 개설 강의를 확대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인문사회교과목 수는 오히려 줄어왔다. 새내기세미나를 제외한 교양필수와 자유선택, 인문사회선택과목의 수는 cais 기준으로 2008년 봄학기 212과목에서, 2009년 봄학기 199과목, 2010년 봄학기 193과목으로 점차 줄었다. 한 과목의 정원이 40명이라고 가정하면 2008년에 비해 76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교양 과목 정원, 1,000자리 이상 부족하다
보통 하나의 교양 과목에서 수용하도록 정해진 정원은 20명에서 60명 사이로, 이 정원은 교수와 교무처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수강신청제도에서는 정원 이상의 학생이 신청한 과목은 추첨제를 통해 초과 인원을 걸러낸다. 그러나 교양 과목의 정원을 다 합쳐도 우리 학교 학사과정 학우 수에는 훨씬 못 미친다.
우리 학교 학우들이 졸업을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양 학점은 27학점이다. 이중 교양 필수 과목 이수 학점은 6학점, 선택 과목 이수 학점은 21학점이다. 한 과목당 3학점이라고 가정하면 학우들은 재학하는 8학기 동안 7개 이상의 선택 교양 과목을 들어야 한다. 2010년 2월 12일 현재 재학 중인 학사과정 학우의 수가 4,149명이니 한 학기 평균 3,63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교양 선택 과목이 개설되어야 한다.
그러나 2010년 봄 학기 자유 선택 과목과 인문사회 선택 과목을 포함한 교양 선택 과목의 정원 총 합은 2,541명에 불과해 수치적으로는 1,089명의 학우가 필요한 교양 선택 과목을 못 듣는다는 결론이 난다. 더군다나 학우들은 졸업을 위해 9AU를 더 이수해야 하므로 수강 가능 정원은 위에서 계산한 값보다 훨씬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또한 교양과목을 계열별로 이수해야 하는 졸업요건 때문에 학우들이 교양과목을 수강하는 데는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경 기간 중 추가 신청, 좋은 대안인가
이렇게 수강신청기간 중 신청할 수 있는 교양과목 정원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수강 신청 변경기간 중 해당과목 담당 교수의 사인을 받아 학적팀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추가로 수강신청을 한다. 개강 1, 2주차에 강의실 앞에 길게 줄 서있는 학우들의 모습은 우리 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니다. 봄 학기 인문사회과학과 개설 과목 중 실제 수강 인원이 cais 수강 정원을 넘는 강좌의 수는 전체 강의의 70%이다. 실제 수강 인원이 cais에 명시된 수강 정원의 1.5배를 넘는 과목도 15개이다.
이렇게 cais 정원보다 많은 학생을 수용함으로써 학우들은 급한 대로 필요한 학점을 이수할 수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수강 학생이 많은 강의가 늘어나 대형 강의실이 부족한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애초에 '수강 정원'이 생긴 목적을 생각할 때, 너무 많은 인원이 수업을 듣는 것은 수업의 질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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