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중국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 실험이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유전자 편집에 대한 윤리적 찬반 논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지난 12월 1일에는 최초로 인간 유전체 편집에 대한 규제 방향을 제안하는 국제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무엇이며, 어째서 논쟁의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는가?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과 그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달, 영국에서 인간 유전자 편집 연구가 처음으로 법적 허가를 받았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배아가 태아로 발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편집함으로써 불임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연구 목표다. 유전자를 편집한 배아를 실제로 착상시키는 것은 금지했으나,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한효소를 이용한 초기 유전자 편집
유전자 편집 연구는 1970년대에 제한효소의 발견과 함께 시작되었다. 제한효소란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절단하는 효소로, 연구자들은 제한효소로 유전체를 자른 뒤 원하는 서열을 삽입하는 연구를 시도했다. 하지만 제한효소는 인지 가능한 염기서열이 10개 이내로 짧아 특이성이 낮았다. 따라서 제한효소는 염기서열이 긴 생명체 대부분에 적용하지 못하고, 염기쌍이 수천 개 정도인 플라스미드 연구 등에서 사용되었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표적 DNA 잘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가 등장했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체에서 특정 서열을 인식해 자른다. 유전자 가위의 종류에는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inc Finger Nucleases, ZFNs), 탈렌(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 TALENs), 크리스퍼(CRISPR/Cas9)가 있다. 이들은 각각 1, 2,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로도 불린다.

징크핑거 뉴클레이즈와 탈렌은 DNA 결합 도메인과 DNA 절단 도메인으로 구성된다. DNA 결합 도메인의 단백질이 특정 염기 서열을 인지하면 DNA 절단 도메인에 있는 뉴클레이즈가 그 자리를 절단한다. 징크핑거 뉴클레이즈의 DNA 결합 도메인은 단백질 하나가 3개의 연속된 염기를 인식하는 징크핑거 모티프(Zinc Finger motif)로, 탈렌은 염기를 하나씩 인식하는 탈레(Transcription Activator Like Effectors, TALEs)로 이루어져 있다.


만들기 어려운 DNA 결합 도메인

하지만 이와 같은 1, 2세대 유전자 가위는 활용하기 힘들었다. 이들의 DNA 결합 도메인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어서 유전자 가위를 만들려면 인공 유전자를 수천 개 이상 삽입해 단백질을 만들어야 했다. 따라서 유전자 가위 제작이 어려웠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게다가 DNA 결합 도메인을 길게 만들기 어려우므로 긴 탐지서열을 만들기도 어려워,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를 높이기 힘들었다. DNA 결합 도메인을 만들었더라도, 단백질의 길이가 너무 길어져 세포 안으로 전달하기 어려웠다.

3세대 기술은 RNA가 유전체 탐지해
이에 비해 2012년 에마니엘 샤르팡튀에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개발한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는 훨씬 간편하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기술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전체 탐지 물질의 종류다. 1세대와 2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이 DNA 결합 단백질을 이용했다면 크리스퍼는 가이드 RNA(short guide RNA, sgRNA)를 이용해 유전체를 탐지한다.
가이드 RNA는 단백질보다 훨씬 만들기 쉽다. 징크핑거 뉴클레이즈나 탈렌처럼 단백질을 연결하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다. 표적 DNA와 상보적인 RNA를 만들면 되므로 탐지서열을 길게 만들기도 쉽다. 따라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 편집의 정확도와 성공률을 현저히 높이는 동시에 설계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켰다. 실제로 징크핑거 뉴클레이즈의 비용은 5000달러에 달하는 데 비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비용이 30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 기술을 유전자 편집의 혁명이라 일컬을 정도다.

