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부터, ‘배스킨라빈스 31’이나 ‘파리바게뜨’ 등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점에서 색다른 디자인의 협업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이는 현대 산업 디자인을 재해석한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참여해 만든 디자인 상품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디자인전시관에서는 동아시아 최초로 멘디니의 단독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 공간 구성부터 전시품 배치까지 멘디니가 직접 기획한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 : 디자인으로 쓴 시> 전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입구 앞, DDP의 공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미스터 차오>라는 이름의 작품은 이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멘디니의 대표작을 닮아있다.

전시실은 크게 12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 공간은 완벽하게 분리되어있기보다, 동선을 따라가며 자연스레 흐름을 느낄 수 있게 되어있다. 관람객들은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직접 앉아보며 디자인이 삶 속에 있기를 원했던 멘디니의 디자인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전시 초입에는 ‘어린이 눈으로 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멘디니의 창의적인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멘디니가 디자인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모형이 사람들을 반기고, 와인 오프너 ‘ANNA G’를 비롯한 주방용품의 미니어처를 이용해 만든 회전목마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동심의 세계로 데려간다.

 

기능주의를 부정하다

멘디니의 작품 전반에는 ‘기능주의’를 부정하는 철학이 담겨있다. 멘디니는 필요한 기능만을 담아 깔끔하게 만들어낸 현대 디자인을 비판했고, 물건이 본연의 기능을 하기 이전에 장식으로도 활용되기를 바랐다. 흔한 모양의 커피포트를 독특하게 만들어내는 것에서 시작한 멘디니의 리디자인(Redesign)은 이탈리아의 주방용품 회사인 알레시와 협업하면서 빛을 발했다. 대표작인 와인오프너 ‘ANNA G’는 1,000만 개 이상이 팔리며 성공을 거두고, 이후멘디니는 사람들의 삶 전반에 사용되는 물건들을 디자인하게 된다.

멘디니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장소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물건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그 공간을 초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커다란 전등, 커다란 컵, 커다란 의자로 채워진 공간은 관람객에게 새로운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서로 재료와 색으로 의자를 다시 디자인한 멘디니의 대표작, <프루스트 의자>도 만나볼 수 있다.

 

삶 속에 자리한 예술

멘디니는 예술 작품이 액자 속이나 전시장에만 머물러 있기보다는, 사람들의 삶에 직접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손자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스탠드 <Amuleto>도 멘디니의 대표작이다. 지구와 태양, 달의 모양을 형상화해 만들어진 스탠드는 스탠드의 기능을 하면서도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 된다. 이 외에도 스위스의 시계회사와 협업한 시계나, 삼성과 힘을 합쳐 만든 스마트 시계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멘디니가 디자인한 수많은 건축물이 미니어처로 전시되어 있고, 드로잉이나 한정판으로 제작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협업으로 넓히는 멘디니의 예술 세계

멘디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고 나서도 다양한 회사와 적극적으로 협업해 예술 세계를 넓혔다. 본인의 작품처럼 자유로운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관람객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전시장을 채우고 있는 600여 점의 작품은 주제에 따라 확연하게 구분되기보다는 시 속 구절처럼 각각이 모여 전시회 전체를 구성했다.

멘디니의 디자인 철학이 담긴 작품들은 우리 삶의 공간 한구석에 자리잡아, 비어있는 공간을 예술로 채워주는 시와 같다. 올겨울은 멘디니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기간 | 2015.10.09.~2016.02.28.
요금 | 14,000원
시간 | 10:00 - 19:00
문의 | 02) 3143-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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