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은 정체성을 나타내는 자신만의 색을 갖고 있다. 모든 것이 색을 통해 ‘나는 너와 다른 나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우리 삶 속에 ‘색’은 깊숙하게 파고들어 있지만, 마치 공기처럼 잊고 살아간다. 대림미술관에서는 올해의 첫 전시로 ‘color your life : 색, 다른 공간 이야기’라는 제목의 색 전시를 꾸렸다. 전시는 색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Color is everywhere

색은 어디에나 있다. 여섯 사진작가들은 사진으로 생활 속 색의 의미를 재발견했다. 패니 윌리암스는 집에 있는 물건들의 색과 같은 팬톤 컬러칩을 짝지어 사진을 찍었다. 팬톤 컬러칩은 색상 회사인 팬톤에서 비슷한 색들을 구분할 수 있도록 색에 코드 번호를 부여해 만든 칩이다. 후안 까레라스는 암스테르담의 풍경의 복합적인 색깔을 분위기에 맞는 팬톤 컬러칩으로 대비시켰다. 앨리슨 앤슬럿은 강렬한 단색의 배경 위에서 음식 사진을 찍어 더 생기있어 보이게 했다. 안젤리카 다스는 라틴어로 ‘사람’을 뜻하는 ‘humanæ’라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피부색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이는 세계인들이 피부색을 세 가지로 정의하는 행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재료와 하나되어 빛을 내는 색
같은 검정이라도, 핸드백의 검정과 바지의 검정은 다른 느낌을 준다. 재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쓰이는 재료인 유리, 가죽, 패브릭, 금속에 표현된 다양한 색들에서 느껴지는 차이를 비교한다. 특정 소재에서만 발현될 수 있는 색이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 또한 알 수 있다. 아티스트들은 성질이 다른 재료에서 색이 미묘한 차이를 가진다는 특징을 활용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친다.

다채로움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다
예술가들에게 색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색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디자이너들은 색을 다양하게 활용해 작품을 만든다. 베단 로라 우드는 자신의 작품을 ‘컬러풀한 패턴’으로 정의했다. 그녀는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었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공작새의 깃털에서, 그리고 광물 또는 달의 표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은 화려한 패턴을 통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모르텐과 요나스는 이와 대조되게 가구를 단색으로 입히고, 블록처럼 디자인해 개인의 취향과 공간에 맞게 색을 재배열할 수 있게 했다.

참신한 재료로 새로운 색감을 만들다
어떤 예술가들은 재료의 색을 이용해 작품을 창조했다. 안톤 알바레즈는 나사나 못을 사용하지 않고 얇은 색실을 수천, 수만 번 감아 가구를 만들었다. 얇은 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오묘한 색은 실의 질감과 어우러져, 다른 가구들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느낌을 창조한다. 지질학에 관심이 많았던 힐다 헬스트롬은 물과 물감을 만나 딱딱하게 굳는 신소재 제스모나이트를 이용했다. 퇴적층들이 엉기면서 특별한 패턴을 만들어 은은한 색들이 항아리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렉스 팟은 사람들이 버리고 싶어하는 녹슨 재료들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는 산화된 뒤의 색깔이 그 재료의 본연의 색깔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만들어낸 색은 빈티지한 멋을 풍겨낸다.

전시는 평범한 공간에 색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삶이 얼마나 다채롭게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색은 무의식적으로 지나치기 쉽지만,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제 색은 또 하나의  브랜드다. 디자인에 있어, 심지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색이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 늘 사용하던 텀블러의 색이, 지금 입고 있는 옷의 색이 약간은 달라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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