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1일부터 16학번 새내기들이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학교를 알아 나가고, 본격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학교생활이 기본적으로 사회생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우리 학교의 특수성은 인간관계가 유난히도 중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이 인간관계의 시발점은 동기일 것이며, 그 이후에는 한 학번 선배인 15학번이 될 것이고 이들의 첫 만남은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우리 학교에는 ‘프락터’라는 제도가 마련되어 그전에도 일단 두 명의 선배는 알게 되지만 말이다.


2016년도 오리엔테이션 및 새내기배움터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바로 선배단이 사라진다는 것인데, 이에 이어서 반 후배들이랑 친해지는 기회가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것 이외엔 안 되며, 새내기배움터 기간에는 만날 방법이 웬만하면 전부 통제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일반 사립대를 거쳐 왔기 때문에, 지난 2년간 새내기의 관점에서 살아왔다. 이를 토대로 비교해보자면, 단언컨대 무학과 제도는 일반 대학에서 찾기 힘든 정말 좋은 제도이다. 다만 동아리 등의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선후배 간에 단절이 생기는 것과 소속감의 결여는 제도의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다. 개강 후에는 다들 바빠진다. 학교의 방침대로라면 선후배 간의 소통은 더욱 없어질 것이 분명하고 갓 입학한 새내기들은 그만큼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는 줄어들게 되어 있다. 프락터와 새내기 행정팀이 모든 부분을 돌봐줄 수는 없다. 즉, 새내기배움터 기간에 선배는 프락터 두 명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간 선배단을 뽑아왔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선배단은 새내기들이 입학 전에 새터반의 분위기를 이끌고 학교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주목적인데, 이를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는 사실이 일단 놀랍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올해 학교에서는 비공식적으로라도 선배단 활동을 하다 적발될 시 상벌위원회가 열린다고 공지한 점이다. 음주 문화에 앞서 선배와 후배가 알아가고, 후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선배 역할을 자처한 일이 상벌위원회가 열릴 일인지 싶다.


학교에서는 작년과 재작년 모두 과음으로 인한 자잘한 사고들이 발생하였고, 술 없는 새내기배움터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맞는 말이다. 선배가 후배에게 강압적으로 술을 마시게 하는 구 세기적 방법은 이제 사라져야 할 문화이다. 하지만 학교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새내기배움터라면, 선배와 후배의 만남에 있어 학교에서 ‘관리’보다는 ‘지원’이 초점이 되어야 한다. 기획단과 새내기 학생회의 존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지나친 통제와 강압적 시행보다는, ‘권고’로 대체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한 번에 없애는 것은 힘들다. 자연은 변화를 싫어한다. 안 그래도 묶여 있는 학생들을 더욱 묶어두려 한다면, 그럴수록 고삐는 더욱 한순간에 풀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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