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판 위에서 보조개 구조 형성하는 승화성 액정 사용… 온도와 시간 조절해 기존 패터닝 기술보다 간단하게 나노구조 만들 수 있어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승화성 액정을 이용해 다양한 3차원 나노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월 4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액정 분자는 방향질서도만을 가져
액정(liquid crystal)상이란 고체상과 액체상의 중간 성질을 가지는 상이다. 분자 수준에서, 액체상을 이루는 분자의 배열은 무질서하지만 고체상을 이루는 분자는 위치질서도*와 방향질서도**를 가진다. 물질이 액정을 이루는 경우, 분자는 위치질서도는 없지만 방향질서도는 지닌다. 즉, 액정은 고체처럼 결정을 이루지는 않으나 방향에 따라 물리적 성질이 달라진다.

승화하는 액정 분자의 자기조립 현상
방향질서도를 가지는 액정 분자 사이에는 그 방향을 유지하려는 인력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액정 분자가 승화할 때 분자들의 자기조립 현상(self-assembly)이 일어난다. 승화되어 날아가던 액정 분자 중 일부가 다시 액정 구조의 표면에 재결합하는 것이다. 윤 교수팀은 이 재결합 현상을 이용해 3차원 나노구조체를 제작했다.
 
액정은 기판 위에서 보조개 구조 이뤄
윤 교수팀이 사용한 액정 분자는 분자친화도가 높은 기판 위에서 액적(droplet)을 이룰 때 자기조립 현상을 통해 층상 구조가 켜켜이 쌓이는 구조체를 만든다. 이때 기판은 액정과의 분자 친화도가 높고, 공기는 상대적으로 액정과 분자 친화도가 낮다. 따라서 기판에 가까운 곳에 있는 액정 분자는 눕고, 공기에 가까운 쪽의 액정 분자는 수직으로 서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 결과, 보조개처럼 패인 구조가 형성된다. 액정 분자는 보조개 부분을 수직으로 통과하는 결함 선(defect line) 근처에 특히 강하게 결합해 있다. 마이크로 수준에서 보조개 사이 간격이나 보조개 수는 기판의 크기와 보조개 구조를 이루는 액정 분자 층의 수로 조절할 수 있다. 
 
온도•시간에 따른 다양한 패턴 형성
윤 교수팀이 사용한 플루오르 기(-F)를 가진 분자는 액정상 온도인 120 ℃에서 190 ℃ 사이에서 보조개 구조를 형성하며, 승화한다. 승화는 공기와 맞닿아있는 부분부터 일어나며, 특히 결함 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결합력이 약한 분자일수록 빠르게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승화되던 분자들이 원래 있던 층상 구조의 분자들과 재결합해 결함 선을 중심으로 독특한 패턴을 형성한다. 연구팀은 온도와 시간을 조절하며 각각의 조건에 따라 액정 구조가 서로 다른 형태의 패턴을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패턴은 동심원, 피라미드 모양의 동심원, 돔, 우담바라 꽃 모양 등으로 다양했다.
 
3차원 패터닝 분야에서 응용 기대돼
이번 연구는 나노 및 마이크로 패터닝(nano/micro patterning) 분야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 현재 이를 위해 주로 사용하는 기술은 빛을 이용해 패턴을 만드는 광 식각 기술(photolithography)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고, 직선이나 점 형태만 만들 수 있어 3차원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식각 공정을 반복해야 한다. 또한, 만들고자 하는 구조가 작아질수록 공정에 드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하지만 본 연구결과를 이용하면 기존 기술로 만들 수 있던 구조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3차원 나노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패터닝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윤 교수는 “반도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광 식각 공정이 600 번 이상 필요하다”라며 “액정을 이용하면 훨씬 간단하게 미세한 3차원 패턴을 만들 수 있다”라고 밝혔다.   
 
 
 
위치질서도(positional order)*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가 규칙적인 위치에 배열되어 있는 정도.
 
방향질서도(orientational order)**
물체 속 분자가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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