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포르피린 적층 구조 활용해 풀리지 않던 양자역학적 한계 극복함으로써 광통신 및 바이오 기술 개선할 것으로 기대

신소재공학과 김보현, 전석우 교수 공동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단일 분자에서 두 가지 빛을 동시에 발현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적인 의의가 클 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광통신 분야, 바이오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관련 논문은 지난달 24일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되었다.
 
발광의 두 가지 종류, 형광과 인광
발광이란, 전자가 에너지를 받아 들뜬 상태로 올라갔다가 다시 낮은 에너지 준위로 내려오며 빛을 방출하는 현상이다. 들뜬 전자가 중간 단계 없이 바닥 상태의 에너지 준위로 떨어지는 현상을 형광(fluorescence), 좀 더 낮은 에너지 준위를 가진 상태를 거치며 비교적 천천히 떨어지는 현상을 인광(phos-phorescence)이라 한다. 
 
형광과 인광은 동시 방출 어려워
한번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진 전자를 외부 자극 없이 높은 에너지 준위로 올리기란 불가능하므로, 일반적으로 단일 분자에서는 형광과 인광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한 분자로 이를 동시에 발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는 방식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실생활에 활용되기 어려웠다.
 
그래핀 이용해 형광•인광 동시 발현
형광과 인광을 동시에 일으키기 위해 연구팀은 그래핀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인광을 내는 물질인 백금 포르피린(porphyrin)*을 그래핀과 번갈아 쌓아 적층 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백금 포르피린에서 강한 형광이 검출되었으며 포르피린에서 발현되는 인광도 증폭되었다. 
 
플라즈몬 현상이 주 요인으로 작용해 
이는 그래핀에서 발생한 플라즈몬(plasmon)** 현상과 포르피린 분자의 쌍극자 공명이 만들어낸 결과다. 플라즈몬 현상이 작은 지역에 발생하면 나노 입자 주위에 강한 전기장을 만들어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적층 구조로 조절 가능한 빛의 세기 
연구팀은 그래핀과 포르피린을 이용하여 인광과 형광을 동시에 구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적층 구조의 층수를 조절해 인광과 형광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이러한 그래핀과 포르피린의 적층 구조는 제작하기 쉬워 난이도나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광통신 분야에 유용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연구 결과는 산업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한 가지 물질로 청색을 띠는 형광과 적색을 띠는 인광을 낼 수 있어 하나의 소자로 여러 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면 한 개의 소자가 한 가지 색을 맡았던 기존의 방식보다 LED 소자 개수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또한, 백금 포르피린 대신 금속을 아연(Zn)이나 팔라듐(Pd)으로 바꾸면 빛이 나오는 파장이 달라져 더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센서나 레이저 등의 광학 기기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단일 분자는 인광과 형광을 동시에 나타내지 못한다는 양자역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한 분자 내에서 인광과 형광을 조절해 발현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김 교수는 "청색 계열의 빛은 에너지가 높아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단일 분자를 이용해 모든 색의 빛을 구현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다"라고 밝혔다.
 
포르피린*
헤모글로빈, 엽록소 등의 모핵이 되는 화합물. 연구에 사용된 백금 포르피린은 인광을 발생한다.
 
플라즈몬**
빛에 의해 자유전자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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