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카이스트에서 새내기로서의 1년을 많은 사람과 함께 했다. 영어를 못해서 가게 된 영어캠프, 학교장추천전형 모임인 원티드, 반장으로서 함께 했던 새터 13반,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ICISTS, 개파에도 놀러 갈 만큼 친해진 15 후기 친구들,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던 캄보디아 해외봉사단 등 이외에도 많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새내기 생활이었다. 수많은 좋은 사람 중에는 새터 반 프락터 형, 누나를 빼놓을 수가 없다. 평소에는 좋은 친구처럼,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믿음직한 선배로서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나도 형, 누나 같은 프락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프락터 지원서를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프락터 지원서를 정말 열심히 썼고, 면접준비도 열심히 했지만, 갓 새내기를 졸업한 15학번이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새내기 행정팀분들께서 나를 믿어주셨고, 새내기의 한 반을 책임지는 프락터가 될 수 있었다. 처음 프락터에 선발되었다는 메일을 보았을 때는 새내기 때의 설렘을 또 한 번 느끼면서 새내기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마냥 들떴었다. 하지만 그 설렘은 곧 내가 프락터라는 ‘책임’을 잘 수행해 낼 수 있겠느냐는 걱정으로 바뀌었고 부담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설렘보다는 걱정과 고민을 하고 프락터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첫 만남부터 걱정은 끊이질 않았다. 이번 새터는 술뿐만 아니라 선배단이 없는 새터였기 때문에 25명의 우리 반 아이들의 첫 만남을 선배단 없이 나와 여프락터 누나와 둘이서 짊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나름 나와 여프락터 누나를 소개하는 ppt도 만들고 준비된 게임도 진행하면서 어색함을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생각만큼 아이들끼리 친해지기는 힘들었고 새삼 작년 우리 반 프락터형, 누나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새터가 모두 끝난 후, 그러니까 꽃동네를 다녀온 후 여프락터 누나와 얘기하여 아이들과 좀 더 친해지기 위해 반 전체 술자리를 가지려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어은동 일대의 모든 술집은 다른 반 프락터들이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술자리를 가지려는 반이 우리 반 이외에도 많았던 것이다. 1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잡고 어은동 일대의 술집을 조사한 끝에 겨우 한 술집에서 2시간 정도를 예약할 수 있었다. 나의 부족한 준비성 때문에 우리 반 아이들이 피해를 받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정말 맘을 졸였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이런 고민을 하는 프락터가 나뿐만은 아니었다. 이러한 고민을 듣던 한 고학번 선배는 너무 반의 친목을 책임지려 하지 말라고 말해주셨다. 반 친구들끼리 친해지는 것은 그 친구들의 몫인 것이지 프락터의 몫이 아니라고, 다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친구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하셨다.
그 선배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저 지금처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1년이 흘러 2학년이 되기 전에 졸업여행을 한 친구도 빠지지 않고 다 같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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