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곤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올해 카이스트 문학상 수필 및 평론 부문에는 10편의 작품이 올라왔다. 대부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관계나 진로와 같은 절실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산문의 구성방식에서 크게 벗어난 글이나 단상에 그친 글을 먼저 추려내고, 자기 고백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상적인 글도 배제하였다.


홍석표의 <김치 삼종 세트>는 일상의 체험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뚜렷한 주제를 표출하지 못하고 소박한 느낌을 서술하는 데 그치는 점이 아쉽다. 권이서의 <사랑>은 ‘사랑’이라는 난해한 주제에 대한 객관적 정의와 개인적 체험을 두루 피력하고 있다. 사랑의 어려움을 시인하기까지의 차분한 사색과 솔직한 태도가 신뢰감을 준다. 그렇지만, 글의 완성도 면에서 더욱 매끄러운 구성과 자연스러운 서술방식으로 보완되었으면 한다.


최종적으로 경합을 벌인 글은 김예은의 <지금도 면역 진행 중>과 양성호의 <거꾸로 신은 고무신에 대한 짧은 연구>이다. 두 글 모두 주제를 도출하는 과정이 내내 흥미롭고 잘 읽혀서 만만치 않은 내공이 느껴진다. 양성호의 글은 ‘거꾸로 신은 고무신’이라는 소박한 소재를 잡아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신선한 시도를 보여준다. 호기심을 끄는 자연스러운 도입부와 다양한 사례들, 속도감 있는 문체가 돋보인다. 그런데 산발적인 사유들 사이에 다소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고 주제가 산만해진 점이 아쉽다. <지금도 면역 진행 중>은 신종플루라는 공동의 관심사와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체험, 그리고 ‘면역’에 대한 과학도다운 접근과 자신만의 정서적 반응을 조화롭게 서술하고 있다. 자신이 대면하는 모든 경험과 감정을 직시하고 치밀하게 분석하며 나름의 사유에 천착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다. 양성호 글의 경쾌함과 김예은 글의 정밀함 사이에서 고민하다 김예은의 글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응모자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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