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끄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가역성 덕분에 세포 소기관의 정확한 역할 규명 가능… 뇌과학 연구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 의의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 연구팀이 빛을 이용해 막으로 이루어진 세포 내 소기관들의 이동을 자유롭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12일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복잡하게 얽혀 움직이는 세포 소기관
세포에서는 많은 막 구조 세포 소기관(intercellular membrane)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세포의 성장이나 이동, 분화, 사멸에서부터 신경전달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명현상에 관여한다. 그러나 막 구조 세포 소기관은 세포 내에서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여 이들의 구체적인 기능을 밝히기 어려웠다. 기존에는 약물 처리 등을 통해 세포 소기관의 역할을 연구했다. 하지만 이는 세포에 비가역적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는 세포 소기관의 기능을 정확하게 밝힐 수 없었다.

융합단백질 발현시켜 세포 제어해
빛으로 세포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는 연구 분야, 광유전학은 유전자 조작이 수반되지만 약물투여나 외과적 시술에 비해 외부 자극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주목받는다. 연구팀은 다양한 광유전학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것은 빛으로 세포 소기관들의 이동을 조절할 수 있는 생체막 올가미 기술이다. 생체막 올가미 기술이란, 식물 단백질과 랩 단백질(Rab small GTPase)*을 합친 융합단백질을 만들어 세포에서 발현한 후 빛으로 막 구조 세포 소기관들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 내 막 구조 소기관에 적용할 수 있으며, 이전의 광유전학 기술보다 제어효율이 훨씬 뛰어나다.

가역적 특징 가지는 생체막 올가미 기술
연구에서 사용한 식물단백질은 애기장대(Arabidopsis)의 크립토크롬2(Cryptochrome2) 단백질인데, 이는 청색 빛에 반응한다. 이 때문에 융합단백질이 발현된 세포에 청색 빛을 비추면 막 구조 세포 소기관들이 서로 빠르게 응집해 이동이 일시 정지된다. 생체막 올가미 기술은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했으며, 기존의 연구와는 다르게 빛의 유무에 따라 세포에 가역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빛의 노출 시간과 위치를 조절함으로써, 특정 시간과 위치에서 세포 소기관들의 이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기술 이용해 신경세포 내 기작 밝혀
특정 세포 소기관이 응집해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세포 소기관의 기능이 중지된다. 랩 단백질에 따라 융합단백질의 종류도 달라지기 때문에, 서로 다른 융합단백질을 발현시킨 세포에서는 청색 빛을 비췄을 때 응집하는 세포 소기관도 달라진다. 따라서 융합단백질의 종류를 바꿔가며 실험할 때마다, 다양한 세포 소기관들이 수행하는 역할을 하나씩 규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생체막 올가미 기술을 암세포와 신경세포에 적용해, 신경세포의 성장 원추(growth cone)**의 성장을 제어하고 그 과정에 관여하는 랩 단백질들의 기능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을 이용하면 빛을 이용해 특정 세포 소기관을 가역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므로 편리하고 정확하게 기능을 규명할 수 있다. 또한, 융합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된 랩 단백질은 보통 인간 세포에 60종류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종류의 막 구조 세포 소기관들의 역할 규명이 가능하다.
허 교수는 “지금까지 개발한 우리의 독자적인 광유전학 기술들을 뇌과학에 적용함으로써 뇌에서 일어나는 기억, 학습 등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라고 밝혔다.
 

랩 단백질*
막 구조 세포 소기관에 있는 단백질. 물질 수송 등 세포내 생체막의 기능을 조절한다.

성장 원추**

성장 중인 신경섬유의 말단에 형성되는, 운동성이 높은 신경세포의 끝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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