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5.22 수 14:51
시작페이지로 설정즐겨찾기 추가
> 뉴스 > 문화
     
[영화산책] 관습의 창살 너머 자유를 보다
데니즈 감제 에르구벤 - <무스탕: 랄리의 여름>
[418호] 2016년 03월 29일 (화) 고기영 기자 mat9847@kaist.ac.kr

 

   
 (주)미로스페이스, THE픽쳐스 제공

과거, 결혼은 여성에게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전통에 떠밀려 결혼해야 했던 수많은 여성들은, 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무언의 압박에 맞서싸워야만 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는 터키의 한 시골 마을을 통해, 여성에게 씌워진 관습의 굴레를 마주한 다섯 자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냐, 셀마, 에체, 누르, 랄리는 터키의 외딴 마을에 사는 자매다. 어느 하굣길에 그들은 남학생들과 목마를 타고 물놀이를 하며 화창한 날씨를 즐겼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그녀들을 기다리는 것은 호된 꾸중과 난데없는 순결 검사였다. 더군다나 삼촌은 그녀들이 남학생들과 과도하게 신체를 접촉했다는 이유로 창녀라 부르며 병원에 보내 그녀들의 ‘순결’을 검증하고자 한다.

그 이후, 그녀들의 삶은 송두리째 바뀐다. 집에 감금당한 채, 전화기, 컴퓨터, 화장품 등 ‘탈선’을 조장할 수 있는 모든 물품을 압수당한다. 또한 펑퍼짐한 갈색 전통 치마를 입고 신부 수업을 받으며 ‘조신한 숙녀’이자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온종일을 보내야 한다. 각기 다른 발랄한 개성을 가졌던 그녀들은 참한 신붓감이라는 틀 속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 간다.

저항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몰개성한 갈색 치마를 찢어 관능미를 뽐내기도 하고, 개구멍을 지나 다 같이 축구 경기를 보러 가기도 한다. 이런 반항은 터키 축구팀의 열렬한 팬이자, 관습의 굴레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막내 랄리에게서 두드러진다. 다른 자매들 역시 창을 넘어 몰래 연인을 만나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자유를 갈구한다. 하지만 이런 일탈은 그녀들의 ‘깨끗함’에 대한 친척들의 염려를 부추길 뿐이었다. 결국 그녀들은 감옥 같은 집 안에 더욱더 철저히 가둬진다.

반복되는 일탈에 불안해진 친척들은, 빠른 결혼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려 한다. 빛나는 약혼의 순간, 예법에 맞는 우아한 상견례와 성스러운 신의 축복은 있지만, 신부의 의견은 없다. 통보된 결혼에 대한 반응은 갈린다. 첫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연인과 결혼하지만, 다른 자매들은 강요된 관계에 당혹감을 느낀다.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때론 탈출을 꿈꾸며 자매들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분투한다. 나머지 네 자매의 각기 다른 선택을 따라가며, 영화는 그 결과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인생이 그렇듯 영화 속 이야기는 마냥 희극으로도, 비극으로도 끝나지 않는다. 다만 부조리한 관습 아래 방황하는 다섯 자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뿐이다. 단순히 터키 시골의 일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교적 관습과 서구적 가치관이 뒤섞인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갈등이 낯설지만은 않다. 언젠가 삶 속에서 불합리한 전통과 마주하게 될 때, 영화 속 다섯 자매의 각기 다른 해답이 도움될 수 있지 않을까.

고기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카이스트신문(http://times.kaist.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전 유성구 대학로 291 KAIST 교양분관 1층 카이스트신문사 | Tel 042-350-2243
발행인 신성철 | 주간 박현석 | 편집장 곽지호
Copyright 2010-2019 카이스트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aisttim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