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스포츠가 탄생 15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은 각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유능한 선수들을 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완벽한 성장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많이 남아있다. e스포츠가 시작된지 15년째, e스포츠는 과연 올바른 길로 가고 있을까. 대한민국 e스포츠의 현주소, 그리고 가야할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e스포츠가 스포츠가 되기까지

e스포츠가 처음부터 스포츠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스포츠와 비스포츠를 구분하려는 연구는 과거부터 진행되어왔고, 그 나름의 기준이 존재한다. 한국체육학회지에서는 스포츠를 ‘제도화된 규칙을 갖춘 경쟁적 신체활동을 통한 신체 문화’로 정의했다. 이 때문에 근육 활동이 없는 종목은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스포츠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체스, 바둑 등 두뇌활동에 의한 종목도 스포츠가 되었다.

대한민국 e스포츠는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대한e스포츠 협회는 e스포츠 대회를 개최했고, e스포츠를 좋아하는 수많은 관중의 힘으로 대회의 규모는 매년 커졌다. 이윽고 2015년, e스포츠 협회는 2015년 1월 30일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가 되었다. e스포츠가 국내에서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아마추어 : 폭넓은 아마추어 시장

양질의 인터넷 보급은 ‘게임’이라는 새로운 대중 문화를 만들었다. 프로 리그가 생기며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자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아마추어 프로게이머의 수가 늘어나면서 대학생 대회, 대통령 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등 체계적인 아마추어 시스템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많은 관심으로 새로운 아마추어 문화가 형성되었다.

아마추어 문화의 성장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벽도 허물었다. 초기에는 높은 진입 장벽 때문에 아마추어가 프로 리그에 서기 쉽지 않았다. 프로들의 정보력, 자금력 등을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e스포츠 시장이 점점 확장되면서 협회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아마추어 팀이 프로 리그에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아마추어 팀이 프로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해 큰 화제가 됐다.

아마추어 게임 대회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포전, 연고전 등 대학 대항전에서 e스포츠는 정식 종목이 된 지 오래다. 또한 게임사들은 직접 PC방 대항전 등의 아마추어 대회를 열어 아마추어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선수 : e스포츠의 빛과 그림자

사람들은 우승의 영예, 억 단위의 상금 등 e스포츠 선수의 화려한 면에 주목한다. 그러나 선수들의 실제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다. 빠른 반응 속도를 요구하는 e스포츠 특성상 선수들의 수명은 길지 않다. 또한 혹독한 연습, 적은 임금 등 선수들은 여전히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주전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에서 밀려나는 선수들이 대거 발생했다. 이에 프로 선수들은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이로 인한 심각한 윤리 문제가 불거졌다. 바로 승부 조작 사건이다.

 

선수 : 승부조작 파문

승부 조작은 2010년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에서 처음으로 대두했다. 전, 현직 프로게이머 11명이 연루된 이 사건은 주모자, 브로커, 가담자 등의 체계를 갖추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승부 조작이 불법 도박 사이트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e스포츠 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작년에는 한 선수가 감독의 승부 조작 지시를 폭로하고 투신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승부 조작이 한 종목이 아니라 e스포츠 전역에 퍼져있는 문제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선수 : 해외 진출과 고립

국내 e스포츠 선수들의 활약과 더불어 선수들의 해외 진출도 늘어났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뿐 아니라 북미, 유럽 등에서도 대한민국 e스포츠 선수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열악한 연습 환경에 고통받는 선수들이 더 나은 대우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 선수의 해외 진출과 함께, 외국으로 나간 선수들의 임금 체납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으로 수출된 선수들이 오랫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당한 것이다. 거액의 연봉을 제시받고 연습생 신분으로 수출된 선수가 오랜 기간 임금을 체납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대한민국 e스포츠 선수들의 처우는 아직 열악하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미국 메이저 리그 등 커다란 스포츠 시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대한민국 e스포츠 시장은 앞으로 선수들이 활동하기 좋은 시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관객 : 여전히 미성숙한 관람 문화

‘관중’은 대한민국 e스포츠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2005년에는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SKY 스타 프로리그 1라운드’ 결승전을 보기 위해 e스포츠 팬 10만 명이 모였다. 같은 해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프로 야구 올스타전에 1만 5천여 관중이 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또한,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료 관중이 4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관중의 관람 문화는 오랫동안 지적되었다. 경기가 종료된 후 쓰레기 정리, 질서 있는 퇴장 등 기본적인 관람 문화가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선수들의 경기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e스포츠 관람 문화의 특성상 관중이 선수에게 게임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2001년에는 운영진이 관중 전원 퇴장을 명령한 사례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이다. 승부 조작 사건이 벌어진 이후부터 이는 더욱 심해졌다. 패배한 선수에게 ‘조작 의혹’까지 제기되는 것이다. 이런 무분별한 비난은 선수들의 정신 건강에도 문제를 끼쳤다. 한 선수는 계속되는 패배로 인한 조작 의혹을 견디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북미 e스포츠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 선수는 SNS에 관중들의 조작 의혹과 무분별한 비난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성숙하지 못한 관중 문화는 대한민국 e스포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관중 스스로가 대한민국 e스포츠를 구성하는 주체라 생각하며 더 성숙한 관람 문화를 보여줄 때, 대한민국 e스포츠 성장은 더욱 탄력받을 수 있을 것이다.

 

회사 : 국산 게임과 모바일 e스포츠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e스포츠에 ‘국산 게임’의 수는 적다. 때문에 대한민국 e스포츠 성장의 알맹이는 외국 기업이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어왔다. 또한, 대한민국 e스포츠의 성장에 발맞추어 게임 산업의 성장 또한 함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했다.

‘모바일 e스포츠 산업’은 대한민국 게임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케이드 위주의 모바일 게임은 고정 사용자층을 형성하기 힘들었고, 게임의 수명도 짧았다. 모바일 게임의 스포츠화는 오랜 시간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래픽 기술의 발전으로 모바일에서도 RPG(Role Playing Game) 진행이 가능해지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게임 내 다양한 조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올 해 하반기부터 각종 모바일 게임 대회가 열리며 모바일 게임을 스포츠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모바일 e스포츠는 세계적인 이슈이다. e스포츠 세계 대회로 유명한 WCG(World Cyber Games)에서 파생된 WCA(World Cyber Arena) 2015에는 다수의 모바일 게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다양한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서도 자체적으로 세계 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국내 게임 기업 ‘넥슨’은 모바일 e스포츠를 ‘M스포츠’라 새롭게 이름붙이고 모바일 게임 시장을 넓혀가러 노력 중이다.

 

지난 15년간 대한민국 e스포츠는 잘 성장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장은 완전한 성장이라고 보기 힘들다. e스포츠 시장은 윤리적 결함을 갖고 있었다. 또한, 대한민국 e스포츠에 대한민국 게임 기업은 뒷전이었고, 정부는 e스포츠의 활성화보다는 규제의 방향을 택해왔다.

대한민국 e스포츠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할 점들이 많다. 국가, 선수, 기업, 그리고 관중이 모두 각자의 역할을 의식하고 성숙한 문화를 형성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 e스포츠가 완전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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