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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카이스트 문학상] 시나리오 부문 가작 | Resemblance
[415호] 2016년 02월 16일 (화) 카이스트신문 kaisttimes@gmail.com

Resemblance

박다원(전기및전자공학부 13)

 

#1. 교도소 내부(동생이 거주하는 방)/낮

사형수 몇이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동생,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며, 자신의 손톱을 뽑아내려는 듯이 만지작거리고 있다. (열쇠 쩔렁거리는 소리 삽입) 철창 너머로 검은 모자를 쓴 교도관이 보인다. 교도관, 철창을 탕탕 치며 동생을 부른다. 동생, 살짝 고개를 들어 교도관을 쳐다본다. (빠르게 장면 전환)

웨딩드레스 샵/낮

규진이 초조하게 서서 주위를 서성거린다. 이윽고 걷히는 커튼. 죄수복을 입은 동생과 똑같이 생긴 언니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규진을 보여 웃는다. 규진, 언니를 보며 같이 웃는다.

규진 (흐뭇해 하며) 당신 얼굴은 볼 때마다 예뻐.
언니 그럼요. 당신, 누구랑 결혼하는데.

그 순간, 탁자 위에 놓인 언니의 전화기가 진동한다. 화면에는 교도소장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여기서 올라오는 타이틀 제목 Resemblance.

#2. 교도소, 교도소장 방/늦은 오후

방은 7평 정도로 크다. 접대용 탁자와 소파가 꽤 고풍스러워 교도소의 재력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교도소장은 머리가 벗겨지고 체구가 큰 사람이다. 그가 기름진 손을 내밀어 동생에게 소파에 앉으라는 듯 손짓한다. 교도관 복장을 한 언니, 교도소장에게 꾸벅 인사 하고 앉는다.

교도소장 사형수 죽기 전에 뭐라도 해주는 거 알고 있지? 동생이 내일 사형당하잖아. 자네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군. 괜찮겠어?
언니 싫은데요.
교도소장 자네도 교도관이면 어느 정도 책임감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공과 사는 구분 해야지.
언니 (작게 한숨을 쉬며) 알겠습니다.

교도소장, 문밖을 향해 들어오라 외치고, 동생은 수갑을 찬 채 방으로 들어온다. 언니와 동생이 서로 마주 본다. 둘은 어떤 표정 변화도 없다.

교도소장 아무리 자네가 교도관이라 해도 지금은 언니의 입장인데 다른 교도관 한 명쯤 동석하는 게 낫지 않겠나?
언니 (동생의 표정을 슬쩍 보고 곧바로) 둘이 있게 해주십시오. 전적으로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교도소장 알겠네. 천천히 대화하고 마무리하게나.

#3. 교도소, 교도소장 방/이른 저녁

둘만 남은 방 안은 조용하다.

언니 (자연스럽게 소파에서 일어나, 동생 앞으로 믹스커피를 타다 준다) 마셔. 수갑은 찼어도 손은 움직일 수 있잖아.
동생 (가만히 있다가 무표정하게 입을 연다) 생각 없어.
언니 그럼 나도 생각 없어. 난 내일도 마실 수 있거든.
동생 (피식 웃는다)
언니 (다리를 꼬고 소파 뒤로 팔을 넘기며) 무슨 말이라도 해봐. 우리끼리 옷이라도 바꿔 입자거나 뭐, 그렇게 동화처럼 하루만 바뀌자는 듯이 말할 거라면 난 일어날게.
동생 (그제야 고개를 들어 언니를 쳐다보며) 우리 이미 바뀌었잖아.
언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슨 소리야?
동생 내일 결혼한다며?
언니 어. 그렇게 됐어. 결혼식에는 왜? 참석이라도 하게? 못할 텐데.
동생 (고개를 끄덕거리며 넌지시 창밖을 보며) 규진 씨, 좋은 사람이야. 잘해봐.
언니 (눈썹 한쪽을 살짝 올리며) 네가 규진 씨를 어떻게 알아?
동생 (슬쩍 웃으며) 알지. 어쩌면 언니보다 더 많이 알아.
언니 (계속 의아해하며) 무슨 소리야?
동생 언니, 내가 언니 결혼 못 하게 만들어줄까?
언니 뭐? 네가 어떻게? 내일이면 죽는데?
동생 되게 간단해. 언니한테 말하기만 하면 돼. 그 사람에 대해. 그럼 언니 결혼 못 해.
언니 (살짝 짜증 내는 말투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까부터?
동생 (걱정하는 투지만 사실은 비꼬는 투로) 말해줄까? 우리 착하고 바른 언니, 감당할 수 있어?
언니 (입술을 깨물며 애써 화를 억누르며 침착하게) 그건 내 문제야. 네가 문제를 꺼냈으면 말해야지.
동생 (손톱을 뽑을 듯이 만지작거리며) 흐음…….

