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과학과 모 교수가 수업 시간에 부적절한 언행으로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해당 교수가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과목의 담당 교수가 교체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지난 9일 학내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모 교수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에 따르면 모 교수는 몇몇 학생들이 화장실에 간 것을 보고는 화가 나 똑같이 따라 한다며 수업 도중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오고, 노트북으로 교재를 보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는 자신도 같이 해 보이겠다며 수업 중에 이메일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그 교수가 수업 중 정치적 편향성을 띤 발언, 모욕적인 발언으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학부 총학생회가 진상 조사에 나섰고, 75.9%의 학우가 담당 교수의 교체를 요구한다는 결과를 수리과학과 학과장에게 전달하여, 지난 28일 그 교수가 담당하던 과목의 교수가 교체되었다.

수업 시간에 교수의 언행이 문제가 되어 담당 교수가 교체된 것은 부끄럽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교수는 수업 시간 언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당사자 개인에게만 돌리면 이와 같은 문제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특정한 언행이 학생들의 수업권이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객관적으로 판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교수와 학생의 수업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예절’의 문제로 간주하였던 수업 시간 교수와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명문화한 규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매년 시행되고 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처럼,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 예절 교육의 시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수업 환경도 크게 변모되었다. 칠판을 이용한 판서는 파워포인트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고, 학생들은 필기를 하기보다는 KLMS에서 강의 자료에 내려받거나 휴대폰으로 강의 자료를 촬영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과목의 경우 휴대폰으로 교수의 강의를 녹음하는 것도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현재 교수들 대부분은 노트북 컴퓨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워드프로세서로 필기하면서 수업을 듣던 세대가 아니다. 그런 세대 교수들 중 일부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이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출입문이 교단 쪽으로 하나밖에 없는 강의실의 경우 학생 한 명이 화장실 출입을 하는 것만으로도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교수 재량으로 상식에 맞게 해결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상식에 큰 차이가 있어 교수-학생 사이의 공론화를 거친 합의가 필요한 시기가 된 듯하다.

교수-학생 사이에 수업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한 행동을 놓고 수업 예절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세대와 가치관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번 학기 초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수업 예절 확립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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