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신문을 만드는 것은 처음입니다. 덕분에 시험이 끝나자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셰익스피어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관련 자료를 읽고, 영문학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을 취재하며 영어의 대가 셰익스피어를 알아가는 과정은 즐거웠습니다. 물론 기사를 작성하는 모든 과정이 마냥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기사 작성이 거의 마무리된 지금, 저와 휴식 사이에는 세 개의 물리학 실험 랩 리포트가 남아 있습니다. 실험 데이터는 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액체 질소의 끓는점이 영하 176도라 주장합니다. 다른 실험은 금속에 압력을 가하면 부피가 팽창한다 주장하더군요. 단순해 보이는 물리량을 측정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던 과거의 과학자들이 갑작스레 존경스러워지는 날입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글은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고, 실험 데이터는 이론이 틀렸다 자꾸 주장하지만 이 또한 마감이 지나면 끝날 것입니다. 마감이 지나고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무엇을 위해 그리 고생을 했나 싶은 회의감이 듭니다. 그러나 따스한 야식을 입에 넣는 순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하루에 세 번, 따스한 밥을 먹기 위해 저는 앞으로도 아등바등 기사를 쓰고 리포트를 작성할 것입니다. 부디 오랫동안 이 밥 먹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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