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1이 군대에 간다고 합니다. 당장 서울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일정이 잡혔습니다. 친구2가 자취를 시작했으니 놀러 오라고 합니다. 겸사겸사 친구2의 집에도 놀러 가기로 합니다. 문득 친구3이 보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인데 대학 때문에 사이가 소원해졌더랍니다. 친구3의 집에 갈 계획도 넣습니다.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혼자 지내는 오빠에게 좀 더 살가운 동생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빠도 적어 넣는데, 친구3만 보자니 같이 붙어 다녔던 친구4가 서운해할 것 같습니다. 서울 오는 기차 안에서 대뜸 친구4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어찌어찌 지하철 플랫폼에서 잠깐 만나 몇 마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2박 3일에 5명을 만나고 가는 일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기겁할 스케줄입니다. 원래 저는 남한테 시간 쓰는 걸 굉장히 귀찮아하는 사람입니다. 나의 완벽한 계획에 사람이라는 변수가 들어오는 걸 못 견뎌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외로움에 대해 배우고, 이따금 사람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인간관계는 내가 신경을 쓰고, 시간을 쏟고, 정성을 들여서 키워내는 화분과 같은 건데, 저는 화분을 들여다 놓을 생각도 안 하면서 초록을 원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걸 깨닫고 난 후론 의식적으로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합니다만, 언젠가는 다육이 수준의 제 인간관계도 다채로운 꽃나무로 진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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