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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복지와 치료제 개발, 치매를 지우다
[417호] 2016년 03월 15일 (화) 임성민 기자 96eric@kaist.ac.kr
최근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66만 명에 이르렀다. 치매는 단순 노인질병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 사회의 고령화에 힘입어 수많은 치매 환자들을 관리하고 회복을 도울 요양 시설 역시 부족한 실태다. 하지만 그 파급력에 비해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9일,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병의 근원적 치료가 가능한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치매와 이 질병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치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
치매란 정상인의 뇌가 손상돼 인지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병을 일컫는다. 질병이 심화되면 치매 환자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치매 증상은 원인에 따라 다양하나, 대표적으로 기억력 저하와 언어 장애, 인지 능력의 감소 등이 있다. 또한, 치매 환자는 감정 조절을 잘 못 하고 우울증, 환각, 망상 증세를 나타내는 등 정신행동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증상 때문에 치매는 우리 사회에서 공포의 대상이다. 실제로 2005년 서울 시내 복지관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 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밝혀졌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못 알아보는 것은 물론, 자신이 누군지 조차 잊은 채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완치될 수 없다는 통념도, 도움 없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치매를 단순한 질병 이상으로 생각하게 한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병인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일종의 증후군으로 구분되며, 이를 유발하는 원인 질환은 세분화하면 70여 가지에 달한다. 뇌세포가 퇴화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뇌조직 손상으로 일어나는 혈관성 치매, 우울증이나 감염, 약물이 유발하는 가역성 치매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은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으로, 점진적으로 발병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초기에는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 가벼운 증상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다른 인지 기능을 상실해, 말기에는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잃는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과 연령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 단백질이 과하게 생성된 후 응집된다.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는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의 측두엽과 두정엽에 쌓여 인지 능력에 피해를 입힌다. 뇌세포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데 사용되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 농도의 감소 역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병 완치를 위한 노력
현재 주로 사용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인간의 각성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이는 병을 완전히 치유하지는 못한다. 신경전달물질 이상은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의 형성 등에 의한 2차적인 원인일 뿐, 병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예측과 진단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진단할 수도 없을뿐더러,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들여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이용해도 70~80%의 정확도로 발병 여부를 가늠할 뿐이다.
 
혈중 베타아밀로이드 검출로 알츠하이머 진단해
이 같은 실정에 돌파구를 제시한 것이 최근 주목받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김영수 박사와 고센바이오텍 김혜연 연구소장의 연구다. 연구팀은 2014년 10월에 세계 최초로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후 혈중 베타아밀로이드를 검출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돼, 혈액 검사를 통한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다. 이 검진의 민감도(sensitivity)는 93%로, 기존 방법보다 훨씬 높다. 또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검사할 수 있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회 검진 비용이 5~10만 원으로 매우 저렴한 것도 큰 강점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EPPS
연구팀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알츠하이머병 원인 규명과 신약 개발에 힘썼다. 연구팀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량체에 주목해, 단백질 응집체와 다양한 합성화합물 간 상호 반응을 연구했다. 그 결실이 지난해 말에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EPPS(3-[4-(2-Hydroxyethyl)-1-piperazinyl]propanesul-fonic acid)다. EPPS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를 독성이 없는 단량체 형태로 풀어준다.
 
EPPS는 물에 잘 녹는 물질이다. 따라서 별도의 복잡한 투약절차 없이 식수에 타서 섭취할 수 있다. 또한, EPPS는 뇌의 혈관장벽을 쉽게 투과할 수 있어 뇌에 잘 흡수돼 섭취 시 효과가 매우 크다. EPPS는 뇌를 활성화해 인지기능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기존의 약들과는 달리 원인 물질을 완벽히 제거하고 뇌 손상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임상 실험을 통한 안전성 검증 등이 필요해 EPPS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박사는 임상 실험이 완료되기까지 최소 3년을 전망했다.
 
치매, 질병을 넘어 사회 문제가 되다.
고령화 시대 접어들며 노인 복지 필요성 대두해
작년 노년부양비는 100명당 17.9명이었다. 인구 100명이 약 노인 18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1990년 7.4명에 비해 약 10명이 늘어난 수치다. 통계청에서는 2060년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비가 80.6명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때문에 노인 복지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하고 있으며, 앞으로 찾아올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정책의 안정화와 성숙한 사회의식이 필요하다. 국가와 사회가 노인과 치매 환자 복지에 발 벗고 나서게 된 이유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지난 4일 기준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수는 66만 명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가 670만 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대략 10%의 노인들이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약 47만 명이었다. 6년 사이에 환자의 수가 4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2012년 전국치매역학조사에서는 치매 환자 수가 2020년에는 84만 명, 2050년에는 무려 27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치매 환자 중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와 각종 지원을 받는 비율은 약 74%이며, 치매 치료 및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연간 10조6천억여 원이다. 치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 역시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 노인에 혜택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 복지가 ‘가정의 효’에서 ‘사회적 효’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되면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다양한 노인성 질병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급여를 제공해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제도다. 그리고 2012년 치매관리법이 제정되면서 국가가 장기요양기관과 재가복지 등 치매에 대한 복지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장기요양기관 5,174개, 재가복지 13,373개가 운영되고 있다.
 
