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완벽주의자, 감독들의 감독 등 거창한 수식어를 자연스럽게 달고 다니던 영화감독이 있었다. 공포, 역사극, SF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에서 유려한 영상미와 철학적 메시지를 보여주었던 스탠리 큐브릭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9 스탠리 큐브릭 전>이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 스티븐 스필버그 등 수많은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자.

큐브릭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샤이닝>등 뛰어난 작품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본래 사진 작가였던 그는 영화감독으로 전향한 후에도 뛰어난 영상미를 뽐냈고, 새로운 촬영 장비를 이용해 독특한 구도와 영상미를 선보였다. 큐브릭은 연출, 감독, 편집 모두를 총괄하며,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 기술적 혁신을 이룬 것으로도 유명하다. 본 전시에서는 세트 모형, 미공개 사진, 그리고 아이디어 스케치를 비롯한 방대한 자료를 통해 그의 작품을 여러 방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완벽한 영화를 추구하다
전시장은 영화별로 공간이 나뉘어져 있으며, 각 영화에 해당하는 전시물을 통해 큐브릭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초기작인 <스파르타쿠스>와 <롤리타> 전시관에서는 완벽을 향한 그의 집착을 느낄 수 있다. <스파르타쿠스>를 촬영할 때, 큐브릭은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모든 조연에게 번호를 부여해 행동을 지정해 주었다. 수백 명의 조연이 번호판을 들고 누워있는 사진은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한편, <롤리타> 전시관에는 파스텔 톤의 매혹적인 색감을 자랑하는 컬러 필름 원화가 전시되어 있다. 큐브릭은 원하는 색감을 얻기 위해 촬영 도중 며칠에 걸쳐 가구를 다시 색칠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작 <롤리타>는 흑백 영화여서 색감이 드러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혁신적 촬영 기법의 도입
완벽에 대한 열정은 혁신적인 촬영 기법들을 도입하는 방향으로도 이어졌다.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영화 <베리 린든>을 촬영할 당시, 큐브릭은 시대상을 고려해 현대 조명 없이 오직 촛불만으로 촬영하길 원했다. 광량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NASA에서 제작한 특수렌즈를 카메라에 장착했다. 덕분에 영화는 마치 18세기 회화와 같은 은은함을 훌륭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특수효과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SF 영화를 찍기 위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제작에 사용된 여러 기술 역시 인상적인 볼거리다. 무중력 상태를 촬영하기 위한 우주선 모형 제작 기술이나 워프 과정을 묘사하기 위한 영상 기술 등이 그의 천재성을 짐작게 한다.

 

상상력의 원천을 엿보다
각종 구상과 스케치, 관련 서류들은 촬영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큐브릭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제작을 위해 읽었던 항공우주공학 자료들이나, 서랍장에 수집된 나폴레옹의 일상에 대한 기록 등은 고증을 위한 그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구상 단계에 그린 여러 스케치는 그의 치밀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제작할 때, 큐브릭은 2001년에 사람들이 실제로 입고 다닐 옷을 상상하려 했다. 당시 개발된 벨크로 기술을 고려해 2001년의 옷에는 단추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고, 미래에 사용될 옷감까지 고려해 의상을 디자인했다. 치밀한 사전조사와 사실적인 상상력이 큐브릭의 영화를 살아 숨쉬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전시장 디자인은 영화의 영상미를 더욱 돋보이게 꾸며져 있어, 관람객은 마치 그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특히 온통 하얗고 양 벽이 거울로 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전시관은 영화 속 우주선의 느낌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그의 영화 속을 노니는 것과 같은 관람을 마치고 나면 큐브릭의 작품을 조금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기간 | 2015.11.29.~ 2016.3.13.
요금 | 13,000원
시간 | 10:00 ~ 18:00
문의 | 02) 2124-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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