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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과 평화를 위한 세계의 노력, 핵안보정상회의
핵안보에 관한 국제적 논의, 핵물질 감소와 보안 확보 실천해
[419호] 2016년 05월 03일 (화) 임만성 교수 msyim@kaist.ac.kr

 

   
▲ ©김재홍 기자

2010년 봄,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된 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2차 대한민국 서울, 3차 네덜란드 헤이그를 거쳐 지난 3월 말 워싱턴에의 4차 회의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년마다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전 세계 50여개 국가와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들이 모여 공동선언문과 여러 행동계획을 제시했다. 핵안보란 무엇이며,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이유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일까?
 
핵 관련 불법행위에 대응하는 핵안보
핵안보(nuclear security)란 핵물질, 방사성물질에 의한 위험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활동 또는 대응방안을 말한다. 즉 핵안보란 핵과 관련한 모든 불법적 행위와 테러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칭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핵안보, 핵테러 차단을 위해 중요해
현재 전 세계에는 약 1,600톤의 고농축우라늄과 약 500톤의 플루토늄이 산재해 있다. 이는 핵무기 약 126,5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또한, 만일 테러리스트들이 단 하나의 핵무기라도 도시 한복판에서 터뜨린다면 수십만 명의 인명을 빼앗아갈 뿐 아니라, 세계 경제, 금융망이 일시에 마비되어 세계적 차원의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다에시(속칭 IS)는 파리, 이스탄불, 런던, 브뤼셀 등 유럽의 주요 대도시에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충격적인 대량살상테러를 자행했다. 이에 테러조직들의 핵물질 탈취 및 원자력시설에 대한 사보타주와 사이버테러, 더티밤(dirty bomb)이나 드론(drone)을 이용한 방사능테러 등 핵테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핵테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핵안보가 중요하다.

국제 사회에서의 핵안보 중요성 부상
1970년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크게 확산되면서 핵안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또한, 핵물질의 국제적 운송이 빈번해짐에 따라 핵물질과 원자력시설에 대한 물리적 방호(physical protection)가 해당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 모두의 책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1975년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는 <핵물질 방호에 관한 지침>을 마련했다. 1978년에는 최초의 핵안보 국제규범인 <핵물질방호협약>이 탄생했다.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하고 구소련 영토 내에 존재하던 핵물질과 핵시설의 관리문제가 대두함에 따라 동 지역 내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의 폐기, 감축, 보호 등이 강조되었다. 또한, 2001년 9•11 테러를 기점으로 테러리스트 조직에 의한 핵물질과 원자력시설의 악용 가능성이 현실적인 안보위협으로 새롭게 제기되면서 핵안보 국제 협약이 더욱 강화되었다.

국제적 규범 통한 핵안보 이행 어려워
그 결과 2004년 비국가 행위자에 의한 대량살상무기의 수출입통제에 관한 <유엔안보리결의안 1540>과 핵테러 행위 처벌을 의무화하는 2005년의 <핵테러억제협약>이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대량살상무기와 물질의 비확산을 위한 G8 글로벌파트너십(2002)>,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2003)>, <세계핵테러방지구상(2006)> 등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의 불법적인 핵물질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국가 간 느슨한 협력체제들이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범을 통해 핵안보 이행을 강제하기는 어렵다. 우선 핵안보는 개별국가의 책임 하에 관리된다. 또한, 핵안보에 대한 국가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 따라서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편적 국제협약을 체결하기가 어렵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핵안보에 대한 협약은 주로 동류 국가(like-minded countries)들이 공통의 핵안보 목표 달성을 위해 다자협력체를 구성하거나 원칙 및 지침을 마련해 정보교류, 공동연구, 공동행동, 재정지원 등을 자발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의 제창으로 핵안보정상회의 발족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외부의 공격으로 3,000여 명이 사망한 전대미문의 테러가 발생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테러조직 등 비국가 행위자에 의한 핵테러를 국가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전략을 지속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부족하여 국제법적 의무가 부여된 대책 수립과 집행이 미진한 상태였다.
이에 2009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은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World without Nuclear Wea-pons)”의 비전을 주창하고, 이를 실현할 3대 핵심축으로 핵군축, 핵비확산과 더불어 핵안보를 제시하였다. 구체적인 실천목표로 “4년 내 전 세계 모든 취약 핵물질의 안보 확보”를 설정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국제공조의 일환으로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워싱턴에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핵안보 강화와 협력체제 개선 목표해
테러리스트 등 비국가 행위자가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핵물질 획득과 무기 제조, 그리고 국경을 넘나드는 밀매 등 불법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어느 한 국가의 통제만으로는 이러한 비밀스러운 과정을 막기 어렵다.
핵안보정상회의의 주요 목적은 우선, 국가 최고위 정상 간 핵테러 위협의 심각성과 핵안보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구축하여 미국이 주도해온 핵안보 노력을 국제사회의 공동행동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종래 실무 차원에서 취급하던 핵물질 보안 이슈에 국가 정상의 관심을 높여 핵안보 조치 이행에 획기적인 진전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보 기능을 강화하고 국제협력 체제를 개선함으로써 국제 핵안보 거버넌스를 체계화하려 한다.