박테리아 DNA의 반복서열, 크리스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작동 원리인 크리스퍼/Cas9 체계는 원래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면역체계다. 크리스퍼(Clust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CRISPR)는 1987년 대장균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당시에는 이 염기서열의 기능을 알지 못했으며, 염기 21개마다 회문 구조(palindro-me)가 반복된다는 점에 주목해 ‘일정 간격으로 분포하는 짧은 회문 구조 반복서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면역 체계 응용해 표적 유전체 절단해
크리스퍼 서열이 면역에 관여한다는 것은 2007년에 밝혀졌다.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박테리아는 바이러스 유전체를 조각내 제거한다. 이때 만들어진 바이러스 유전체 조각을 스페이서(spacer)라 한다. 스페이서는 Cas9(CRISPR-associated system 9) 단백질과 결합하고, Cas9은 박테리아 DNA에서 크리스퍼 서열이 있는 곳에 스페이서를 삽입한다. 박테리아는 추후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침입하면 스페이서가 삽입된 크리스퍼 서열을 전사해 가이드 RNA를 만든다. 가이드 RNA는 Cas9에 결합해 크리스퍼/Cas9 복합체를 형성한다. 크리스퍼/Cas9 복합체는 바이러스 유전체에서 가이드 RNA와 상보적인 결합을 탐지해 결합한 후 바이러스 유전체를 절단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위 체계를 유전자 편집에 응용한 기술이다. 편집을 원하는 표적 DNA 서열과 상보적인 가이드 RNA를 만든 후 이를 Cas9 단백질과 함께 세포로 삽입한다. 세포 내에서 크리스퍼/Cas9 복합체가 형성되면 이 복합체가 표적 DNA 서열을 탐지해 절단한다.

효율적이며 적용 범위 넓은 크리스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기존 기술보다 효율적이다. 가이드 RNA는 다른 것과 물리적으로 결합하지 않아, 여러 개의 가이드 RNA를 동시에 세포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달된 가이드 RNA가 크리스퍼/Cas9 복합체를 각각 형성하면 유전체의 여러 부분을 동시에 탐지하고 절단할 수 있다. 또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기존 기술보다 훨씬 다양한 생물의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 연구 모델 생물의 종류를 확장할 수 있다.


사용이 쉬워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개발로 연구자들은 훨씬 저렴한 가격에 쉽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빠른 속도로 기존 기술을 대체하며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활용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질병 치료 분야다. 유전자 치료(gene therapy)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는 것이다. 질병 유발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가이드 RNA를 만들어 DNA를 절단한다. 이때 적절한 주형 DNA(template DNA)를 세포 안에 함께 넣으면 DNA 복구 과정(DNA repair system)을 거치며 염기서열 일부를 교정하거나 정상 유전자를 삽입할 수 있다. 이는 헌팅턴 무도병, 혈우병 등 유전병의 치료, 이종 이식 연구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퍼는 유전자 조작 생물(GMO) 관련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는 농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자 편집을 위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통해 유전자를 무작위로 삽입했다. 이 방법은 비효율적이며 유전자의 삽입 위치 예측이 불가능해 유전자 편집 결과를 확신할 수 없었는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개발로 정확한 편집이 가능해졌다. 또한,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며 유전자 기능을 파악하는 연구도 쉬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매머드, 여행기러기 등 멸종 복원 연구에서도 크리스퍼 기술이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논쟁에 둘러싸인 유전자 편집 연구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발전과 더불어 유전자 편집에 대한 윤리적, 사회적 논쟁이 더욱 활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작년 1월, 칼텍의 바이러스학자인 데이비드 볼티모어 박사를 주축으로 몇몇 과학자들이 캘리포니아 주 나파에 모여 유전자 편집에 관련된 이슈를 논했다. 이들은 나파 회담을 통해 ▲과학기관과 정부기관의 충분한 논의 ▲유전자 편집 기술과 생명윤리에 대해 논할 수 있는 포럼 창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과 이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의 안전성 및 효과 확보를 위한 지원 ▲유전자 편집에 관한 국제적 대표 단체 소집을 제안했다.


