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논리적 글쓰기를 듣게 되었다. 이과로서 계속 살아온 나에게는 글쓰기란 항상 거부감이 드는 존재였다. 나에게 글쓰기는 학교에서 국어 시간의 수행평가였고 대회에서 상을 타기 위한 수단이었다. 학교에서 1000자 내외로 글을 쓰라고 나와 있으면 항상 700자에서 쓸 내용이 없는 나였으니 글은 쓸 때마다 나에게 스트레스와 깊은 언짢음을 주었다.

그랬던 나에게, 이번 학기 논리적 글쓰기에서 필수 평가항목으로 글쓰기 상담프로그램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글쓰기 상담프로그램이란, 주어진 제시문을 읽고 논설문을 쓴 다음 담당 교수님께 첨삭을 받는 교정 프로그램이다. 글쓰기도 부담인데 검사도 받으라니 최악이었다.

이번 글쓰기도 마찬가지로 1000자 내외의 글을 700자 쓰고 멈춰버렸다. 그리고 머리를 짜내어 300자를 늘여 1000자를 겨우 만들어냈다. 쓰기 싫었던 탓인지 제출기한을 아슬아슬하게 맞춰 내었다. 일주일 뒤 상담을 신청한 시간에 맞추어 담당 교수님께 갔다. 그때 나는 정말 많이 긴장한 상태였다. 혹시나 ‘교수님이 내가 쓴 글을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그 후에 이어질 나에 대한 교수님의 평가, 그리고 글의 여러 군데를 지적받은 후에 내가 받을 스트레스 등등과 같은 걱정이 상담을 받기 전의 나를 긴장하게 하였다.

긴장하며 교수님 연구실로 들어가 상담을 시작했다. 앞에 했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교수님은 날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교수님은 내 글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내 글에 있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도록 도와주셨다. 또한, 교수님께서는 내 글만을 봐주신 게 아니라 내 생각을 봐주셨다. 나는 무난하게 예시를 들었다고 생각한 부분을 교수님께서 색다른 관점이라고 말씀하셨다. 상담을 받을 동안 나는 예전에 숙제를 ‘검사’받는 처지가 아니라 정말 내 글쓰기에 대해 ‘상담’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런 교수님의 포용적인 상담 덕분에, 나는 그동안 궁금했던 글쓰기에 대한 의문을 모두 물어볼 수 있었다.

상담이 끝나고 지식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었다. 왜 그렇게 첨삭 받기 전에 긴장했는지 뭘 그렇게 무서워했는지……. 아직도 나는 중고등학생 때 학교와 학원에 다니면서 검사받는 것에 멈춰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를 처음으로 제대로 배운 느낌도 났다. 하여튼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없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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