여러 논의 이루어진 4차례 정상회의
2010년 4월, 47개 국가 정상과 3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가한 제1차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1차 회의에서는 핵테러 위협 심각성에 대한 인식 공유, 핵물질 보안 및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국가적 책임의 중요성 확인, 핵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력의 필요성 및 공동방안 마련 등이 주요 의제로 제기되었다.
2012년 3월에는 57개국 및 4개 국제기구 대표의 참가 속에 제2차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렸다. 2차 회의에서는 1차 회의의 의제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추가로 고농축우라늄 사용 연구용 원자로 및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시설을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시설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의 연계, 방사성 물질의 보안 확보, 국제 핵안보 체제 강화, 핵물질 및 방사성 물질 불법거래 방지 등에 대한 논의가 주요하게 다루어졌다.
2014년 3월,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2010년 핵안보정상회의 시작 당시 제시했던 “4년 이내 전 세계 모든 취약한 핵물질의 보안 확보”라는 목표의 달성 여부를 확인했다. 이후 1차 및 2차 회의의 목표와 조치를 기반으로 핵안보 핵심 과제와 분야별 실천 조치를 도출했다.
2016년 3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지난 세 차례 회의에서 논의된 의제와 더불어 <국가공약(National Commit-ment, House-Gift)> 및 <공동성과물(Gift-Basket)>의 이행결과를 점검하고 2016년 이후 국제 핵안보 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정상회의, 국제적으로 많은 영향 미쳐

핵안보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소수 전문가에 의해서만 논의되던 핵안보 이슈가 국가 최고위 정상들이 논의하는 국제적 이슈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원자력의 활용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한편, 갈수록 테러조직들의 공격이 대범해지면서 국제안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국가 정상들이 핵테러 위협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핵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핵안보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모아 행동 방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진행된 지난 6년간 고농축우라늄 및 플루토늄 등 핵무기로 전용이 가능한 핵물질의 재고량이 실질적으로 감소했다. 감소한 양은 핵무기 약 100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에 해당한다. 또한, 한국과 미국, 벨기에, 프랑스 등이 주도하여 연구로에 사용하는 고농축우라늄을 저농축우라늄으로 대체하는 국제 공동연구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핵안보 분야 국제협력이 활성화되었으며 국제 핵안보 체제가 강화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한국을 포함한 10여 개 이상의 정상회의 참가국은 <핵안보교육훈련센터>를 설립하여 다양한 핵안보 관련 국제교육훈련과 핵안보 문화 구축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핵안보 분야에서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주요 규범인 <개정 핵물질방호협약>과 <핵테러억제협약>의 비준국이 크게 늘었다. 또한,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원자력기구에 핵안보 조직과 예산이 정규 편성되어 향후 관련 기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핵안보 관련 지속적 관심과 논의 필요
핵안보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부분, 향후 핵안보 활동을 포함해 추가적인 논점이 많기 때문이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민수용 핵물질의 보안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으나, 전체 핵물질의 약 80%를 차지하는 군수용 핵물질은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또한, 향후 국제원자력기구를 중심으로 핵안보 활동이 전개될 텐데, 핵안보정상회의를 대신하여 핵안보 체제의 발전을 견인해갈 정치적 동력을 유지해나가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회의는 끝났다. 그러나 전 세계에는 아직도 핵무기 약 9만 개에 해당하는 1,900여 톤의 핵물질이 산재해 있다. 핵테러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핵무기 없는 세계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국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핵안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고찰을 통해 평화로운 국제 사회가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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