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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역사가 되기까지, 사진의 맨얼굴 밀착인화지
[418호] 2016년 03월 29일 (화) 우윤지 기자 snailhorn@kaist.ac.kr

보도사진은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사진기자들은 전쟁터, 시위 현장 등을 발로 뛰며 취재하고,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 덕분에 현장의 긴박감과 초조함이 배어있는 보도사진은 시대의 한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국제적인 보도사진가 단체 ‘매그넘 포토스’의 컨택트 시트를 공개 중이다. 함께 전시되는 현장노트, 동시대 잡지, 전단지 등의 인쇄물로 포토저널리즘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컨택트 시트, 혹은 밀착인화지는 필름을 직접 인화하거나 네거티브 필름 여러 장을 순서대로 인화해 놓은 것을 말한다. 밀착인화지는 사진가가 사진을 선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제에 접근하는 과정, 작업 과정 중의 실수, 선택되지 않은 B컷들, 세계가 주목한 한 장의 사진을 편집하는 과정까지 컨택트 시트를 통해 낱낱이 확인할 수 있다.

매그넘 포토스를 창립한 종군 사진가들은 총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로버트 카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촬영하다 목숨을 잃을뻔 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인화소의 문제로 필름마저 손상되었으나, 흔들리고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들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고, 전쟁 현장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 그들의 사진에서는 죽음을 스쳐 간 화약 냄새가 난다.

사진은 사건의 기록에서 그치지 않는다. 필립 존스 그리피스는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미군이 저지른 만행과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은 미국을 뒤흔들었고, 그의 사진은 미국 내 반전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매그넘 포토스의 사진은 사진가의 시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새로운 시선에서 현장을 보도한다.

체 게바라, 비틀즈, 마더 테레사 등의 사진들은 단순한 인물사진을 넘어서 그들이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를 포착한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선 마더 테레사는 역광과 어우러져 신의 사도로 재탄생했으며, 혁명을 계획하는 체 게바라의 굳은 표정은 반체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아바나, 쿠바, 1963년
©르네 뷔리 / 매그넘 포토스

사진작가들이 신문에 실을 사진을 선택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은 이 전시의 백미다. 필립 할스만은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협업해 모든 물체가 공중에 떠 있는 사진을 찍으려 고군분투했다. 먼저, 이젤과 의자를 와이어로 공중에 매달았다. 그리고 조수들이 고양이 세 마리를 던지면 달리가 점프했고, 한쪽에서는 달리에게 물을 뿌렸다. 이를 28번이나 시도한 끝에 그들은 완벽한 결과물을 얻어냈다. 달리가 너무 늦게 점프하거나, 고양이의 위치가 적절하지 못했던 등 B컷 사진이 담긴 밀착인화지는 완벽한 사진을 향한 작가의 집착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밀착인화지를 통해 사진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에펠탑 페인트공>은 에펠탑을 춤추듯 배회하는 페인트공의 위태로운 곡예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페인트공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포착한 밀착인화지에서 사진가는 가장 극적인 장면을 포착했다.

 

 


 

 

에펠탑 페인트공, 파리, 프랑스, 1953년 ©마크 리부 / 매그넘 포토스

밀착인화지는 사진가가 선택한 순간의 분위기를 더욱 자세히 보여준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군중들의 초조한 표정은 혁명의 순간과 대조되어 그들의 환희를 극대화한다. 마약에 취한 히피들의 춤은 사진에 담겨 히피 문화와 68혁명의 상징이 되었다. 납치되었다 돌아온 귀환자들을 부여잡은 손이 가득한 사진은 비록 얼굴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지만, 매우 극적인 순간을 포착해냈다. 흑백 사진에 담긴 생생한 감정들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극적으로 전달된다. 밀착인화지는 사진 한 장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사진가는 실패한 사진이 담긴 밀착인화지를 극도로 싫어했다. 하지만 밀착인화지는 사진가의 작업을 담은 일종의 스케치북이며, 사진이 선별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정제되지 않은 사진 속에서 매그넘 작가들이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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