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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카이스트 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415호] 2016년 02월 16일 (화) 카이스트신문 kaisttimes@gmail.com

조애리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올해는 24명의 시인 후보들이 시를 투고해주었다. 시 심사는 평가의 일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순간 기대치 못한 순간을 만나는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시는 잠시 일상의 시간을 정지 시키고 그 중단의 순간에 예기치 못한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나게 해준다. 이처럼 일상의 시간이 갑자기 중단되는 순간,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순차적으로 흐르던 시간이 갑자기 중단되는 순간을 카이로스라고 하는데, 모든 시인은 이 순간을 포착하여 형상화하려고 하며 혹은 그러한 순간의 소실을 슬퍼한다. 투고자 모두 일상에서 잠시 중단된 새로운 느낌의 순간을 혹은 그 순간의 사라짐을 그리고 있다.


투고자들은 우선은 나에 대한 고찰, 사랑의 기쁨과 슬픔, 일상의 사물이나 외부세계의 변화가 준 느낌 등 다양한 소재를 시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상을 뛰어넘는 혹은 일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하는 시를 찾지 못했다. 나의 불안, 나의 외로움, 나의 정체성에 대한 시들은 본인의 상태에 대한 묘사에 그치거나 새로운 결의로 끝나고 있다. 사랑의 시나 좋았던 순간을 표현한 시에서 올해는 유난히 “나는 ….가 좋다”는 직접적인 선언에 가까운 말이 많았고 여기서 더 나아갔다고 해도 손쉬운 비유가 많았다. 그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행복한 혹은 고통스러운 순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다단한 매듭과 결 그리고 일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이 보일 터인데 그러한 노력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슬픔이나 외로움 역시 동어반복으로 끝난 시들이 많았다. 기형도의 「빈집」이나 심보선의 「미망BUS」와 같은 시를 곰곰이 읽어보면 단지 사랑의 상실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고통과 불안을 깊이 사유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심보선의 “기적처럼 일어났던 사랑을 잃었다/ 꿈과 현실/ 둘 다”라는 상실의 슬픔은 그 이전의 버스 안에서 자신의 삶과 꿈 전체를 고민하는 맥락과 교차하면서 깊이를 얻는다. 이런 선배 시인들의 시는 시적 사유가 무엇인지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가작을 가지고 망설였던 작품은 박다원의 「장갑의 이」, 오지연의 「자책」, 명미소의 「쓸모」였다. 박다원의 시에서 높이 살 점은 환상과 현실의 교차이다. 설명적인 부분을 과감히 생략했으면 좋은 시가 되었을 것이다. 오지연의 시는 쉽게 읽히고 상황이 명확하게 형상화된 장점을 지녔으나 시적 비전이 약하다. 명미소의 시는 쓸모라는 지배적 관념에 대한 의문 제기를 높이 산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의 존재를 건 절실한 질문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당선작을 내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선배 시인들의 시를 읽고 시적 사유를 다듬는 동안 투고자들에게 어느 날 “시가 내게 다가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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