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화학 반응에 의존하던 기존 방법과 달리 이종 원소 도핑으로 치환된 원소를 따라 깔끔하게 절단된 나노그래핀 얻을 수 있어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나노그래핀을 손상 없이 오려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월 22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탄소나노튜브 잘라 만드는 나노그래핀
탄소나노튜브는 탄소들이 육각형 모양으로 나열된 평면 그래핀 구조가 동그랗게 말려 튜브 모양을 이루고 있는 소재다. 탄소나노튜브를 잘라 펼치면, 편평한 판 형태의 나노 소재인 나노그래핀이 된다. 연구팀은 기존 방식보다 그래핀이 덜 손상되는 탄소나노튜브 절단 기술을 개발했다.
평면 구조를 띠고 있는 그래핀은 동그랗게 말린 모양의 탄소나노튜브보다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물질에 흡착하는 등의 성질이 뛰어나다. 또한, 원래 탄소가 가지고 있던 높은 전기전도성, 열안정성 등의 성질도 탄소나노튜브보다 훨씬 두드러진다. 그래핀을 제작할 때는 그 재료인 탄소나노튜브가 받는 손상을 최대한 줄여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래핀 품질을 떨어뜨리는 기존 기술
이전에는 탄소나노튜브에 강산을 처리하거나, 고에너지의 플라즈마* 처리를 하는 등의 공정을 통해 강한 화학 반응을 일으켜 나노그래핀을 잘라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반응이 일어나는 부위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탄소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재에 너무 많은 손상을 준다는 단점이 있었다. 즉, 원하는 부분만 깔끔하게 잘라내지 못하고 절단면이 너덜너덜해지는 것이다. 이는 나노그래핀의 품질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종 원소 도핑 기술로 문제 해결해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종 원소 도핑**(hetero atom doping)을 이용했다. 이종 원소 도핑이란 기존 원소를 질소 등의 다른 원소로 치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도핑 과정을 거친 부분은 주변보다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지므로, 상대적으로 약한 자극만으로도 끊어진다. 연구팀은 목표 위치의 탄소를 질소로 치환한 후, 황산을 넣고 약한 전기적 자극을 가해 탄소 간 결합을 연속적으로 끊어뜨려 나노그래핀을 생산했다.


깔끔한 절단면 만들어주는 이종 원소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을 이용하면 주위 탄소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정밀하게 잘라낼 수 있어, 고품질 나노그래핀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치환되는 이종 원소의 양을 조절하면 탄소나노튜브를 정밀하게 자르는 정도를 제어할 수 있다. 종이를 자를 때 그냥 찢는 것보다 자르는 선을 따라 홈을 만들거나 구멍을 낸 뒤 찢으면 훨씬 깨끗하게 자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이종 원소 도핑을 통해 탄소 대신 들어간 질소 등의 원소가 종이의 홈 역할을 해서 탄소나노튜브를 좀 더 자르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로 활용 가능해
연구팀은 이 기술로 고품질의 나노그래핀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이용해 에너지 전달 속도가 뛰어난 고용량 축전기를 구현했다. 이 밖에도 나노그래핀은 촉매, 배터리 전극의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나노그래핀에는 특정 화학기능기가 다량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 화학기능기는 고분자, 금속, 반도체 나노입자 등의 물질과 쉽게 융합하기 때문에 고성능 탄소복합소재 개발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미래에는 나노 그래핀을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탄소 회로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번 연구는 반도체 나노 그래핀을 만들 수 있는 원천 기술이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플라즈마*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

도핑(doping)**
재료의 물성을 변화시키기 위해 소량의 불순물을 첨가하는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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