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몇 가지 기술적 사건이 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2D 평면 영화에서 3D 입체 영화로의 전환이 이 뒤를 이을 것으로 많은 영화 관계자들은 말한다. 특히 최근, 영화 '아바타'의 흥행 성공으로 3D 입체 영화의 입지는 더욱 굳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호에서는 3D 입체 영화 기술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과 각 영화에 적용된 기술을 소개한다

입체 영화의 시작, 열차의 도착
입체 영상의 시초는 1838년 찰스 휘스톤이 고안한 두 개의 그림을 다른 각도의 거울에서 보는 입체경이다.  어떠한 장면을 하나는 왼쪽 눈이 바라본 모양, 다른 하나는 오른쪽 눈이 바라본 모양으로 그리고, V자 형태로 배열된 두 개의 거울이 각기 하나의 도형을 비추면 두 도형이 하나의 상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이 입체경을 최초의 입체영상기술로 여긴다.
초기의 입체영화는 좌우 측에 각각 적, 청색의 필터를 부착한 안경을 쓰고 보는 애너글리프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애너글리프 방식의 최대 이점은 극장의 프로젝터나 스크린을 특별히 개조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안경도 저가로 제작할 수 있다. 최초의 3D 영화로 여겨지는 뤼미에르의 ‘열차의 도착' 역시 애너글리프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당시에 3D 영화를 처음 접한 관객들이 극장 스크린을 돌진해 달려오는 열차에 부딪힐까봐 모두 도망쳐 나왔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전해진다.
하지만, 이와 같은 애너글리프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안경에 부착된 적, 청색의 필터 때문에 영상의 색채가 많이 없어져 버리는 결점이 있다. 따라서 선명도와 색채감이 떨어지고, 장기간 시청할 때 눈에 피로감을 준다.

입체 영화의 흥망성쇠
1950년대에 TV의 상용화 때문에 극장 관객이 줄어들자, 미국에서는 3D 영화 제작으로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려고 노력했다. 1952년에 특수한 대형 스크린영화인 시네라마가 출현했으며 최초의 편광 컬러 3D 장편 영화인 ‘부와나의 악마'가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이 영화의 포스터는 달려드는 사자, 품 안의 여인이라는 슬로건으로 3D 영화의 사실감을 강조했다. 이 영화의 흥행을 계기로 3D 영화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미흡한 입체영상의 화질과 와이드스크린 2D 상영관의 성공으로 3D 영화는 다시 열위에 놓이게 된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조스', ‘13일의 금요일' 등의 영화가 3D로 다시 제작되기 시작했으나, 기술적 한계로 일회성에 그쳤다.

3D 영화의 미래, 아바타
3D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정착된 것은 2000년대 이후 디지털 스크린이 도입되면서부터다. 과거의 영화들은 2D로 제작해 3D 영상으로 전환하거나, 부분적으로 3D 촬영을 했다. 하지만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입체애니메이션 영화로 처음부터 끝까지 3D 입체영상으로만 이루어졌다. 이는 3D 입체영화가 90년대 놀이공원에서나 보던 ‘구경거리'라는 한계를 탈피해 영화의 한 형식으로 자리 잡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게 된 성공사례라 여겨진다.
최근 개봉된 아바타가 이룩한 기술적 성과는 특히 눈부시다. ‘아바타’가 구현한 3D CG는 ‘이모션 캡처’라는 소프트웨어와 ‘가상 카메라’라는 하드웨어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이모션 캡처’는 배우의 몸동작뿐만 아니라 표정 연기를 디지털 캐릭터에 입히는 방식으로, 배우의 세밀한 표정까지 그대로 살려내는 기술이다. 기존 영화의 CG 기술은 대부분 모션 캡처 기반이었다. 배우들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을 읽어내고 나서 후반 작업을 통해 CG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센서를 붙일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어서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하지 못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이모션 캡처이다. 배우들이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특수 헬멧을 쓰고 연기하면 배우가 울고 놀라고 소리 지르는 등 다양한 감정 표현이 CG 화면에 생생하게 입혀진다. 가상 카메라는 미리 컴퓨터로 만들어낸 배경을 자동으로 비추는 카메라다. 즉 빈 촬영 세트에서 촬영하더라도 실시간에 CG로 완성된 배경을 볼 수 있고, 배우를 카메라로 찍으면 배우의 디지털 캐릭터가 화면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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