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갈망한다. 미(美)를 향한 원초적 욕구는 인류가 풍요로운 문명을 일구게 한 원동력이었으며, 의복 등의 패션에서 화려한 꽃을 피웠다. 파리 패션계의 대가 장 폴 고티에의 전시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되고 있다. 도발적인 디자인으로 수많은 유명인을 매혹한 고티에의 패션 미학을 만나보자.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의 보조로 패션 디자인을 시작한 고티에는, 1976년 자신의 첫 오트 쿠튀르(haute-couture) 컬렉션을 제작한다. 기성복과 반대되는 개념인 오트 쿠튀르는 패션 디자이너가 직접 손으로 만든 맞춤 의상을 의미한다. 그 후, 그는 자신만의 전위적이고 충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파리 패션계의 악동으로 불린다. 이번 전시는 고티에의 오트 쿠튀르 의상을 7가지 주제로 나누어 전시한다.

여성성의 전복, 코르셋 의상

고티에의 의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콘브라(Con Bra)’와 코르셋 의상이다. 세계적인 스타, 마돈나가 입은 것으로도 유명한 이 의상은 여성성의 파격을 선보인다. 코르셋은 여성의 허리를 조여 몸매를 보정하는 속옷으로, 페미니즘 운동 이후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고티에의 디자인은 이러한 관념을 뒤집는다. 과감하게 밖으로 드러난 코르셋의 반짝이는 재질과 화려한 형상은 지극히 도발적이다.

콘브라는 코르셋 의상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날카로운 뿔처럼 돌출된 원뿔형 브래지어는 도발적이다 못해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여성의 가슴을 압박하던 속옷의 모습은 더는 그곳에 없다. 그의 옷에서는 억압된 여성성이 아닌 자신감, 권력, 유혹의 냄새가 풍긴다.

상식을 파괴해 미(美)를 창조하다

오트 쿠튀르는 표준화된 기성복과는 달리, 새롭고 남다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다. ‘도시 정글’ 전시관은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로서 고티에의 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는 이질적인 세계들을 충돌시켜 기존에 없던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금속성 구리 조각이 빼곡히 수놓아진 야성적인 아나콘다 가죽 스커트에서는 야만과 문명이 거칠게 공존한다. 군복 무늬의 화려한 튈 드레스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하며, 다양한 문화권의 전통 의상이 섞여 새로운 디자인이 되기도 한다.

오트 쿠튀르의 특징은 ‘결혼’ 전시관에서도 두드러진다. 1840년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식에 입은 이래, 흰 레이스 웨딩드레스는 결혼의 전통으로 굳어졌다. 고티에 역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지만 평범한 공주님 풍의 옷은 아니다. 대신 그는 다양한 문화적 전통을 끌어와 결혼에 대한 기존의 관념에 도전한다. 인디언의 깃털 머리 장식과 남북전쟁 당시의 군복 장식이 달린 드레스에서는 가냘픈 신부가 아닌 군인의 기품이 느껴진다. 아프리카의 얼굴 모양 방패를 본뜬 기이한 드레스는 방패에 몸을 숨긴 사냥꾼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고티에가 창조한 아름다움 앞에서 전통적인 신부의 모습은 그 의미를 잃는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디자이너의 공간

전시장의 다양한 장치는 디자이너의 공간에 들어온 기분을 준다. 프로젝터로 마네킹에 투사된 모델들의 얼굴은, 때론 말하고 노래하며 실제와 같은 느낌을 준다. ‘펑크 캉캉’ 전시관은 패션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마네킹들이 컨베이어 벨트로 된 런웨이를 돌며 패션쇼를 진행한다. 또한, 패션쇼에서 관객석의 첫 줄(front row)에는 디자이너가 초청한 패션계의 유명 인사들이 앉는데, 전시장에는 그들을 본떠 만든 마네킹이 대신 앉아있다.

고티에의 패션 디자인은 성적, 문화적, 계급적 관념과 끊임없이 충돌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낸다. 그렇기에 그의 디자인은 충격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2014년, 기성복 사업을 중단하고 오트 쿠튀르에 집중하기로 선언한 그의 패션 세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진 |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장소 | DDP 배움터 디자인전시관
기간 | 2016.3.26. ~ 2016.6.30.
요금 | 15,000원
시간 | 10:00 - 19:00
문의 | 02)3445-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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