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수억 원대 호가하던 저잡음 클럭 발진기를 저렴한 광통신용 광섬유 부품으로 제작… 순수 국내 원천기술로 개발한 것에 의의

기계공학과 김정원 교수팀이 광섬유 광학 기술로 오차가 수백조 분의 1초 정도인 클럭 발진기(clock oscillator)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1월 4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현대 산업에 필수적인 클럭 발진기
전자기기나 디지털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일정한 주기로 펄스를 공급받아야 한다. 이 신호를 공급하는 장치가 바로 클럭 발진기다. 클럭 발진기는 각종 정보통신 시스템과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잡음 때문에 클럭 발진기 내에서는 펄스 공급 주기에 오차가 생긴다. 오늘날 과학기술에는 이전보다 월등하게 높은 정밀성이 필요하며, 특히 거대 과학시설, 초정밀 계측 장비, 위성항법 시스템 등의 성능을 높이려면 클럭 발진기의 잡음을 줄여야 한다.

기존 고성능 발진기는 제작 어려워
기존의 고성능 발진기는 마이크로파에서 매우 높은 Q-인자*를 가지는 공진회로를 사용하거나, 안정도가 매우 높은 광공진기(optical resonator)**를 사용한 CW(Conti-nuous Wave) 레이저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방식을 사용하려면 매우 안정한 공동(cavity)과 오차를 줄이기 위한 제어기 등 필요한 것이 많았다. 따라서 제작 비용이 수억 원에 달하고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해 실용성이 떨어졌다.

클럭 발진기의 효율 높인 광섬유
김 교수팀은 이 문제를 공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비용을 줄이고 시스템을 간소화했다. 클럭 제작에 신뢰성이 높고 가격경쟁력이 확보되어 있는 광통신용 광섬유 부품을 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 김 교수팀은 클럭을 만들 때 사용된 부품값을 천만 원 이내로 줄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클럭 발진기는 기존 전자 방식의 초저잡음 클럭 발진기들과 비교해도 성능이 뒤지지 않는다.

광섬유 레이저로 반복률 안정시켜
우선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해 기존의 전기신호를 빛으로 대체했다. 일반적인 전자 발진기는 수 GHz 대의 펄스를 방출하는 반면, 김 교수팀은 주파수가 약 2.5 THz인 펄스를 이용한다. 같은 진폭에서 주기가 짧은 진동은 변화 폭이 커 시간 오차를 훨씬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때문에 김 교수팀의 기술은 시간 차이에 있어 전기적인 장치보다 약 1000배 정도 정밀하다. 김 교수팀은 발진기에서 방출된 펄스 중 2가지를 선택한 뒤 주파수의 차이를 이용해 초고속 광섬유 레이저의 반복률(re-petition rate)을 알아냈다. 반복률은 일정하게 떨어진 주파수 사이의 간격을 뜻한다.

시간 오차 보정하는 광섬유 케이블
그 후 김 교수팀은 광섬유 케이블에서 레이저 펄스가 출발해서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일정하게 유지됨을 이용해 오차를 보정했다. THz대 주파수의 빛을 이용해 높은 분해능으로 측정된 시간차를 광섬유 케이블 내에서 빛이 전파되는 시간에 정확하게 맞춘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구팀의 클럭 발진기는 0.1초 동안 3펨토초의 시간 오차를 가지는 것으로 측정됐다. 100만 년 동안 1초의 오차를 갖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입자가속기나 천체관측용 안테나 등의 거대 과학 시설과 레이더 등의 국방 분야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김 교수는 “저잡음 발진기 기술은 안보에 중요하기 때문에 주요 장비들의 수출이 금지된 경우가 많다”라며 “이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Q-인자*
공진회로에서 그 공진의 예리함을 나타내는 값. Q-인자가 높을수록 잡음이 적다.

광공진기**
레이저를 구성하는 요소. 내부에 빛이 구속되며 특정 공명 주파수의 정상파를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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