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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되찾고 싶었던 작가
제이 로치 - <트럼보>
[420호] 2016년 05월 17일 (화) 김혜령 기자 alastina@kaist.ac.kr
   
 (주)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로마의 휴일>은 아름다운 공주와 신사의 사랑을 담아 50년대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와는 달리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암울한 현실을 견뎌야만 했다. 영화 <트럼보>는 평생 할리우드 블랙리스트라는 오명 아래 숨어 지내야 했던 작가 달튼 트럼보의 일생을 담았다. 평생을 바쳐 침묵의 저항을 해온 예술가의 노력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트럼보는 많은 히트작을 쓴 할리우드의 작가다. 그는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해 파업을 한 무대 기술자들을 지지하며, 자본주의의 폐해를 절감한다. 이후, 공산주의자로서 신념을 밝히며 노동자의 편에 서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1947년, 소련과의 냉전이 시작되면서 공산주의자들은 반미 세력으로 간주된다. 트럼보와 그의 친구들은 ‘할리우드 텐’이라 불리며 수감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화계를 떠나야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미 세력이라는 낙인은 더 깊이 새겨지고, 그들은 사람들의 괴롭힘과 혐오 속에서 살아야 했다. 트럼보는 자유롭게 사상을 표현해야 하는 영화계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는 이러한 모순을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가명으로 몰래 활동해 실력을 인정받기로 한다. 반미 세력으로 몰리면서 소중한 친구를 잃기도 하고 숱한 배신도 겪지만, 작가는 포기하지 않는다.

트럼보는 가족까지 동원해 가짜 필명으로 시나리오를 배급하는 계획을 실행해나간다. 인기작가로서 자존심 상할 법한 삼류 배급사의 상업적 요구에도 그는 응한다. 오랜 시간 현실과 싸우며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가족들과의 마찰도 빚어진다. 각성제를 먹어가면서까지 글에 매달린 트럼보는 <브레이브 원>과 <스파르타쿠스>를 통해 두 번의 오스카 각본상을 받는 쾌거를 이뤄낸다.

그가 전미작가조합상을 받은 후 수상대에 올라 연설하는 마지막 장면은 많은 이들을 울린다. 그는 서로를 증오하고, 믿지 못했던 모두가 냉전 시대의 희생자라며 모든 미국인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위로를 건넨다. 평생을 사람들의 부정적인 눈초리 속에서 지내온 트럼보가 모든 미국인을 용서하고 감싸는 말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는 그만이 알 것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표현하며 행복을 느낀다. 예술가에게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것은 가장 고통스러운 억압이 아닐까. 사상의 차이로 펜을 빼앗긴 작가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부당한 처우에 저항하고 인정받기까지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트럼보의 일생은 불합리한 현실에서 불평만 하는 우리에게도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 되는 방향을 제시해준다. 현재 당신은 안전한 삶을 보장받기 위해 무엇과 타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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