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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가장 보편적이고 위험한 존재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 <순응자>
[416호] 2016년 03월 02일 (수) 김혜령 기자 alastina@kaist.ac.kr

인간은 순응의 동물이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정해진 언어, 법, 체제에 순응하는 방법부터 습득하며, 학교에 다니면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 평범함이 무엇인지 배운다. 반면 평범하지 않은 사람은 곤경에 처한다. 한 파시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순응자’가 46년 만에 한국에서 재개봉했다.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은 미장센과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은 스토리가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마르첼로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추구한다. 자신을 추행한 소아성애자에게 총을 쏘고, 정신병원에 있는 아버지와 마약에 중독된 어머니를 가진 마르첼로의 성장환경은 결코 평범하지 못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순응해 무솔리니 정권의 비밀경찰이 되지만, 다른 이들처럼 명예욕과 굳은 신조에 의한 것이 아니다. 결혼 또한 진실한 사랑을 갖고 계획한 것이 아니다. 그는 단지 남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다. 어느 날, 마르첼로는 정치적 망명 중인 콰드리 교수를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교수의 고혹적인 부인 안나를 만나 흔들리지만, 마르첼로는 파시스트 세력이 두렵다. 결국, 마르첼로는 도망가자는 그의 제안에 굳건한 태도를 지키는 그녀를 계획대로 죽음에 이르게 하고 만다. 그는 중간에 흔들림으로써 파시즘이라는 신조를 지키지도 못하고, 사랑도 얻지 못한다.

마르첼로는 늘 중요한 순간에 두려운 상황을 피하고 결심을 포기하려 한다. 어쩌면 어린 시절 충동적으로 저질렀던 살인을 반복하는 것이 겁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든 상황에서 모순적이고 비겁한 태도를 취하는 마르첼로는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안나를 포기해버린 그의 모습에서 현실을 극복하려 하기보다 순응하는 우리네의 모습이 보인다.

어린 시절 자신이 죽였던 이와 닮은 자와 오랜 동지였던 친구를 사람들 앞에서 죄 있는 파시스트로 몰아가는 장면은 그의 비겁함을 극대화한다. 마르첼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남에게 전가해버림으로써 부끄러운 자신을 부정한다. 스스로 비난하고 싶은데, 그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다. 마르첼로는 불행하고 비겁한 자기 인생을 어릴 적 트라우마의 탓으로, 또 주변인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다시 닥칠 현실에 순응하는 순응자로서 살아갈 준비를 한다. 자신의 이기심을 합리화하고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와 얽히는 주변인들은 큰 상처를 입는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은 피해의식이라는 틀로 가두고 나의 잘못에서 나온 아픔을 남의 탓으로 왜곡하기 일쑤다. 죄를 뉘우치기보다는 변명거리를 생각하기 바쁘다. 남들이 어떤 아픔을 겪던, 무엇이 옳고 그르던 지나간 일은 아무렇지 않게 잊어버리고 또 다른 상황에 순응하는, 우리가 바로 ‘순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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