노인 정책, 재가복지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요양병원 등 시설보호 중심의 노인 복지의 효율과 효과가 낮다는 비판이 대두하면서 우리나라의 노인 정책은 지역사회보호와 재가노인보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재가복지란 치매 노인과 같이 자립할 여건이 부족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중 자택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바라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복지 서비스를 말한다. 재가복지는 가정방문요양서비스, 단기 시설보호 사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되고 있는데, 1, 2, 3급 중증 치매 환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된다.
 
행복한 노후의 동반자 노인 복지, 앞으로 나아갈 길은
노인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으면서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점들이 야기되고 있다. 이는 치매 환자 복지 서비스의 문제점으로, 부양 가족의 부담감, 치매관련시설의 문제점, 정부의 정책적 문제점으로 나눌 수 있다.
 
많은 부담을 견뎌야 하는 치매 노인 부양가족
치매는 부양가족에게 크나큰 부담이 되는 질병이다. 우선 치매 환자는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하며, 병세가 개선되지 않으면 가족들의 도움을 점점 더 많이 필요로 한다. 하루 24시간 보호가 필요한 환자이다 보니, 부양자 본인의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점점 어려워진다. 또한, 치매 환자를 돌보는 부양자의 평균 연령은 55.93세인 만큼,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신체에 적지 않은 부담을 끼친다. 실제로 부양자 2/3 이상이 치매 노인을 부양한 이후로 요통, 고혈압, 관절염, 소화기 질환 등의 신체적 질환을 하나 이상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의 의료비는 일반 환자의 4배에 달한다. 2011년 치매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인당 연간 의료비는 201만 원인데 비해 치매 환자의 의료비는 804만 원이다. 여기에 보호자 고용, 부양 시설 비용 등을 더하면 연간 2,093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치매는 한번 발병하면 평균적으로 12년의 보호 기간이 필요한 질병이다 보니 부양 가족은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받게 된다.
 
치매전문 의료시설,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치매전문 의료시설의 수는 짧은 시간 동안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치매전문 의료시설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며, 그마저도 수도권 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실제로 전국 5천여 개의 치매 관련 시설 중 절반에 달하는 2천5백여 개의 치매 시설이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에 치매 환자가 많은 것을 고려해도 높은 수치다. 또한, 치매 노인은 일반 노인보다 더 많은 보호와 간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시설의 상근 직원 수도 많이 부족하다. 요양원은 노인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를 확보해야 하지만, 경기 부천의 한 요양원은 근무자 3명이 노인 15명을 돌보고 있다. 그 결과 의료시설에서 환자를 받는 제약이 까다로워 저소득층이나 일반 가정의 치매 노인이 시설을 이용하기 힘들다. 운영상의 문제로 치매 노인과 기타 장애 노인을 나눠 관리하지 못하는 시설도 적지 않다.
 
재가복지 시설 역시 문제점이 많다. 현재 방문요양보호사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는 굳이 요양보호사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전문적이며, 하루에 수발하는 시간도 3~4시간으로 매우 짧다. 요양보호사의 의식과 인격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치매 노인의 기억력 감퇴와 언어 표현이 미숙하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5월 서울 양천구의 한 요양원에선 요양보호사가 70대 치매 환자를 구타해 요양원이 6개월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주·야간 보호센터와 단기보호시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치매전문 보호시설 역시 부족하며 치매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보호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근로여건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치매 노인들이 소외된 현 복지 정책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경우 충분히 많은 노인이 그 수급대상자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장기요양보험제도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1~2등급, 상황에 따라서 3~4등급까지의 요양등급을 인정받아야 한다.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치매특별등급제도로 경증 치매 환자도 5급을 받아 일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용이 저조하고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중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는 노인은 6.8%에 불과하다. 특히 상황과 사람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변하는 치매 환자는 요양 등급을 인정받기 어려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지역별로 공단 직원의 판정 기준도 다르다. 이 때문에 판정에 인색한 지역은 신청자가 적어 시설 등급을 받지 않는 요양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도 발생한다. 요양 병원은 요양원에 비해 입원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도 비슷하지만 확보해야 하는 요양보호사의 수 등 제대로 된 규정이 갖춰져 있지 않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료서비스가 필요 없는데도 요양 병원에 입원한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들에게 지급되는 건강보험 누수 문제도 심각하다.
 
전문인력 양성과 예방 프로그램 개발 시급해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전문인력 양성이다. 아직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문 의료 및 간병 인력이 부족하며, 치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지식이 부족하다. 더욱이 복지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대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국가 차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주·야간 보호시설이나 단기보호시설은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인력 충원이 필요하며, 시설 이용 기회의 확대 또한 중요한 과제다. 
 
뿐만 아니라 치매 초기 환자들을 후순위로 밀어놓는 것이 아니라 예방 프로그램과 진행속도를 늦추는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일본 치매보험은 2006년 개호보험 개정에서 ‘예방’을 중시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였다. 치매 예방 활동은 물론 고령자 스스로가 치매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는 것을 정부가 지원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같은 예방사업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행복하고 질 좋은 노후에 대한 고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치매 노인의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지역사회, 가족, 기관이 상호 협력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회의 빛에 가려 도움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힘써야 한다. 빠른 예방과 철저한 사후 관리로 노인들이 더 이상 치매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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