연구 전면 중지 주장도 등장해
모라토리움(moratorium), 즉 인간 유전체 편집의 연구 전면 중지를 제창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3월, <네이처(Nature)>지에 <인간 생식 계열 편집을 멈춰라(Don’t edit the human germ line)>라는 사설이 실렸다. 이 글에서 에드워드 란피어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인간 생식세포 유전체 편집에 대한 전면적인 모라토리움을 주장했다. 이들은 윤리적•기술적 이유로 생식세포 유전체 편집 연구를 반대했으며,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은 미토콘드리아 DNA 편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질병 유전자를 보유한 부모에게는 태아 유전체 검사 등 기존 기술의 사용을 추천했다. 생식세포 편집이 태아에 미친 영향은 탄생 전까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 연구의 성공
현재 40여 개 국에서 인간 생식세포 편집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인간 생식세포의 유전자 편집을 금지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한이 없는 국가도 많다. 중국은 인간 배아 편집이 합법적인 국가다. 지난 4월,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교 연구실의 준지우 황 교수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인공수정에서 발생하는 삼핵 접합자(tripronuclear zygotes)를 이용했다. 난자 하나와 정자 두 개의 수정으로 만들어지는 삼핵 접합자는 성체로 성장할 수 없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배아세포의 베타글로빈 유전자(human β-globin gene, HBB)를 편집했다. HBB는 돌연변이가 생기면 지중해빈혈을 일으키는 유전자다. 이번 연구를 통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인간 배아세포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절단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절단된 HBB 중 유전자 교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드물었다고 밝혔다. 또한, 예상하지 못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것 역시 보고되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성체로 발달하지 못해 윤리적 부담이 적은 다수정배아를 인간 배아 연구의 이상적인 모델로 제시했다.


연구 허용•제재 두고 논쟁이 심화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쉽고 저렴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 실험 성공 발표는 논쟁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많은 학자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인간 유전자 편집 연구와 유전자 치료의 허용 여부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인간 배아 편집의 기술•윤리적 위험
인간 유전자 편집을 반대하는 과학자들은 이 기술이 지닌 위험성과 윤리적 문제를 강조한다. 우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유전자 편집 과정에서 돌연변이나 편집 오류가 발생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오류를 가진 배아가 착상 후 발생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윤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배아 단계에서의 유전자 편집이 악용돼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선택한, 맞춤 아기가 탄생할 가능성도 연구를 반대하는 이유다. 콜롬비아대학 로버트 폴락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이러한 연구가 우생학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유전자에 점수를 매겨 사람을 차별하는, 영화 <가타카(1997)> 속 세상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 허용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
준지우 황 교수의 논문은 <프로틴&셀(Protein&Cell)>지에 게재되었다. <네이처(Nature)>지와 <사이언스(Science)>지에서는 윤리적 이유로 이 논문의 게재를 거부했다. 하지만 이 연구에 윤리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생존 불가능한 배아는 체외수정 과정에서 폐기되는 세포이므로 이를 이용하는 연구를 제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조지 데일리 박사는 순수 연구 목적 인간 배아 유전체 편집의 허용을 주장한다. 유전자 편집 연구를 통해 기초과학 분야의 발달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미 유전자 편집 연구를 진행할 준비가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다. 안전성과 오류 문제는 최신 기술로 충분히 완화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 헨리 밀러 교수는 생식세포의 유전자 편집 연구를 정밀한 검토 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모라토리움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안전성 문제로 유전자 편집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편집의 유해성이 확실히 입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 유해성이 유전자 치료로 고치려는 질병보다 위험해야 연구를 금지할 사유가 된다고 말한다. 연구에 대한 모라토리움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있다.

연구 규제 방향을 제시한 국제 회담
이처럼 논란이 심화되고, 지난 12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사흘에 걸쳐 <국제 인간 유전자 편집 정상회담(International Summit on Human Gene Editing)>이 개최되었다. 미국 국립과학원, 영국 왕립협회, 중국과학원이 주최한 이번 회담에는 20여 개 국이 참가했다. 데이비드 볼티모어 박사가 회담의 의장을 맡았으며, 인간 유전자 편집 기술의 장단점, 그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논했다. 회담에서는 인간 유전자 편집 연구를 ▲기초 및 전임상 연구 ▲체세포를 이용한 임상 연구 ▲생식세포를 이용한 임상 연구 세 분야로 나누어 논했다.

