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후변화 대책 시급해

연초부터 바람이 차다. 아무리 목도리를 칭칭 감고 옷을 껴입어도 냉기가 온몸을 찌르듯 공격한다. 최고기온이 평년 최저기온보다도 낮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가까운 중국, 인도에서부터 미국과 유럽까지, 올해 겨울이 유난히 춥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재미난 주장이 있다. 지난 몇십 년 동안의 지구온난화는 인간 때문이 아니라 지구 기후의 주기에 의한 것이고, 이것이 전환점을 맞아 앞으로 몇십 년 동안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미니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직은 논란도 많고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은, 일부 과학자들의 의견일 뿐이다. 하지만, 이 의견을 단순히 새로운 가설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오늘날의 기후 변화가 인간의 책임이 아니고 자연의 이치라는 논리이다.


지난해 12월 7일 개막한 코펜하겐 회의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갈등, 미국과 중국의 대립 탓에 논의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하는 데 실패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억제하고, 선진국이 개도국과 빈곤국가의 기후변화 대응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숲과 습지를 보호하는 개도국에 선진국이 보상하는 데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성과다. 그러나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 억제는 구체적인 시한이 명시되지 않았고, 선진국의 개도국과 빈국 지원도 그 금액에 대해 여전히 의견 대립이 심하다. 각 나라가 지켜야 할 구속력 있는 합의,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 마련은 결국 올해 말 멕시코에서 열릴 회의로 미뤄지고 말았다.


환경 문제를 논의해야 할 회의에서도 결국 핵심은 경제와 자본의 논리다. 미국은 교토의정서가 개도국의 탄소 배출을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바 있고, 중국 등 신흥 개도국들은 선진국이 지난 100년간 탄소 배출에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도국의 탄소 배출 제재에 반발한다. 기후변화회의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최소한의 탄소 배출 제재에 참여하기 위해 다투는 자리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데 코펜하겐 회의가 이렇게 폐막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미니 빙하기'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등장한 지구온난화의 인간 책임 부재 논리는 이러한 각국의 정치ㆍ경제적 다툼에 악용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회의조차 대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인간이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다면 더 이상의 대안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환경학자가 경고하는 것처럼, 인류가 현재와 같은 개발의 광풍을 잠재우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급격한 기후변화는 언젠가 끔찍한 자연재해로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 예고된 참사를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인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대책 마련에 전 세계가 약속한 듯 등을 돌려 현실을 회피하는 상황은 반어적이다. 지진이나 화산 분출과는 달리 기후변화가 가져올 자연재해는 우리가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효과적인 국제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재해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면, 결국 재해가 닥치고 나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서반구 최빈국이라는 아이티에 닥친 참사에 전 세계가 관심을 두고 물심양면 지원에 나서는 것은 정말로 바람직하다. 그리고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그 관심과 지원이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를 최소화하는 데에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그것이 또 다른 자연재해를 막는 일이다. 지구에서 우리가 ‘지속 가능한’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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