#4. 교도소, 교도소장 방/저녁

빠르게 카메라 장면 전환. 대사를 하는 인물에게 앵글이 집중되게 한다.

동생 언니는 규진 씨에 대해 얼마나 알아? 그 사람이 전 애인들에 대해 말해주긴 했어?
언니 그걸 내가 알아야 해? 그래서, 그중 한 명이 너라도 된단 말이야?
동생 아니면 이런 얘기 안 하지. 나 사귀었어. 그 사람하고.
언니 (여유 있게 웃으며) 내가 질투라도 할까 봐 그러는 거니?
동생 아니. 나 되게 담담해. 난 그냥 사실을 말해주는 거야.
언니 몸이라도 섞었어?
동생 아니면 사귄 게 아니지.
언니 언제?
동생 언제냐고? 고등학교 때. 원조교제였어.
언니 (살짝 놀라며) 뭐?
동생 왜, 그 사람이랑 우리랑 7살 차이 나잖아. 그때 사귀었으면 원조교제지.
언니 너…….거짓말 아닌가 보다?
동생 아직도 못 믿네. 뭘 해줘야 믿을까. 그 사람 팔등에 화상 입은 거라도 말해줘?
언니 계속해봐. 재밌네.
동생 그렇지? 근데 그거 알아? 그 사람 연애, 나 다음이 언니야. 이게 무슨 의미일까? 나랑 언니랑 똑같이 생겼잖아. 그 사람은 똑같이 생긴 사람하고만 사귀고 싶은 걸까?
언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동생 (동생은 언니를 싫어해서 결혼을 파토내고 싶은 건지, 싫어하지만 최소한의 정이 남아 언니에게 경고를 하는 건지 가물가물하게 끌고 간다) 결혼하지 마. 그 새끼 사이코야.
언니 뭐, 네가 내일 사형당하는 것도 그 사람 탓이라고 할 건 아니지?
동생 (피식 웃으며) 그건 아니지. 난 사람 죽이고 다닌 거 후회 안 해. 내 마음대로 한 거야, 그건. 그래서 내일 사형 당하는 것도 크게 불만 없어. 근데 알아? 내가 남을 죽이고 다닐 때, 항상 그 사람한테 얘기를 해주면 그 사람은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면서 깔깔거리며 웃었어. 나한테 조언도 많이 해줬지. 알리바이 만드는 방법이나 다양한 시체처리방법. 되게 재밌었어, 나는. 근데 언니는 그럴 수 있어? 버틸 수 있겠어?
언니 (초조한 듯이 앞에 놓인 커피를 마시며) 난 네가 한 말 다 못 믿어.
동생 (낮게 웃으며)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해. 난 당신이 아무리 싫어도 그나마 배려하는 거야. 한 때 가족이었으니까. 그거 알아? 내가 항상 남을 죽이고 오면 말이야. 그 사람이 눈을 빛내면서 하는 말이 있었어. 너, 죽을 때 진짜 예쁘겠다. 나도 누군가를 죽인다면, 너 같은 사람을 죽여보고 싶어. 내가 인생 살면서 최초이자 마지막 살인을 한다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이러더라고. 그 사람이 아직 같은 마음을 품고 있을까? 난 그게 궁금해. 그래서 언니의 결혼 그다음 얘기를 듣지 못하고 죽는다는 게 아쉬워.
언니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야? 그게 네가 하고 싶은 말의 다야?
동생 (언니의 말을 무시하며) 내가 왜 그 사람한테 살해당하지 않았느냐면, 단순해. 내가 더 셌거든. 뭐든지 말이야. 그래서 만약 날 죽이려고 한다면, 내가 먼저 당신을 죽일 거라 말했지. 걱정된다는 표정이네?
언니 규진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동생 나한테 배운 거야, 그건. 발톱을 숨기는 방법을 배운 거지.
언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대체? 부탁이야, 뭐야!
동생 하고 싶은 말? 끝났어. 난 이거면 족해. 당신이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을 뿐이야.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결혼 후에 알 수 있겠지. 그러고 살아. 난 먼저 갈게.

동생은 일어나 천천히 나간다.
화면 줌 아웃. 서서히 어두워진다.

#5. 결혼식장

언니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언니의 표정은 어제 피팅룸에서와는 달리 어둡다. 음악이 흐르고, 천천히 걸어가는 언니. 신랑인 규진의 앞에 선다. 규진이 헤벌쭉 웃으며 말한다.

규진 당신은 처음 볼 때부터 예뻤어.
언니 어디가요?
규진 내가 바라왔던 이상형과 똑 닮았거든.
언니 (고개를 살짝 내리고 미소 지으며) 차라리 당신이 그 말을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순간 규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언니는 보지만, 언니는 불안한 표정으로 주례선생님만을 보고 있다. 잠시 언니를 보던 규진, 다시금 헤벌쭉 웃으며 언니를 따라 주례선생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점점 커지는 음악 소리. 화면이 멀어지며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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