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내기 배움터(이하 새터)의 주제도 작년과 같이 술 없는 새터였다. 새터는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개최하는 입학 전 프로그램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터에 술이 있는지 없는지는 새터의 본질에서 조금 빗겨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학교의 새터 주제가 2년 연속 술 없는 새터였던 것은 고등학교 조기 졸업자가 많은 우리 학교 신입생의 구성상 새터가 진행될 시기 합법적으로 음주가 허용되는 연령에 도달하는 신입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2학년 학생도 상당수는 합법적으로 주류를 구매할 수 없는 미성년자이다. 새터에서 음주는 극단적인 경우 미성년 선배가 미성년 후배에게 음주를 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학교에서 주관하는 공식 행사에서 이러한 일탈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며, 새터 기간 암암리에 벌어졌던 선후배간의 음주 관행을 학교가 근절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술 없는 새터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술 없는 새터라는 기본을 바로 세우려 하더라도 새터의 본질적인 목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새터 기간 신입생들이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해 새터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선후배 간의 친목 도모 기회를 제한하는 문제가 벌어졌다. 
새터에서 선배단의 폐지를 주장한 것은 그만큼 선배단에 대한 새터를 주관하는 학교 담당 부서의 불신이 컸음을 의미한다. 새터 기획단은 새터 기간 음주를 예방하기 위해 캠퍼스와 어은동 일대를 순찰했음에도 술 없는 새터를 표방한 지난해도 선배가 미성년 후배에게 술을 주는 일탈을 막지 못했다. 재학생들이 학교 담당부서와 약속을 번번이 지키지 않으니 선배단을 폐지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술 없는 새터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기본 전제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새터뿐만 아니라 미성년 학생들은 주류를 구매하는 것이 합법적이지 않은 행위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미성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음주 환영회가 왜 전통이 아니라 폐지되어야 할 인습인지 홍보와 계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학교는 사법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상을 목표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순찰을 강화한다고 학교의 눈을 피해 음주하는 학생들을 근절할 수는 없으며, 그런 학생들을 적발한다고 하더라도 훈계 이상의 처벌이 가능하지 않다.
미성년 음주의 경우, 유일한 처벌 규정이 있는 대상자는 판매자다. 즉, 미성년자가 음주를 했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는 없지만,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면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미성년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음주를 자제해야 하고, 학교는 미성년 학생들에게 금주 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하듯, 학교 부근 주류 판매 업소들은 우리 학교 학생 구성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주류 판매 이전 신분증 확인 등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학교는 단속과 제재만으로는 술 없는 새터를 달성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이해 관계자들, 관계 기관들의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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