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과 학사09 권나희

상한 통조림 따기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은 애물단지가 되는 법이다.

해가 진 뒤 통조림처럼
웅웅대며 달아오른 냉장고를 열면
차갑게 식은 통조림, 늙은
집 귀신이 비문처럼 앉아있다.

폐쇄된 깡통 속
우연한 마주침처럼 이젠
쉬어버린 단어들
너 우리 등 푸르던 맹세.......

부패한 시간의 흔적들
갈고리 손으로 기억을 움켜쥔다.

지나버린 유통기한을 더듬다
어쩔 수 없는 나는
녹슬어가는 기억의 뚜껑을 연다.

작은 번개처럼 머리를 파고드는 쉰내.
방안으로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친다.

상한 통조림을 열면
입가에 낭자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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