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이사 기간에 하고싶은말 -여학우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이 페이스북 페이지 ‘카이스트대신전해드립니다2’에 올라왔다. 글의 주요 내용은 이사 기간에 여학우의 남자 가족이 출입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우리 학교는 남학우 기숙사와 여학우 기숙사가 분리되어 있고, 일반적으로 이성 기숙사 출입을 금하기 때문에 많은 학우가 이성의 출입을 불편하게 여긴다. 기숙사 이성 출입 문제는 매년 발생했는데, 학우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사 돕기 위해 외부인 출입해
이성 기숙사에 출입하는 주된 이유는 이사를 돕기 위해서다. 아름관을 예로 들면, 이사 기간마다 여학우의 아버지, 남자 형제, 이성 친구 등 많은 남성이 출입한다. 남자 기숙사도 예외는 아니다. 남학우의 어머니, 여자 형제 등이 이사나 청소를 목적으로 기숙사에 출입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사 기간에 발생하는 문제들
김수연 학우(전산학부 15)는 “남성을 포함한 한 가족이 어떤 방문을 무단으로 여는 것을 보았다”라며 “아름관은 방문 노후화 문제로 문을 잠그지 않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아랑 학우(생명화학공학과 14)는 “한 할아버지가 부축을 받으며 아름관에 출입하는 것을 보았다”라며 “이사를 도와주는 목적의 이성 출입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자제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사 기간 외에 발생하는 문제들
기숙사에 이성이 출입하는 것은 이사 기간뿐만이 아니다. 김정헌 학우(전산학부 14)는 “이사 기간이 아닌데도 여성 분들이 신뢰관 안에 있어 불편했다”라며 “이사 기간일지라도 남학우 기숙사에는 여성이 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민하 학우(산업디자인학과 15)는 “술에 취한 여학우를 데려다주기 위해 사감의 허가를 받고 남학우가 출입한 적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평상시에 남학우 기숙사에는 여성 청소부들이, 여학우 기숙사에는 남성 수리공들이 출입한다. 이민하 학우는 “수업 끝나고 방에 왔는데 남자분이 시설을 수리하고 있어 당황했다”라고 말했다.

이성 출입 시 학우에게 공지 안 돼
물론 이사나 청소 등 기숙사에 이성이 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성 출입 시 해당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학우에게 공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확한 시간 공지 없이 이성이 출입한다면 학우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기숙사와 관련된 문제를 가장 엄격히 다루는 생활관 운영수칙에도 이성 출입 문제는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KDS 홈페이지에 명시된 생활관 운영수칙에 따르면, 허가 없이 이성의 기숙사에 출입하는 행위는 벌점 50점에 해당하고, 이성의 면회시간은 정해진 장소(휴게실)에서 1시간으로 제한된다. 벌점이 100점을 넘으면 영구퇴사 조치되므로, 이는 상당히 강한 제재다. 이 외에 이사 기간 등 이성의 출입을 규정하는 항목은 없다. 임종묵 학생복지팀장은 “이사 기간에 남성이 출입하여 이사를 도와주는 일은 매년 있었고, 또 허가해왔다”라고 말했지만, 이는 어디에도 명확히 공지된 바 없다.

관련 단체들, “차차 해결할 것”
김건영 학부 총학생회장은 “이성 출입 요건을 명확히 하고 학우에게 공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라며 “봄학기에 실태조사부터 시작해서 해결방법 논의까지 1년간 차근차근 나아가겠다”라고 전했다. 최윤선 생활관자치회장은 “부모님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형제자매까지는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민원이 꾸준히 들어왔다”라며 “이성 출입의 허용 범위는 생활관자치회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를 비롯해 공지하는 시스템 등 기타 편의에 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 차차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도 전했다. 임종묵 학생복지팀장은 “서울대학교에서는 남녀 기숙사를 구분하지 않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우리 학교도 그런 방식으로 추진해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학생정책처에서 각 생활관에 ‘이성 출입 금지’라는 팻말을 부착했지만, 아름관에서는 부모님 출입까지는 허용하는 등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성과 동성을 막론하고 기숙사에 출입하는 외부인 자체에 대한 문제도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 생활 공간에 대한 문제는 누구에게나 민감하다. 개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만큼 모두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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