우선, 회담 참가자들은 인간 유전자 편집에 대한 기초 및 전임상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인간 세포에서 유전체 서열을 편집하는 기술 ▲유전자 치료의 효과와 위험성 ▲인간 배아와 생식세포의 생물학적 이해와, 이를 토대로 한 윤리적, 법적 규범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생식세포나 배아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를 성체로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포 내 유전 정보가 자손에게 전달되지 않는 체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임상 연구에 대해서는 겸형적혈구를 유발 유전자 편집, 항암 면역세포 제작 등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되리라 전망했다. 하지만 부정확한 유전자 편집 등의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치료의 이점과 위험성을 이해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회담에서는 생식세포의 유전자 편집 연구는 보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은 ▲돌연변이, 교정 오류 등에 의한 부정확한 유전자 편집 ▲다른 유전 물질, 환경과의 상호작용 등으로 인한 예상 밖의 유해성 ▲ 유전자 편집이 개인 또는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 ▲문제 발생할 경우 유입된 유전자를 다시 제거하기 어려움 ▲개개인이 지닌 유전자의 가치에 따른 사회 불평등이나 차별 발생 가능성 ▲이 기술이 인류 진화에 영향을 미침에 따른 도덕적, 윤리적 논란 등 많은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회담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안정성과 효능이 입증되었을 때, 그리고 사회적으로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에 대해 넓은 동의가 이루어졌을 때 이에 대해 재논의 할 것을 제안했다. 아직 기술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그 효과가 제한적이고, 여러 국가에서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을 금지 및 제한하고 있으므로 과학적 지식과 사회적 시각이 발전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다.

제재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어
하지만 유전자 편집의 규제 및 허용 여부에 대한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버드대학 조지 처치 교수는 지난 12월, <네이처(Nature)>지에 <혁신을 위하여(Encourage the innovators)>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 글에서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의 위험성만을 부각하기보다는 그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지 처치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을 금지해야 할 기술적인 이유는 없다. 크리스퍼 기술 개발 이전에도 유전자 편집 기술은 존재했으며, 지금까지 2200회에 달하는 유전자 치료 임상 연구가 시행되었다. 사람들은 유전자 편집 과정에서 오류나 돌연변이 발생에 대해 걱정하지만 잘못 삽입된 유전자는 제거하면 될뿐더러 실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표적을 벗어나 작동할 가능성은 300조분의 1 이하다.

또한, 조지 처치 교수는 “유전체 편집의 허용은 기술 발전과 기술의 안전성 확보를 조장한다”라며, 연구의 금지는 오히려 의학 연구의 발전을 약화하고 불법적인 시술을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회와 위험 고려해 규제 제정해야
유전자 편집은 1970년대에 최초로 그 시도가 이루어진 이래 끊임없이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맞춤 아기의 탄생이나 유전자 변형 괴생물체의 탄생은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 현재 유전자 편집 기술은 기능을 아는 유전자를 절단해 잘못된 서열을 수선하는 정도이며, 실제 임상에 사용하기까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단계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논쟁과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규정 및 정책이 앞으로 유전자 편집 연구의 발전 방향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인간 유전자 편집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개발과 함께 새 국면을 맞이했다. 인간 유전자 편집의 실현 가능성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른 논쟁 역시 이전보다 더욱 현실적인 논점을 다루고 있다. 인간 유전자 편집이 지닌 가능성과 위험성, 두 얼굴을 모두 고려하며 유전자 편집 허가를 둘러싼 앞으로의 논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 자료 | Nature, Specials Archive, CRISPR: THE GOOD, THE BAD AND THE UNKNOWN
    Jinek, M. et al. Science. 337, 816-821 (2012)
    Liang, P. et al. Protein Cell 6, 363-372 (2015)
    HUMAN GENE-EDITING INTIATIVE, http://nationalacademies.org/gene-ed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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