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환 감독

현재 한국 영화 시장의 불황을 보여주는 것처럼 올해 시나리오부문 응모 작품은 우성경군의 ‘눈, 눈, 눈!’ 한 편이었다. 이 작품은 대학생 커플 백설(여)과 태자(남)의 연애담이다. 친구의 소개팅으로 만난 두 사람은 몇 달째 연애 중이지만 아직 손만 잡고 다닌다. 백설은 키스는 눈 오는 날에 하고 싶다는 판타지를 갖고 있는데, 그들이 사는 도시는 눈 소식이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백설과의 키스를 위해 공대생의 투혼으로 인공제설기까지 만드는  태자. 하지만, 인공제설기는 추운 날씨를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고 도와주던 친구는 병원에 실려가는 소동이 일어난다. 결국, 인공제설기 키스 이벤트는 무위로 끝났지만, 그 와중에 두 사람이 원했던 것은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키스로 그것을 확인한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동화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하였다. 동화를 모티브로 하여 인물을 구축하고 사건을 전개하면서도, 현재 젊은이들이 연애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시나리오화한 것이 재미있었다. 대학생의 재치와 고민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으로, 이 작품의 미덕이라 할 만하다. 그렇지만, 후반부에 자주 보이는 플래시백과 주인공들의 독백으로 영화적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우성경군은 작품에서 플래시백과 독백을 주로 인물들의 과거사나 현재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시나리오 초보자들이 흔히 보이는 경향이다. 인물들의 성격이나 상태 또는 과거사를 설명하는 대신 그들의 액션과 리액션으로 보여주었다면 훨씬 재미있고 시나리오다운 시나리오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눈, 눈, 눈!’은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현실감있는 주제를 다루었지만, 그것을 시나리오로 구현시키는 힘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쓰기 전에 좋은 시나리오를 많이 읽고 영화적 표현이 무엇인가 고민한다면 내년에는 좀 더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아쉽지만 올해는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작을 뽑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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