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공학에 관해 관심은 있지만 정보가 없어 망설이는 학부생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이에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면 어떤 진로를 택할 수 있는지 조언하고자 한다. 국내 항공우주 분야는 인력 및 산업체 규모가 타 공학 분야에 대해 작아 과소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항공우주 분야는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아갈 분야다.

첫째, 항공우주는 국방과 밀접한 분야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착수한 KF-X 한국형 전투기 사업, 중고도/군단급/사단급 등의 무인기 사업, 소형 민수헬기 및 공격헬기 등 다양한 항공기 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정찰감시를 위한 다목적위성 사업, 이를 궤도에 올리기 위한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 그리고 각종 유도무기 개발사업 등 수많은 체계개발 사업이 지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지금의 남북관계 및 중국, 일본, 러시아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국방의 중요성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타국의 무기체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고성능 첨단 무기체계 개발이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 국방기술은 자립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기술 수준도 미국이나 유럽 수준에 근접하여 최근에는 수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국방체계 개발 현장에서는 공기역학, 구조역학, 추진 공학, 비행제어 등 항공우주 전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항공우주공학도가 리더 역할을 많이 맡고 있다.

둘째, 최근 언론에 많이 보도되고 있는 드론 산업은 전망이 좋은 산업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제는 대기업들도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드론도 비행체이므로 차별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여러 항공우주 기술들이 체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향후 드론을 이용한 각종 응용분야가 발굴될 것이며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드론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많고 향후 적극적인 육성정책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므로, 항공우주공학도가 졸업 후 벤처 회사를 창업하여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 판매할 기회도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우주탐사 분야도 올해 초에 착수된 달 탐사 사업에 의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실용적인 인공위성 및 위성 발사체 개발에 중점을 두어왔지만, 앞으로는 달 탐사, 화성탐사, 심우주탐사 등의 미션에 국내 공학자들이 참여할 길이 열린 것이다. 우주탐사는 국제협력이 가장 활발한 분야이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틀을 이용하여 기술 수준을 높이고 국제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달 탐사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화성탐사, 심우주탐사 및 차기 우주정거장 건설 등의 다양한 우주개발 및 우주탐사 국제공동개발 사업에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진로에 대해 살펴보자면, 항공우주 관련 연구소나 산업체의 연구원이 되려면 석사학위는 필수다. 관련 연구소는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소, 전자통신연구소 등이 있으며 관련 산업체는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 한화(탈레스 및 테크윈 포함), LIG넥스원, 풍산, LG CNS 등의 대기업과 쎄트렉아이, 유콘 등 다수의 벤처기업이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LG유플러스 등의 IT 회사들이 드론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 랩에서 졸업한 학생들의 진로를 살펴보면 (연구소나 산업체에서 위탁한 일반장학생은 제외), 석사 졸업자 62명 중 25명이 박사과정으로 진학하였으며, 12명이 연구소, 17명이 산업체로 취업하였고, 8명이 유학을 떠났다. 박사 졸업자는 20명 중 연구소에 11명, 산업체에 5명, 교수직에 4명이 진출했다. 일부 석사졸업자가 IT나 경영 분야로 진로를 택한 것 외에는 대부분의 졸업생이 항공우주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취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학부생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 분야를 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졸업 후 40년 가까이 직업을 가지는데 향후 40년간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이 정열을 갖고 공부하고 일하고 싶은 분야, 자신의 미래의 모습으로 꿈꿔왔던 분야, 그런 분야가 항공우주라면, KAIST 항공우주공학과는 국내에서 가능한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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