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에 싸여 있던 지방산 흡수 과정 관련 새로운 발견… 레이저 스캐닝 공초점 현미경으로 살아있는 생물의 소장 내부 관찰 성공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김필한 교수와 의과학대학원 고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소장 내부를 고해상도로 촬영해 암죽관 수축 현상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11월 2일 <임상연구(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s)>에 게재됐다.

영양분을 분리해 흡수하는 소장 융모
작은 돌기 모양의 융모로 뒤덮여 있는 소장 내벽은 표면적이 넓어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흡수한다. 일반적으로 수용성 영양소는 융모 상피세포층 아래 그물처럼 퍼진 혈관으로, 지용성 영양소는 융모 내 중앙에 있는 말단 림프관(initial lymphatic vessels)인 암죽관으로 흡수된다.

영양분 흡수 과정은 관찰하기 어려워
혈관에서 흡수하는 영양소는 체순환계로 유입되기 전 간에서 1차 대사작용을 거친다. 이때 약물이 간에서 대사작용을 겪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약물 개발 분야에서는 소장의 영양소 흡수 과정과 그 원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장은 지속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생체 내에서 세포 수준의 고해상도로 같은 위치를 계속 관찰하기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소장 표본을 채취해 관찰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조직을 채취한 시점의 모습만 관찰할 수 있어 지용성 영양소가 소장 융모의 상피세포를 통과해 암죽관으로 흡수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현미경 개조해 소장 내부 관찰 성공
연구팀은 초당 3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도 촬영 가능한 레이저 스캐닝 공초점 현미경을 개발했다. 또한, 영상챔버(imaging chamber)를 개선해 관찰 효율을 높였다. 영상챔버는 체외로 노출된 소장의 온도나 습도를 유지하고 조직을 고정하는 기구다. 하지만 기존 영상챔버는 커버글라스가 고정돼 있어 한 번 조직을 고정하면 계속 그 상태로 관찰해야 했다. 연구팀은 영상챔버를 커버글라스 탈부착이 가능하게 개선했다. 이를 이용하면 소장 내벽을 관찰한 후 다른 실험을 진행하고 다시 관찰할 수 있다.

암죽관 수축이 지방산 흡수 속도 높여
연구팀은 지방이 암죽관으로 흡수되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용 생쥐의 소장을 관찰하던 중 암죽관이 주기적으로 수축하고 이완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또한, 암죽관의 수축이 지방산 흡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암죽관의 움직이는 정도가 다른 여러 융모 사이에서 지방산이 흡수되는 속도를 비교한 결과, 암죽관의 수축 및 이완 규모가 더 큰 융모일수록 지방산이 빠르게 흡수되었다.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되는 암죽관
또한, 연구팀은 암죽관의 수축과 이완이 민무늬근*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전에는 말단 림프관의 주위 조직액 흡수가 압력 변화에 의해 수동적으로 조절된다고 여겨졌다. 조직액이 많아져 말단 림프관 외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말단 림프관으로 조직액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암죽관 주위에 민무늬근이 분포하며, 암죽관의 수축과 이완이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아세틸콜린이나 노르에피네프린 등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약물을 투여해 민무늬근을 조절하자 암죽관의 움직임도 조절되었다. 이전까지 민무늬근은 집합 림프관**(collecting lymphatic vessels)의 움직임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계속 움직이는 소장 융모를 세포 수준의 해상도로 관찰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최기백 학우는 “이번 연구는 말단 림프관에 대한 일반적 관념과 다른 새로운 내용을 규명했다”라며 “연구에서 사용된 기술과 결과는 추후 소장 연구 및 약물 개발에서도 응용 가능할 것이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민무늬근*
가로무늬가 없는 근육.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된다.

집합 림프관**

림프관의 한 종류. 말단 림프관에서 흡수된 림프액은 집합 림프관으로 모여 관을 따라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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